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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순우 Jun 13. 2022

첫 글쓰기 모임을 하고

글쓰기 첫 모임을 가졌다. 첫 글의 주제는 "나는 왜 글을 쓰려고 하는가"였다. 일기 정도만 쓰다가 갑자기 공개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한 사람들. 나는 아직은 불분명한 그들의 마음을 명확히 하고 싶었다. 동기는 무슨 일을 시작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하다. 동기가 있어야 사람들이 동력을 얻고 지속적으로 글을 쓸 수 있을 거라 믿는다. 그저 무료한 일상에 이벤트 같은 모임이 좋아서일 수도 있고, 단지 함께 하는 사람이 좋아서일 수도 있었다. 그런 마음들을 찬찬히 들여다 보고 싶었다.


첫 글이니만큼 분량은 정하지 않고 글쓰기를 진행했다. 정해진 시각, 하나 둘 올라오는 글들. 어떤 글은 500자가 조금 안 되기도 하고, 어떤 글은 1000자 가까이 되기도 했다. 글을 읽으면서 내 입꼬리는 자연스럽게 상승했다. 이번 모임의 멤버들은 어느 정도 서로에 대해 알아온 사이였다. 글은 그 사람과 참 닮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했다. 솔직하게 욕심없이 써내려간 사람은 너무나 그 사람 같은 글을 써냈다. 글이라고는 학창시절 일기 쓴 게 전부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짧지만 확실하게 자신의 사고 과정을 잘 적어내려간 글이었다.


반면에 욕심을  쪽은 오히려 사람과는  다른 글이 나오기도 했다. 힘을 주는 것과 빼는 것의 차이는 제법 크게 나타났다. 멤버는 사람을  좋아한다. 실제로 발이 넓은 편이고, 이야기도 재밌게  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돌이켜보니 자신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이야기는 많이 하지 않는 편이었던 . 그가 처음  글에는 그렇게 자신의 진짜 이야기를 펼쳐보이는데 멈칫하는 평소 모습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어디에서부터 어떻게 자신을 드러내야 할지 몰라 힘겨워 했다.


주저하는 모습의 글이었지만, 그럼에도 하고자 하는 말은 분명했다. 자신을 닮은 글을 결국 쓰고 싶다는 것. 그렇게 자신을 솔직하게 드러내고 자신의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고 싶다는 것. 그런 과정을 통해 자신을 더 사랑하고 싶다는 것. 먹먹했다. 힘겹게 쓰고 지우고 또 쓰고 지우는 과정을 통해 나온 글에서 결국 '글을 향한 진심'을 담아냈기 때문이었다.


다음 시간부터는 주제가 아니라 소재를 함께 정해 글을 쓰기로 했다. 글은 각자의 생각과 경험을 날개로 달고 서로 다른 주제를 향해 날아갈 것이다. 내가 돕고자 하는 건 그저 진솔한 마음을 꺼내보이는 것. 어떤 글을 쓰더라도 결국은 자신이 담길 것이라는 말을 해주었다. 맞춤법이나 띄어쓰기가 틀려도 되고, 비문이 있어도 괜찮다고, 문단을 나누지 않아도 좋다고 말했다. 가장 중요한 건 그냥 쓰는 것. 내가 한 말들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다음 시간에 나는 또 어떤 인생들을 마주하게 될까. 벌써부터 마음이 두근두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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