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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순우 Jun 22.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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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글쓰기 모임을 하고

어제는 태어나 가장 힘든 하루였다. 종일 차오르는 눈물을 감추며 일을 해야 했다. 모자를 쓰고 나온 게 참 다행이다 싶던, 마스크를 쓰고 있어 떨리는 입술이 보이지 않는 게 그나마 다행이다 싶던 그런 하루. 제대로 무언가를 씹어 넘기지 못해 간신히 냉동 핫도그 하나를 데워먹고 버틴 날이었다. 첫째는 학교에서 돌아와 내 얼굴을 보자마자 물었다. 엄마 오늘 왜 그렇게 슬퍼 보여요. 아이들도 내가 평소와 달라보였는지 크게 보채거나 떼를 쓰지 않았다. 참 고마운 일이었다.


언제부턴가 아이들은 내가 울거나 힘이 없으면 엄마 또 할머니, 할아버지 때문에 힘들어요,라고 묻는다. 숨을 곳이 없는 나는 아이들이 엄마의 아픈 삶도 있는 그대로 알아채도록 그냥 내버려둔다. 내가 아이들의 타고 태어난 그대로의 모습을 알아가려 노력하듯, 아이들도 자신의 부모가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알아야 한다고 믿는다. 아이들이 좋은 것만 보고 자랄 수는 없으니, 내 상처도 가리지 않고 그저 꺼내보인다. 언제부턴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아이들은 내게 부모라는 존재가 상처이고 아픔이라는 걸 안다.  


카페 문을 닫고 집에 돌아오니 도무지 밥을 할 힘이 내게 남아 있지 않았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한 뒤 남편이 올 때까지 침대에 누워 있었다. 잘 시간이 아니면 좀체 누워있지 않는 나이지만, 어제는 누워 있을 수밖에 없었다. 온 몸이 녹아내리는 것만 같은 하루였으니까. 온 몸의 피가 다 빠져나가버리는 느낌이었으니까. 아이들을 봐서라도 힘을 내야 했지만, 도무지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오늘은 두번째 글쓰기 모임이 있는 날. 서로의 이야기를 한다는 건 에너지를 받는 일이기도 하지만 주기도 하는 일이다. 어제보다는 상태가 나아졌지만, 여전히 몸에는 힘이 없고 순간순간 울컥했다. 모임을 해도 될까, 미뤄야 할까 고민이 이어졌다. 겨우 2주에 한번씩 하는 모임인데다, 다른 날을 잡기도 쉬운 상황이 아니었다. 어떻게 할까 고민을 하다 힘이 없으면 없는대로 진행해보자는 마음을 먹었다.


이번 글의 소재는 '일'이었다. 처음으로 주제가 아닌 소재를 잡아 글을 써봤다. 한 시간 남짓 글에 대한 이야기들이 이어졌다. 소재는 같았지만, 글의 생김은 제각각이었다. 하고 있는 현재의 일에 집중해 쓴 글도 있었고,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일까지 확장해 쓴 글도 있었다. 자신이 하고 있는 여러 일들의 균형을 잡아가는 이야기도 눈에 띄었다. 각자의 개성과 장점들이 다양하게 눈에 띈다는 점이 신기하기도 하고 반갑기도 했다.  


글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주고받다보니 우려와는 달리 신기하게도 내 안에 다시 에너지가 차오르는 게 느껴졌다. 글쓰기를 통해 명확해지는 마음들을 들여다 보고, 소중한 시간을 내어 글을 쓰는 게 아깝지 않다 느끼는 마음들을 엿보면서 시작하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이번 모임은 내가 쓴 에너지보다 더한 에너지가 더 많은 시간으로 남았다. 참 감사한 사람들, 참 감사한 글쓰기.


다음번 글감은 '여름'이다. 한 명씩 돌아가며 소재를 정하기로 했는데, 한 멤버가 여름을 꼽았다. 한동안 '여름'에 흠뻑 빠져 있을 것 같다. 매미들의 간절한 짝을 찾는 소리와 광활하고 시원한 바다와 진한 향이 감도는 짙푸른 숲까지. 여름 속에서 우리는 각자 어떤 이야기들을 길어올리게 될까. 수줍지만 조금씩 꺼내기 시작한 한 명 한 명의 마음들이 무척 귀하다. 다음에는 여름과 관련해 어떤 삶과 마음들을 만나게 될까. 살면서 글을 만난 건, 천운이었다. 그러니 글쓰기의 즐거움을 알리는데 진심일 수밖에. 다른 모임도 슬슬 기획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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