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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순우 Dec 06. 2022

글을 쓰지 않아도 되는 사람

뜨거운 질문의 시간들을 보내고

  '질문'이란 글감은 역대급으로 어려우면서도 시끄러운 소재였다. 인간을 다르게 살게 하는 게 질문이라 했던가. 그 말이 실감날 정도로 이번 글쓰기 모임은 수많은 질문과 의문들로 가득했다. 한 명이 사정상 빠졌는데도 남은 멤버들 사이에 약속한 시간을 꽉 채우고도 남을 만큼의 이야기가 오고갔다. 뜨겁다는 건 바로 이런 걸까. 글쓰기 모임이 아니라면, 우리는 서로에게 이런 본질적인 질문들을 던질 수 있었을까. 글을 매개로 만난다는 건, 인생을 더 깊게 살아내는 일인지도 모른다.


  이번 글감을 제시했던 멤버는 글에 상황은 있는데 자신만의 사유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을 몇 차례 받은 적이 있었다. 멤버가 혹여 나의 지적으로 글을 놓아버릴까봐 염려가 됐지만, 감사하게도 이 멤버는 누구보다 열심히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는 시간들을 가져왔다. 평소에 질문을 많이 하지 않는 삶을 살아왔던 사람이라도 글을 쓰기 시작하면, 자꾸 질문을 하게 된다. 이 지점이 그에게 얼마나 부담으로 다가갔을까. 그는 글을 쓰기 위해 자꾸 질문을 던지고 오래 생각하는 게 귀찮고 성가시다는 표현을 쓰면서, 솔직한 스스로를 가감 없이 꺼내 보였다. 동시에 질문은 관심과 호기심, 애정이 있어야 던질 수 있다는 진리도 스스로 찾아냈다.


  이 멤버는 왜 질문하지 않는 삶을 살았을까. 치유의 글쓰기 모임을 하면서 알게 된 건, 세상 모두에게 글이 꼭 필요한 건 아니라는 점이다. 어릴 때부터 자신의 취향이 확고한데다, 타인의 삶에 큰 관심이 없어 비교를 하지 않으며 눈치도 잘 보지 않는 사람들. 그들에게는 글이 필요없다. 이미 단단한 내면이 있기에. 그들은 큰 흔들림 없이 자신의 취향대로 선택하며 살아간다. 이들에게 보통 질문은 선택을 위한 과정이다. 머리를 싸매고 존재에 대해 고민하지 않아도, 이들의 삶은 비교적 평탄하게 굴러간다. 이 멤버도 이런 경우에 해당된다.


  그럼에도 글을 써야겠느냐고 물었다. 아이를 키우고 있는 이 멤버는 아이를 키우다보니 자주 질문을 듣고, 하게 된다며, 글을 놓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사실 이런 사람들은 스스로는 잘 다치지 않지만, 대신 의도치 않게 타인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가슴으로 느끼는 공감을 잘 하지 못하기 때문. 타인에게 예민한 사람이 이런 사람들 곁에 있으면 기질을 이해하지 못해 사이가 소원해질 수 있다. 예민한 쪽이 자식이라면, 그 자식은 부모로부터 가슴 깊은 공감을 받지 못해 큰 상처를 받을 수도 있는 것.


  만일 이런 사람이 계속 질문하고 글을 쓰면 어떻게 될까. 자신 뿐만 아니라 타인에게도 오감을 열어둔, 누구보다 넓은 가슴을 가진 단단한 어른이 되지 않을까. 이런 사람들에게 글은 필수가 아닌 선택의 영역이지만, 결국 선택한다면 그 결과는 꽤 놀라울지도 모른다. 어려운 길을 선택한 멤버를 온 마음으로 응원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선택이 헛되지 않도록 나는 곁에서 꾸준히 응원할 것이다. 나 역시 든든하게 버티는 사람이 되고 싶기에. 그런 역할을 하고 싶어 모임을 열었기에.


  질문을 너무 많이 하게 되면, 생각이 너무 많아지면, 자칫 허무주의나 염세주의로 빠질 수 있지 않겠냐는 한 멤버의 질문은 뼈를 때렸다. 장고 끝에 악수일 수도 있다는 말. 나는 이런 생각의 위험을 글이 잡아준다고 믿는다. 혼자 생각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공개적인 글쓰기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가다듬으면, 글 쓰는 자아뿐일지도 모르나 그 자아는 결코 비관으로 흐르지 않으리라고. 글이 나의 균형추가 되어줄 거라고. 그리고 내가 덧붙였다. 생각할수록 흔들리지 않는다고. 마음이 잔잔해지더라고.


  뜨거운 질문들의 시간이 끝나고 다시 제자리다. 모임을 마치면  폭풍이 지나간 듯하다. 얼마나  시간들에 집중했는지, 내가  모임에 얼마나 진심인지, 새삼 깨닫는 시간. 다음 글감은 ''이다. 몸매, 몸뚱이, 육신, 육체  파생되는 비슷한 말들이 두서 없이 머리를 어지럽힌다.  고민하는 2주가 되겠지.  시간들이 분명 내게  단단한 몸과 마음을 갖게 하는 통로가 되어줄 테지. 모임을 시작한  봄이었는데, 어느덧 겨울이 깊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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