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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순우 Mar 09. 2022

아이들과 함께 지켜보는 선거

여섯살 여덟살난 아이들은 정치에 관심이 많다. 이것도 유전인가. 어릴  나는 대통령 후보 토론회가 있으면 아빠 옆에 나란히 앉아 골똘히 토론을 지켜보곤 했다. 어린 마음에  괜찮아 보이는 후보를 말하기도 하고, 아빠가 지지하는 후보를  좋은 사람이다 믿어보기도 하면서. 부모님이 지지하는 정당이 나는 절대 지지할  없는 정당이라는  알게   스무살이 넘은 뒤였다.


아이들은 선거 홍보용 책자도 열심히 들여다 본다. 허경영 후보 책자에서는 18세 이상에게 1억원을 준다는 글귀를 보고 첫째가 발끈했다. 왜 18세 이하는 안 주는데! 투표를 18세 이상만 할 수 있다는 것에도 분노했다. 나도 뽑고 싶은 사람이 있는데, 나는 왜 투표용지 안 줘요? 나도 뽑고 싶은데!


자연스럽게 세상에 대해 배워갔으면 하는 바람에 아이들이 질문을 쏟아놓으면 최대한 정성껏 대답을 하곤 한다. 아이들은 아직 어리지만 생각보다 중요한 지점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후보별 번호는 어떻게 지정되는지.

누가 지지율이 더 높은 걸 어떻게 아는지.

여론조사는 왜 하는지.

그 여론조사가 오히려 지지율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지.

안철수는 왜 철수했는지.

투표는 실제로 어떻게 하는지.

투표는 몇 살부터 할 수 있는지.

결과는 언제 나오는지.

언제 대통령이 실제로 바뀌는 건지.

역대 대통령은 누구인지.

역대 대통령이 어떤 사람이었는지. 지금은 어떻게 살아가는지.

제주도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 대통령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대통령은 몇 살부터 출마할 수 있는지.

엄마는 과연 자신이 대통령 후보로 나가면 자신을 뽑아줄 건지.


특히 역대 대통령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는 낯이 뜨거웠다. 끝이 아름다웠던 사람을 찾아볼 수가 없어서. 아이들의 질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박근혜는 왜 풀려나왔는지, 이명박은 무슨 죄를 지었는지. 조원진은 박근혜를 왜 지지하는지. 아이들의 정치에 대한 관심은 유전인 것 같아 참고 참지만 나도 흠… 좀 힘들 때가 있다.


아이들이 특히나 관심이 많은 건 과연 엄마와 아빠가 누굴 뽑느냐다. 난감해서 결국 비밀투표가 법으로 정해져 있다고 알려주었다. 아이들은 나와 관계없이 자신들만의 정치적 입장을 갖길 바라는 마음에 딱 집어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지만, 막상 투표하고 오면 또 집요하게 묻겠지. 대체 누굴 뽑았느냐고.


이제 나는 투표를 하러 간다. 이번 결정을 내리면서 눈물까지 흘린 나는 언젠가 오늘의 결정을 후회하고야 말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오늘은 오늘의 결정을 따르려고 한다.


아이들이 지켜보고 있다. 아이들은   짐작보다  뼘쯤은  빨리 자라고 있다. 그런 아이들과 함께 정책에 대해, 후보에 대해, 시대에 대해, 토론할 날을 꿈꾸며 나는 오늘 민주 시민의 권리를 행사하러 간다. 오늘은 20 대통령 선거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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