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드의 HR 커피챗 시리즈
[Edited by iid the HRer]
※ 내가 쓰는 글들은 개인적인 경험과 고민을 바탕으로 한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니, 편하게 봐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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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R은 언제나 혼란의 한가운데에 있다. 제도는 준비되어 있지만, 조직은 그 제도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수치는 명확하게 존재하지만, 결정은 늘 감정과 타이밍에 따라 이뤄진다. 그래서 HR을 오래 하다 보면 한 번쯤은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이게 이상한 건가?”
“우리가 설계를 잘못한 걸까?”
“왜 원칙이 통하지 않는 걸까?”
하지만 이제는 질문을 바꿔야 한다. “이 모든 감정적 판단은, 애초에 그렇게 작동하도록 만들어진 구조가 아닐까?” 사람은 계산기처럼 판단하지 않고, 조직은 교과서처럼 매뉴얼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의사결정은 가끔이 아니라 항상, 비합리적인 조건 속에서 일어난다.그렇다면 HR이 해야 할 일은 ‘감정을 없애고 원칙을 세우는 일’이 아니라, 그 감정이 왜 그렇게 작동하는지를 이해하고, 그 안에서도 질서를 만들어내는 일이다.
이를 위해 HR은 이제 경영학의 오래된 이론 네 가지를 다시 꺼내 들어야 한다. 이 이론들은 사람들이 왜 그렇게 판단하고, 조직이 왜 그렇게 움직이며, HR은 그 안에서 어떤 균형을 만들어야 하는지를 설명해주는 현실 해석의 언어다.
– Bounded Rationality: 우리는 모든 걸 알 수 없기에, 최선을 모른 채 선택한다
우리는 HR 현장에서 이런 장면을 자주 마주한다.
“시장 데이터상 이 연차엔 이 연봉이 맞는데요…”
“그건 알지만, 그냥 올려줘요. 이번에 진짜 열심히 했잖아요.”
가이드라인은 정리돼 있고, 성과표도 준비돼 있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 순간, 대표는 전혀 다른 기준을 꺼내든다. 이럴 때 HR은 혼란에 빠진다.
“원칙이 없어서 그런가?”
“이게 감정적인 결정은 아닐까?”
“제도를 다시 설계해야 하나?”
하지만 실제로는, 이 모든 게 감정이나 감각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일 수 있다. 사람은 애초에 모든 정보를 갖고, 가장 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존재가 아니다. 불완전한 정보, 제한된 시간, 복잡한 상황 속에서 우리는 늘 ‘지금 당장 감당할 수 있는 선택’을 한다. 이때 필요한 해석의 언어가 바로 제한된 합리성(Bounded Rationality)이다. 허버트 사이먼은 이미 1957년 『Administrative Behavior』에서 이 개념을 제시하며, 기존 경제학이 전제하던 ‘완벽한 판단 구조’에 이론적으로 반기를 들었다.
허버트 사이먼(Herbert A. Simon)은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이자, 현대 조직행동이론의 기초를 세운 인물이다. 그는 ‘완전한 정보와 판단’을 가정한 기존 경제학의 전제에 의문을 제기했다. 사이먼은 현실 속 인간은 정보의 제약, 시간의 압박, 인지 역량의 한계 속에서 판단을 내리며, 이로 인해 ‘최선의 선택’보다는 충분히 괜찮은(Satisficing) 선택을 한다고 보았다.
즉, 사람은 아래와 같은 제약을 가진다:
인지적 한계: 모든 대안을 동시에 인식하고 비교할 수 없다.
정보의 불완전성: 어떤 선택이 최선일지 판단할 수 있는 충분한 정보가 없다.
시간과 비용의 제약: 결정은 마감 시간과 자원의 한도 내에서 이루어진다.
이러한 전제를 기반으로 사이먼은 제한된 합리성(Bounded Rationality) 개념을 정립했다. 이는 인간이 현실에서 합리성을 유지하려는 방식이며, HR 제도 설계나 운영에서도 반드시 고려되어야 할 근본적인 전제다.
채용에서의 ‘촉’ 기반 판단 많은 초기 스타트업은 지원자의 스펙이나 경험보다 “느낌이 좋다”, “이 친구는 우리랑 맞을 것 같다”는 정성적 판단으로 채용을 결정한다. 이는 비합리적인 게 아니라, 정보 부족 상황에서의 실질적 보완 메커니즘이다.
성과 평가의 모호성 성과 기준표가 있음에도, “이번 분기는 좀 힘들었으니까…” “팀워크는 좋았으니 이 정도는 줘야지” 같은 정성적 요소가 개입된다. 정량적 평가조차 정서적 해석과 타협을 기반으로 진행된다.
보상 결정의 예외 적용 시장가, 연봉 테이블이 존재하지만, “얘는 꼭 붙잡아야 하니까 예외로 인상”, “저 친구는 다른 데서 제안 받았대요” 식의 대응이 자주 발생한다. 제도는 있지만, 판단은 늘 ‘지금 가능한 최선’으로 이루어진다.
