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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순우 Aug 03. 2022

알을 깨고 나오기 시작한 사람들

네번째, 다섯번째 글쓰기 모임을 하고

갑자기 내가 코로나에 걸리는 바람에 네번째 글을 합평할  없었다. 게다가 모임 멤버들은 다들 엄마의 역할을 짊어진 사람들이고 아이들 방학이 겹쳐 우리는 네번째 모임을 생략하기로 했다. 대신 다섯번째 글을   다시 모이기로 했다.


모임을 하기 전날, 한 멤버의 아이가 갑자기 고열이 난다는 연락을 받았다. 코로나일지도 몰랐다. 또 모임이 연기될지도 모르는 상황. 한 달만에 간신히 잡은 약속이 또 미뤄질지 모른다고 생각하자 시무룩해졌다. 별 일이 없기만을 간절히 바랐다.


아직 어린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들이 글을 쓴다는 건  녹록지 않은 일이었다. 별 일 없이 약속한 제 날에 모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참 감사한 일이라는 걸 새삼 깨닫는다. 아이들 한 명 한 명이 무탈하기를 간절히 바라는 하루를 꼬박 보낸 뒤 연락을 받았다. 다행히 코로나가 아니라고, 큰 병도 아니라고. 모임은 하루만 연기돼 오늘 마침내 우리는 한 자리에 모였다.


기다림의 시간을 보내면서 많은 생각들이 오갔다. 나는 입이 내내 근질거렸다. 어떤 생각으로 이런 글을 쓰게 됐는지 빨리 이야기를 듣고 싶었고, 글에 대한 내 분석도 빨리 전해주고 싶었다. 무엇보다 확연히 좋아진 멤버들의 글에 대해 큰 칭찬을 해주고 싶었다.


네번째 글감은 ‘이미지’였다. 다들 이미지라는 단어를 무척 어려워 했는데도 완성된 글은 무척 발전된 모습이었다. 그동안 자신의 진짜 이야기 꺼내는 걸 꺼려하던 사람들이 네 번만에 진짜 자신의 얼굴을 내보이기 시작한 것. 나는 그 변화만으로도 말 못할 행복을 느꼈다.


다섯번째 글감은 ‘음식’이었다. 에세이는 결국 잘 고른 에피소드와 생각의 방향이 정해져야 쓸 수 있는데 멤버 모두 이제 에세이가 무엇인지, 어떻게 써야 하는지 완전히 감을 잡은 모습이었다. 한 멤버의 글은 모두가 눈물을 흘렸을 정도로 큰 감동이 있었고 적절한 비유와 깊은 사연으로 손 볼 곳 없이 완전한 모습이었다.


내가 아무리 글을 분석해서 조언을 건넨다 해도 결국 글은 쓰는 사람의 몫이다. 스스로가 깨어나야 솔직한 자신을 내보일 수 있다. 얼마나 깊은 고민을 했느냐가 결국 얼마나 깊은 글을 쓸 수 있느냐로 직결된다. 더 솔직히 써보겠다는 다짐, 풀리지 않는 마음의 문제를 더 오래 들여다보고 생각을 정리하는 과정, 그 마음을 백지에 하나하나 풀어내는 정성까지.


멤버들이 조금씩 자신의 진짜 이야기를 드러내는 모습이 자못 감동스럽다. 그렇게 하나둘 나를 돌아보고 나를 찾아가는 과정을 곁에서 지켜보고 독려하고 방향을 알려주는 나의 일에서 큰 보람과 행복을 느낀다. 내세울 것 하나 없는 나를 믿고 따라와주는 멤버들이 참 고맙다. 그리고 늘 그렇듯 다음 글이 간절히 기다려진다.


다음 글감은 ‘글’이다. 글을 쓰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쓰는 소재 가운데 하나가 글일 듯하다. 그만큼 글에 대한 글쓴이의 생각과 태도의 변화는 글을 쓰는데 있어서 한번씩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다섯번의 글을 통해 멤버들의 일상이, 대화가, 글을 대하는 자세와 마음이 어떻게 변했는지 이제는 한번 글로 만날 때가 된 것 같다. 그래서 내가 제시한 글감은 ‘글’. 우리는 또 서로의 어떤 모습을 만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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