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독하지 않는 독서의 완전함에 대하여
독서가 어렵다는 사람을 만났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한 문장을 읽을 때마다
다른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서
첫 페이지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이유에서였다.
그 사람은 하나의 책을 완독하길 원한 것일 테니
그런 독서습관을 고충으로 느끼는 마음은 충분히 이해가 됐다.
하지만 정확히는,
그 사람 개인이 설정한 목표와의 괴리감을 이해한 것이지,
그런 독서습관 자체를 고충으로서 완전히 공감한 것은 아니었다.
사실 나는 책을 읽으면서
"완독해야지"라는 강박을 가져본 적이 없다.
주의력 결핍장애라던가 하는 병리적인 문제의
치료 차원에서 하는 노력이라면 필요성이 있다 하겠지만,
정상적인 사고처리가 가능하고, 조금 다르거나
독특한 방법일지라도 본인만의 세상을 구축하고
건강하게 표현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굳이?"
"완독에 집착할 필요가 있을까?"
"책을 읽는 행위에 있어서 그게 중요할까?"
싶은 순수한 의문이 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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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독서할 때 전체 문장을 다 거치긴 하지만
자연스레 눈에 걸리지 않는 것들은 흘려보내면서 속독하는 스타일이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눈에, 마음에, 머리에,
어떤 토픽이 턱 하니 얹혀서 내려가지 않을 때가 있다.
그때부터는 나도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쉽게 페이지를 넘기지 못한다.
심지어 관련된 생각이 멈추지 않아서
그 한 페이지에서 두세 시간 이상을 머무르는 일도
빈번하기까지 하다.
그리고 그런 날은 생각만 하다 새벽을 다 새우고
뒤늦은 잠을 청하게 된다.
하지만 몸을 누이면서도,
미처 못 읽은 나머지 페이지들과
보내버린 시간이 아쉽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다.
오히려 형용할 수 없는 뭔가가 해소된 기분이 들면서
개운하고 흐뭇한 마음으로 잠이 든다.
그리고 대개의 경우,
그 하나의 페이지에서 얻은 충만한 기분을 끝으로
그 책은 다시 들여다보지 않고
기분 좋게 작별하는 수순을 거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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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전자책으로 자주 보다 보니 그 예로 들자면,
우선 카테고리를 쭉– 훑으며
관심 가는 '제목'과 '표지'의 책을 눌러본다.
이게 1차 관문이다.
그런 다음 '목차'와 '작가의 말' 등을 본다.
이 2차 관문에서도 나의 흥미를 끈다면,
"축하드립니다. 무해님의 서재에 추가되었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다섯 권에서 열 권 정도의 책을 다운로드해 놓는다.
우선 대충 열 권의 요약집은 다 읽어본 기분이 든다.
벌써 마음이 든든하다.
그러면 그중 1/3은 완독하고,
또 다른 1/3은 위와 같은 패턴으로 흘려보내며,
나머지 1/3은 읽지 못하고 다음을 기약한다.
나는 이렇듯 허술한 방법을 갖고 있지만,
내가 독서를 잘 못하는 사람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런 내 모습에만 빗대어 생각해 봐도,
쉽사리 완독하지 못한다고 해서 독서를 잘 못하는 사람이라고 느껴지진 않는다.
그저 섬세하게 책을 읽는 것이 잘 맞는, 단순한 독서 성향의 차이일 뿐이거나
어쩌면 더 긍정적으로는, 이미 스스로 다양한 사고를 생성해 낼 수 있는 능력이 충분히 발달하여
굳이 책에서 뭔가를 찾지 않아도 '생각보따리'가 든든한 그런 사람일 거라고 생각해 볼 수도 있다.
다독도 속독도 물론 좋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나는,
독서에서 그보다 중요하고,
가장 중요한 것은,
'얼마나 깊고 다양한 생각을 하면서 읽느냐'
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서,
한 권을 후루룩 별생각 없이 읽어내는 것보다
단 한 문장을 읽더라도 그 안에서 뭔가 생각하고 얻어 가는 것이 있다면,
그것만으로 이미,
당신도 나도 독서의 참의미를 잘 누리고 있는 사람이지 않을까.
누군가에게는,
완독하지 않는 독서가 가장 완전할 수도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