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집 음반을 듣고
아이유라는 한 아티스트를 생각한다. 나는 사실 이 아티스트에 큰 관심이 없었다. 한창 여행을 다니다 한국에 돌아왔더니 삼단 고음으로 유명해진 가수와 노래가 있다고들 했다. 한번 들어보았고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갔다. 그녀가 얼마나 유망한 가수였는지는 내게 큰 관심사가 아니었다. 이따금 신곡이 나오면 들어보는 수준에서 그쳤던 것 같다.
나는 원래 잘 나가는 사람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탑인 사람들, 안하무인인 사람들, 자기 외의 타인에게 큰 관심을 두지 않고 자신의 성과가 오롯이 자기가 이룬 것이라 믿는 사람들을 싫어한다. 그녀 역시 탑이었기에 노래만 발매하면 늘 정상을 찍는 그녀였기에 조금 꺼려하는 마음이 있었다.
음악시장은 수익의 편차가 정말 심하다. 누군가에게는 수억원이 그냥 굴러오지만, 누군가는 생계를 유지하기도 어려운 곳, 그게 음악시장이다. 그걸 누구보다 잘 알기에 가뜩이나 늘 성공행보를 달리는 그녀의 활발한 음반활동이 그리 좋아보이지 않았다. 다른 가수도 많은데, 다른 사람에게도 기회가 갔으면 하는 마음이 컸다.
카페를 하다보니 종일 음악을 튼다. 이왕이면 잘 알려지지 않은 인디뮤지션의 음악을 더 많이 틀으려 노력하는 편이다. 나의 작은 행동 하나가 음악을 사랑한 그들에게 그래도 지속할 작은 힘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이런 마음은 여전하다.
이번에 아이유가 발매한 조각집 음반이 발매와 동시에 전곡이 차트 상위권을 차지한 걸 보면서도 그랬다. 나 말고도 들을 사람이 많잖아. 내가 아니어도 그녀는 충분히 음원수익을 얻잖아. 음악이 아니어도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영화를 찍을 정도로 너무나 잘 나가는 그녀잖아. 음반시장은 정글이고 그 정글에서 꼭 그녀가 아니어도 음악을 낼 사람은 많은데, 우리가 들을 수 있는 음악은 많은데. 그런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녀가 오롯이 그녀로 보이기 시작한 건 사실 음악이 아니라 드라마였다. ‘나의 아저씨’. 그녀의 연기력을 의심하고 있다가 너무 좋아하는 작가와 연출이 합심해 만드는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캐스팅 됐다는 말에 의아했다. 드라마가 진행될수록 나는 아이유가 연기한 지안이라는 인물을 사랑하게 됐다. 더불어 진심으로 연기한 그녀까지도 어느 정도 좋아하게 됐다.
드라마 중에 지안의 할머니가 지안에게 그 사람은 잘 있냐고, 그런데 왜 우느냐고 묻는 장면이 있다. 그 물음에 지안은 울먹이며 답한다.
“좋아서.”
그 한 마디를 내뱉는 아이유가 진실로 지안이어서, 너무나 진심으로 그 장면을 연기하고 있어서, 나는 도저히 그녀를 거부할 수 없었다. 그렇게 그녀는 한국에서 가장 잘 나가는 이십대의 아티스트에서 가장 하층의 가난하고 상처받은 이십대가 된다.
가끔씩 그녀의 삶을 훔쳐본다. 연예인에게 관심이 통 없는데도 희한하게 그녀를 지나치지 못할 때가 있다. 걸어다니는 중소기업이라고도 하는 그녀는 이제 곧 서른이다. 올해 초 라일락이라는 음반이 나왔을 때 그리고 라일락이라는 곡이 찬란했던 자신의 이십대와 기쁘게 안녕하는 이야기라는 말을 들었을 때, 그녀는 참 축복받았다는 생각을 했다. 이런 인생이 존재할 수 있다니. 그 누가 그녀처럼 이십대가 찬란했다, 감사했다 말할 수 있을까. 이십대는 너무나 혼란스럽고 아프며 동시에 제대로 이룬 것 하나 없는 그런 시기가 아니었던가.
아이유의 인스타 팔로워는 2400만명이 넘는다. 한 나라 인구의 절반이 주목하는 삶에 대해 생각한다. 좋다기보다 무서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만 삐끗해도 화살이 꽂히기 쉬운 존재니까. 아주 작은 잘못도 크게 부풀려질 수 있는 위치니까. 그런 삶을 산다는 건 분명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이다. 누구나 삶에는 명과 암이 있다. 아마 그녀의 삶도 그럴 것이다.
사실 이 글은 조각집 음반을 모두 듣고난 뒤 적고 있다. 호기심에 그녀의 음반을 들었고 결국 그녀의 앨범 소개글까지 모두 읽고야 말았다. 한 곡 한 곡 어떻게 만들었고 어떻게 녹음했는지 어떻게 들리기를 바라는지 직접 적어내려간 그녀. 굳이 이렇게 하지 않아도 될텐데. 그럼에도 한 곡 한 곡의 만듦새에 심지어 소개글까지 정성을 다하는 그녀를 마주하며 결국 두 손을 든다. 나 역시 당신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진심으로 연기한 지안을 사랑할 수밖에 없었던 것처럼, 진심으로 곡을 쓰고 노래하는 당신을 내가 어떻게 미워할 수 있을까. 그게 무엇이든 진짜를 담으면 외면할 수가 없다. 전무후무한 최고 아티스트라 불리울 만한 지금의 아이유가 존재하는 건 그 때문인지도 모른다. 당신이 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