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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순우 Jan 02. 2023

시작부터 우당탕탕

  새해가 되자마자, 아니 행복하다는 글을 쓰자마자 아이들이 나란히 독감에 걸렸다. 삶이 그리 녹록할 리가 없지. 열이 올라 징징대는 아이들을 어르고 달래 병원에 가서, 코로나와 독감 검사를 줄줄이 하고 약을 받아서 집으로 왔다. 아이들은 번갈아가며 열이 올랐고, 시간과 용량을 체크하며 해열제와 타미플루를 먹이고 있다. 카페는 갑자기 일주일 휴무에 들어갔고, 남편과 나한테까지 옮지만 않기를 바라고 있다. 잘 지나가야 할 텐데.


  갑작스러운 아이들의 독감으로 내일로 예정된 글쓰기 모임도 뒤로 미뤄지고, 내 일상도 급변했다. 다음 주부터 첫째 학교 방학이라서 일주일 동안 좀 더 나를 위한 시간을 가져야지, 마음을 먹고 있었는데... 이렇게 갑자기 방학 같은 날을 맞이하고 말았다. 여름방학 때도 방학하기 일주일 전에 온 가족이 코로나에 걸리면서, 의도치 않게 일주일 이른 방학이 시작됐는데... 데칼코마니처럼 겨울방학까지 난데없는 독감으로 일주일 먼저 보내게 되었다.


  처음 독감이라는  알았을 때는 솔직히  짜증도 났다.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이 실내에서도 가끔 마스크를 벗는데 이를  지도하지 않은 것과, 같은 반에 먼저 독감 걸린 아이가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지 않은   속상했다. 마스크 지도를 잘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부드럽게 건의를 하고, 독감이   그저 받아들이기로 했다. 코로나  년으로 독감 면역력이 많이 떨어져 있어 올해 크게 유행할 거라 이미 들은 터였다. 위생에 부주의한 어린아이들을 기관에 보내면서 이런 유행을 피해 간다는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평소 아이를  맡아준 덕분에 마음 놓고 일을   있었으니, 갑작스러운 일로 더는 선생님들을 탓하지 말자고 마음을 고쳐먹었다.


  타인을 미워하는 건 힘이 참 많이 드는 일이다. 미움은 밖으로 향하는 듯하지만 결국 내게 돌아와 자신을 베는 칼날이 된다. 오래전 누군가를 크게 미워한 적이 있었다. 나중에 돌이켜보니 그 시간 속에 마음을 다친 건 상대가 아닌 나 자신이었다. 그 뒤로 나는 쉽게 누군가를 미워하지 않기로 했다. 이미 벌어진 일로 굳이 에너지를 낭비하지 말자고 마음을 굳게 먹었다.


  게다가 나는 명색이 행복할 용기를 내기로 한 사람이니, 현실을 그저 직시하자. 내가 바꿀 수 없는 것들을 아쉬워하지 말고, 내가 바꿀 수 있는 것들에만 집중하자. 아이들을 잘 돌보고, 보호자인 나까지 걸리지 않게 조심하고, 아이들이 쉬는 동안 틈틈이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내자. 시간은 불만족스러울수록 더디게 흐르니, 짜증스러움을 모두 내려놓고 그냥 더 사랑하자. 이왕 이렇게 된 거 셋이 뒹굴뒹굴하며 늦잠이나 낮잠도 자고, 재밌는 영화도 보고, 이 시간을 즐기자.


  나는 자칫 불행으로 갈 수도 있는 나를 붙잡아 다시 행복 속으로 밀어 넣었다. 괜찮다. 괜찮다. 모든 건 결국 지나간다. 흘러가고 나면 대부분 별 일 아닌 것을. 그렇게 이번에도 힘을 빼고 유수에 몸을 맡기기로 한다. 새해가 시작하자마자 폭설이 내려 종일 눈에 갇혀 지낸 기억이 있다. 유독 그 해는 그 기억이 선명해 여전히 눈만 내리면 그날이 떠오른다. 아마 독감으로 꼼짝달싹 못하는 지금도 언젠가 '톡'하면 자동소환되는 기억 한 가닥쯤이 되겠지. 이렇게 우당탕탕 새해를 시작한다. 반가워, 시작부터 토끼 같은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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