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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순우 Jul 05. 2022

다르게 변주되는 각자의 ‘여름’

글쓰기 세번째 모임을 마치고

오늘은 세번째 글쓰기 모임하는 날. 이날이 되면 나는 아침부터 마음이 분주하다. 대충 아침밥을 먹은 뒤 아이들과 남편을 보내고, 집안일을 좀 한 뒤 씻고 카페 문을 연다. 카페 오픈준비를 하고, 멤버들이 오기 전 커피를 내린다. 그렇게 내린 커피와 전날 인쇄해둔 글을 테이블에 올리면 이날 아침 준비는 모두 끝이 난다. 환하게 웃으며 들어오는 반가운 얼굴들을 마주하고 간단하게 인사를 나눈 뒤 우리는 서로의 글로 함께 들어간다.


이번 글감은 '여름'이었다. 여름이라는 소재는 여름답게, 각자의 글에서 푸르고 싱그럽게 빛났다. 누군가의 글에서 여름은 뜨거운데도 꼭 떠나고야 마는 여행의 계절로, 누군가의 글에서는 여름하면 떠오르는 드라마와 그 안의 주인공 같은 여유를 찾아보는 자신의 삶으로, 누군가의 글에서는 여름에 태어났음에도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조금씩 호감을 갖게 된 낭만 가득 사연들로 그려졌다.


다르게 변주되는 각자의 여름들을 바라보며 나는 물었다. 글을 쓰고 난 뒤 삶의 변화가 있느냐고. 한 사람은 최근 억울하고 힘든 일을 겪었지만, 글로 자신의 마음을 풀어내는 시도를 함으로써 예상보다 빨리 극복할 수 있었다는 놀라운 사연을 들려주었다. 또 한 멤버는 쓰는 게 힘들지만 그럼에도 결국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에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초창기 글이 꼭 필요해보이지 않았던 멤버 하나는 마음에 남는 일을 겪은 뒤 그 일을 글로 풀어내고 싶었던 달라진 마음을 드러내보였다.


글쓰기를 참 잘했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나는 퍽 행복했다. 한동안 내 책을 아직 내지 못한 사람으로서 누군가의 글쓰기를 돕는 모임을 진행하는 것이 부끄러운 욕심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했는데, 달라진 사람들을 보고 있자니 모든 근심이 물거품처럼 사라진다. 모임은 내가 성장하는 데에도 많은 도움을 준다. 타인의 글을 읽고 어떤 마음으로 썼는지, 어디가 막혔는지, 이 문장이 왜 나오게 됐는지를 가늠하는 과정 속에서 글을 분석하는 힘이 길러지는 걸 느낀다. 내가 발견한 지점을 말해주고 더 나아갈 방향을 짚어주는 과정들이 내게도 큰 도움이 된다.


  뿐만 아니라 타인의 삶에서도 톡톡히 역할을 해내는 글이 더욱 좋아진다.  많은 사람이 글쓰기를 바랐던  마음이 틀리지 않았다는  확인한 것만 같아 마음이 들뜬다. 다음 글감은 ‘이미지.  멤버가  ‘이미지라는 글감 앞에 우리는 모두 잠시 얼어붙었다. 이미지라니. 한동안  단어를  안에 품고 살아온 길들을 샅샅이 뒤져봐야겠다. 내가 그려갈 이미지와 다른 멤버들이 수놓을 이미지는 어떤 모습일까. 벌써부터 서로의 글을 읽어볼 생각에 마음이 부풀어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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