제한된 합리성은 피해야 할 비효율이 아니라, HR의 판단 구조를 이해하기 위한 전제 조건이다.
✅ 모든 결정은 제한된 정보 위에서 이루어진다 → 기준이 아닌 감정, 숫자보다 관계가 더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 제도는 가이드일 뿐, 판단은 현실 위에서 조율된다 → ‘정해진 대로’ 하지 않는 게 아니라, 그때그때 감당 가능한 판단이 내려지는 것.
✅ HR은 이 한계를 줄이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 기준을 시각화하고, 사례를 축적하며, 합리의 최소 단위를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HR의 본질은 ‘정답을 만드는 일’이 아니라, 불완전한 현실에서도 반복 가능한 구조를 만드는 일이다. 그 구조 안에서 우리는 매번 최선이 아닌 충분히 괜찮은 선택을 하고 있는 것이다.
– Organized Anarchy: 규칙은 있지만, 실제 행동은 그 밖에서 이뤄진다
스타트업 HR을 하다 보면, 이런 장면이 익숙해진다.
“우린 왜 이렇게 일이 즉흥적으로 흘러가지?”
“왜 회의는 많은데 결정은 안 나는 거지?”
“기준은 만들었는데, 아무도 안 따르네…”
실제로는 분명 평가 제도도 만들었고, 면담 주기도 정해놨고, 운영 프로세스도 설계해뒀는데 막상 현실에서는 아무도 그것을 따르지 않는다.
“그건 알죠. 근데 지금 그거 할 타이밍이 아니에요.”
“이번 분기엔 다 예외라 생각하시면 돼요.”
“이번엔 대표님이 직접 하신다고 해서요…”
회의는 많은데 결론은 없고, 기준을 세워도 어느 순간 사라지고, 설계한 시스템은 현실에서 번번이 밀려난다.
이럴 때 HR은 자문하게 된다.
“제도를 너무 일찍 만든 걸까?”
“아직 조직이 미성숙한 탓일까?”
“혹시 우리만 이렇게 혼란스러운 건 아닐까?”
하지만 이건 단순한 실천력이나 성숙도의 문제가 아니다. 조직은 애초부터 일관된 기준으로 움직이지 않도록 만들어져 있을 수 있다. 중심은 없다. 흐름은 중첩된다. 기준은 명확하지만, 작동은 모호하다. 이게 바로 ‘조직화된 무질서(Organized Anarchy)’가 설명하는 조직의 모습이다.
‘조직화된 무질서(Organized Anarchy)’는 마이클 코헨(M.D. Cohen), 제임스 마치(J.G. March), 요한 올센(J.P. Olsen)이 1972년 발표한 논문 「Garbage Can Model of Organizational Choice」에서 제시한 개념이다. 이 모델은 특히 대학이나 병원, 스타트업 같은 ‘복잡한 조직’에서의 의사결정을 설명할 때 자주 사용된다.
조직화된 무질서의 3가지 전제는 다음과 같다:
문제와 해결책이 일치하지 않는다: 문제는 있지만, 그에 딱 맞는 해결책이 있는 건 아니다.
참여자들이 유동적이다: 누가 결정을 내리는지, 언제 책임지는지가 고정되어 있지 않다.
목표조차 불분명하다: 명확한 기준 없이 ‘좋은 게 좋은 거’ 식의 판단이 많다.
즉, 의사결정은 명확한 절차를 따르기보단, ‘문제–해결책–결정권자–타이밍’이 우연히 동시에 만나는 순간에 이루어진다. 이처럼 조직은 표면적으로는 규칙과 제도를 갖고 있지만, 실제 행동은 그 틀과 무관하게 사람, 감정, 우연성에 따라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성과평가 시즌의 ‘대표님 직진’ – “이번엔 내가 직접 다 만나서 결정할게요.” 평가제도 설계도 했고, 평가자 교육도 마쳤는데, 대표가 갑자기 평가 기준을 바꾸는 일. 이때 구성원들은 혼란스러워하면서도 익숙하다는 듯 받아들인다.
조직개편은 했지만, 여전히 ‘옛날 팀’으로 움직이는 현상 – 직책도 팀 구조도 새로 정했지만, 여전히 옛 리더에게 보고하고, 실무는 구조 바뀌기 전처럼 돌아간다. 이름만 바뀌고 실질은 유지되는 셈이다.
‘제안은 많지만 실행은 없는’ 아이디어 미팅 – 모두가 새로운 제도를 제안하고, 가이드라인을 작성하지만, 실제로는 아무것도 실행되지 않는다. 말과 문서는 남지만, 행동은 움직이지 않는다.
스타트업의 의사결정은 늘 이상적 절차가 아닌 사람 중심의 비선형적 흐름에서 이뤄진다.
