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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비 Apr 14. 2024

중단이 아닌, 잠시 멈춤

에필로그

아침이면 알람 없이 일어나고 싶은 시간에 자연스럽게 눈을 뜬다. 옆에선 고양이가 고롱거리고 있다. 폭신폭신한 턱을 쓰다듬어주며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



최근 주 3일만 출근하는 직장으로 이직하며, 오늘은 회사에 가지 않는 날이기에 이런 여유로운 아침이 가능하다. 돈 모으기의 황금기라는 아이 없는 신혼 시기에 수입을 확 줄이다니, 이래도 되나 불안함이 없던건 아니지만 돈이 1순위가 아닌 행복을 1순위에 두고 한 선택이다.



계란 2개로 간단히 아침을 먹고 노트북을 챙겨 카페로 나선다. 취미 생활인 글쓰기를 위해서이다. 평일 오후의 카페는 한적하다. 나홀로 감각적인 공간을 마음껏 누리며 글쓰기에 집중한다.



돌아오는 길 버스에서는 경제 뉴스를 체크하고 부동산 카페의 동향을 둘러본다. 도서관에 들러서 재테크 책도 한 권 빌린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다. 더 이상 예전처럼 일상이 온통 돈 얘기로 가득 차도록 두지 않는다.



요즘 나의 관심사는 어떻게 하면 건강한 식습관을 만들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보다 여유롭고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이다. 불과 몇 년 전, 온통 재테크 생각에만 빠져 있던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행복> 이란 무엇일까? 에 대해 참 많이 생각했다. 다들 행복해지고 싶다고 하는데, 행복해지는 확실한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고 행복한 상태에 대한 정의조차 명확하지 않았다.



누군가는 갖고 싶은걸 다 갖는게 행복이라 했고, 누군가는 몸 건강한게 최고의 행복이라고 했고, 누군가는 인생에 의지할 사람이 있는게 행복이라고 했다. 개인마다 행복의 기준이 너무도 주관적이었다.



누군가는 목표를 향해 가는 과정 자체가 행복하다고 했다. 목표를 이루어낸 순간이 아니라, 그 지점에 도달하기까지 본인의 노력과 성장과 열정이 만족스럽다고 했다.



그것도 일부분 동의한다. 나 역시 행복은 항상 무언가를 "쟁취" 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어떤 목표를 정하고, 그 목표를 이루면 행복해질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몇 번쯤 목표를 이루니 그 순간의 행복은 아주 짧다는 것을 깨달았다. 한 번 목표를 이루었으니 이제는 그 다음 목표, 에 대한 끊임없는 반복일 뿐이었다. 어쨌거나 끊임없이 무언가를 "새롭게 얻어야" 한다는 사실은 변함 없었다.  



그러던중 행복은 무언가를 더하는 것이 아니라, 불행한 원인을 제거하는 것. 버는 것보다 지키는 것이 중요하고, 행복도 중요한데 불행이 없는 것을 다행으로 아는 것도 중요하다 는 말을 보고 머릿속의 전구가 탁, 켜지는 느낌이 들었다.



행복을 찾기 전에 우선은 나를 괴롭히는 무언가를 제거하는 것. 불행이 멈추면 적당히 행복을 찾을 줄도 알야하니, 무언가를 달성해야 행복을 찾는줄 안다면 그건 오판이다.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가 아니라 -의 작업이 필요했다.



결국 남는건 네임밸류를 소유한 자부심이 아니라, 나를 괴롭히는 무언가가 없는지와 행복을 추구할 여유가 있는지 라고 했다. 여기서도 강조되는 My way의 중요성. 내가 진짜 원하는 것에 대한 밑그림을 잘 그려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끊임 없는 수정 작업이 필요하다.



이제는 밤에 자려고 누웠는데, 별 고민 없이 잠들 수 있을 때가 행복이라는 말에 동의한다. 아무리 돈을 많이 벌었어도, 아무리 남들 보기 좋은 환경에 있더라도, 그에 상응하는 스트레스 때문에 쉽게 잠들지 못하던 날들은 전혀 행복하지 않았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침대에 머리를 대자마자 잠드는 지금은 꽤 행복한 셈이다. 잡힐듯 잡히지 않는 무언가를 이루어내야만 행복해질거라고 생각하지 말자. 내가 불행하다면 그 이유를 제거하고, 평온한 감정 그 자체가 행복임을 이제는 안다.





재테크는 분명 삶이 윤택해지는데 도움이 되지만 그것에만 매몰되어서는 안된다. 5년의 재테크 열정기를 거친 후,  지금의 과도기에 이르렀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돈을 떼놓고는 살 수 없기 때문에 나에게 맞는 적정선을 찾아가며 천천히, 차근차근 돈과 친해질 예정이다. 앞으로도 돈 공부는 계속하겠지만 무엇을 선택함에 있어 결코 돈이 1순위는 아닐 것이며, 내 머릿속에 가장 많이 드는 생각도 아닐 것이다.



가끔 SNS를 보며 투자를 어떻게 했고, 한 달에 얼마를 버는지 올라오는 것을 볼 때면 나만 뒤처지고 있는건 아닌지 또다시 불안해지지만, 나는 나만의 길을 간다. 그래야만 한다. 모두가 뛰고 있는데 걷고 있는 기분에 때때로 불안감이 들기도 하지만, 세상의 속도에 나를 맞추는 것이 아니라 나의 속도대로 뚜벅뚜벅 걸어갈 것이다.





돈에 진심이었던 20대가

더이상 돈만을 쫓지 않게 된 이야기


재테크, 잠시 그만두겠습니다_fin.


감사합니다.



https://blog.naver.com/banbi13/2231267748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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