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처음에 생각했던 이유는 "1년에 한 달은 여행하며 살고 싶어서" 이다. 나는 여행을 정말 좋아한다. 역시 여행을 좋아하시는 부모님과 어릴 때부터 전국 곳곳을 다닌 영향때문인지 여행은 내 삶의 가장 큰 원동력이었다.
내 여행 스타일은 바쁘게 여러 곳을 돌아다니기보단,한 곳에서 느긋하게 머무는 편이다. 관광지/박물관/투어에는 큰 흥미가 없고 공원에서 멍때리기/동네 카페 탐방하기 등등을 좋아한다. 새로운 나라, 새로운 도시에 가면 일상적인 것도 특별해지기 때문이다.
여행에서조차 일정을 빡빡하게 짜서 계획대로 행동하기보단 느긋하게 일어나서 그날 그날 끌리는대로 행동하는 편이다. 그래서 한 도시에 오랫동안 머무는 것을 좋아한다. 자연스럽게 1년에 한 달은 내가 원하는 나라, 원하는 도시에 가서 살아보고 싶은 꿈이 생겼다.
어떻게 하면 이 꿈을 현실로 만들수 있을까?
생각하던 중 "디지털 노마드"를 알게 되었다.
노트북 하나만 들고 어디로든 떠날 수 있는 삶. 그야말로 내가 꿈꾸는 삶의 모습이었다. 일반적인 직장인으로 살면 1년에 한 달 여행은 거의 불가능하니, 디지털 노마드로 살 수 있는 기술을 익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하다 보니 재테크에 관심 가지게 되었고, 블로그도 시작하게 된 것이다.이게 나의 시작이었는데 너무 오랫동안 이 마음을 잊고 살았다.
나는 미래의 성취를 위해 현재의 행복을 미루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바로 바로 하는 것이 좋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지금 당장 원하는 것만 하면서 살고 싶어도 그렇지 못하는 경우가 아주 많기 때문에,
할 수 있으면 바로 해야 한다.
그렇게 보면 나의 가치관과 파이어족은 정 반대라고 할 수도 있겠다. 파이어족이야말로 10년 뒤 은퇴를 목표로 현재를 극단적인 절약과 극단적인 노동으로 채우는 것이니까. 오히려 은퇴가 늦어지더라도 조금은 여유롭게, 1년에 한 달은 여행다니면서 보내는게 내 가치관과 더 맞는 것이 아닌가?
여행이 좋아서, 1년에 한 달은 자유롭게 살고 싶어서 시작했던 N잡이 어느새 돈을 더 많이 벌어야겠다는 목표로 변질되었다. 그러다보니 일을 하면서도 의욕이 나지 않았다. 돈은 많이 벌었지만 전혀 신나지 않았다. 애초에 나의 목적은 돈이 아니었기 때문임을 이제야 깨달았다.
나도 당연히 돈을 좋아한다. 한 가지 일이 아닌 여러가지 일을 하는 N잡러의 삶도 재밌다. 하지만 지나친 욕심으로 원래의 목적을 잊어갈때 나는 불행해졌다.
나는 일상에 여유가 있을 때 행복을 느낀다. 바쁘게 살면서 월 천만원을 버는 것보다, 시간의 여유를 두면서 월 300만원을 버는게 더 행복한 사람이다.그런데 내가 관심 있는 분야가 재테크/경제이다보니 가치관에 혼란이 왔다.
재테크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더 많은 돈을 위해 현재를 희생하는 것을 택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누가 옳고 누가 틀리다는 것이 아니다. 다만 나에게 더 맞는 방향이 어느 쪽인지가 중요한거다.
재테크 블로거이면서 돈보다 시간적 여유를 선택한다는건 어떻게 보면 모순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결국 사람들이 돈을 많이 벌고 싶은 이유는 시간적 자유를 얻고 싶어서이니, 그 끝은 같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