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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순우 Mar 03. 2022

아이의 입학식

공교육을 믿기로 했다

입학식  예뻐 보이고 싶다며 계절에 맞지 않는 노란 원피스를 입고 갔다가 내내 오들오들 떨고 왔던 꼬마가 학부모가 되었다. 누군가는 아이의 입학이 그리 떨렸다는데 나는 그렇지 않았다. 너무 의미를 두고 싶지 않았다는  어쩌면 나의 의미인지 모르겠다.


한국의 교육을 신뢰할 수 없는 나는 그럼에도 한국의 공교육을 믿어보기로 한다. 내가 아는 한국의 교육은 답이 나오지 않지만, 당장 내 눈앞의 학교는 제법 괜찮아 뵌다. 수업은 서두르지 않고 선생님들은 다정하다. 돌봄과 방과후는 꽤 촘촘하고 아이는 학교를 가고 싶어 어쩔 줄 몰라 한다.


어쩌면 공교육은 공교육을 믿지 못하는 엄마들의 심리 때문에 못 미더운 탈을 억울하게 쓰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수능으로 모든 것이 귀결되는 지점만 아니라면 어쩌면 한국의 교육도 괜찮은 모습이지 않을까. 사교육 생각이 없는 엄마라서 믿고 싶은대로 보고 있는지도.


세차게 부는 바람에 나는 빨리 따뜻한 집에 가고만 싶었는데, 아이는 너무 빨리 집에 온 걸 두고두고 아쉬워했다. 아이가 입학인데도 정작 나는 새벽녘 눈이 떠지자 얼룩소에 연재중인 글을 쓴다고 세 시간을 흘려보냈다. 언제부턴가 아이보다 글을 쓰는 내 삶이 더 먼저인 나. 너무 일찍부터 아이들을 떠나보낼 준비를 하는 나. 아이들은 나를 이해할 수 있을까.


덤덤하게 한 해를 시작한 것처럼 덤덤하게 학부모가 되었다. 아이는 아이의 길을 가고 나는 나의 길을 간다고 선언하며. 아이가 인생을 스스로의 힘으로 걸어가야 한다는 믿음으로. 아이의 인생에서 주인공은 아이, 나는 조연일뿐. 나는 좋은 엄마일까 무책임한 엄마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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