✅ 구조는 명확하지만 실행은 감정 기반일 수 있다 → 표준 운영 프로세스가 있어도, 실제 결정은 ‘그날의 감정’과 ‘관계 흐름’이 좌우한다.
✅ 제도는 설계됐지만, 행동은 그걸 따르지 않는다 → 무질서를 비판하기보다, 그 안에서 반복 가능한 흐름을 식별해야 한다.
✅ HR은 ‘질서’를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무질서 속의 패턴’을 읽어야 한다 → HR의 역할은 문서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작동하는 방식을 기록하고 조율하는 일이다.
현실의 조직은 이상적인 기계가 아니라, 불완전하지만 살아 움직이는 생물에 가깝다. 그리고 그 안에서 HR은 현실을 있는 그대로 인식하는 감각이 필요하다.
– Behavioral Economics by Daniel Kahneman & Amos Tversky
조직에는 수많은 데이터와 수치 기반의 기준이 존재한다. 채용 평가지표, 역량 모델, 성과 리포트, 리더십 스코어… 그런데 막상 판단이 필요한 순간이 오면, 이상하게도 그 기준들은 옆으로 밀려난다. 회의실에서는 이런 말이 반복된다.
“실적은 괜찮은데, 팀 컬처랑 좀 안 맞는 것 같아요.”
“B가 성과는 좋은데… 리더십 점수가 낮은 게 좀 걸려요.”
“이번에 연봉 줄이면, 퇴사할지도 몰라요.”
“이분, 스펙은 완벽한데 뭔가 느낌이 애매해요.”
수치는 보고되지만, 결정은 결국 숫자 밖에서 이뤄진다. 그리고 그 판단은 아주 자주 ‘기분’, ‘예상 반응’, ‘인상’, ‘조직 분위기’ 같은 요소에 기댄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사람들은 묻는다. “이러려고 우리가 기준을 만든 건가?” 하지만 이건 기준이 틀린 게 아니다. 사람이 그렇게 판단하는 존재라는 걸 이해하지 못한 탓이다.
행동경제학(Behavioral Economics)은 전통경제학이 말하던 ‘합리적 인간’ 모델에 반기를 들며 시작됐다.
다니엘 카너먼(Daniel Kahneman)과 아모스 트버스키(Amos Tversky)는 『Thinking, Fast and Slow』에서 인간의 사고가 다음 두 가지 시스템으로 작동한다고 설명했다.
System 1: 빠르고 자동적이며 감정적인 사고
System 2: 느리고 분석적인 이성적 사고
우리는 대부분의 일상에서 System 1, 즉 직관과 감정으로 판단한다. 그리고 그 판단은 다음과 같은 심리적 메커니즘에서 출발한다.
손실 회피(Loss Aversion)
- 사람은 같은 금액의 이득보다 손해에 훨씬 더 민감하다.
- 예: 성과급 200만 원을 받는 것보다, 기대했던 300만 원을 못 받는 게 더 큰 배신감이 된다.
앵커링 효과(Anchoring Effect)
- 처음 접한 수치가 이후 판단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준다.
- 예: 이전 연봉이 7천인 후보자에게 시장 평균 6,500 제안 시, 오히려 손해로 느껴진다.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
- 첫인상이 좋으면 실적도 좋게 해석하고, 반대도 마찬가지다.
현재 상태 유지(Status Quo Bias)
- 기존 평가 등급을 바꾸는 것 자체가 심리적으로 불편하다.
불확실성 기피(Ambiguity Aversion)
- 애매한 지원자보다, 익숙한 인상을 주는 사람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프레이밍 효과(Framing Effect)
- 같은 결과도 표현 방식에 따라 전혀 다르게 반응한다.
- 예: “성과급 200만 원 지급” vs “목표 달성률 낮아 성과급 삭감” → 결과는 같지만 감정은 다르다.
이러한 인지 편향과 감정 기반 판단은 스타트업 HR 일상 곳곳에 나타난다.
성과급 불만은 ‘기대–현실’의 심리적 간극에서 생긴다 성과급 산정은 명확해도 “기대보다 적다”는 감정이 강하면 불만이 폭발한다. 문제는 금액이 아니라 ‘심리적 프레임’이다.
채용 오퍼 협상에서 데이터보다 ‘기존 연봉’이 더 큰 기준이 된다 시장 데이터는 참고일 뿐, 후보자는 본인의 과거 연봉을 기준 삼는다.
리텐션에선 숫자보다 감정적 메시지가 더 강하게 작용한다 퇴사 의사를 보인 구성원에게 500만 원을 더 주는 것보다, “당신이 팀에 꼭 필요한 사람”이라는 말이 잔류 요인으로 작용한다.
AI 기반 채용 툴도 사람의 감정적 신뢰를 넘어서진 못한다 실제로 어떤 회사는 표정, 언어, 성향을 분석해 점수를 매기는 AI 채용 툴을 도입했지만, 점수 1등이 실무에서 부진하고, 점수 하위권이 성과를 내면서 신뢰를 잃었다. 결국 시스템은 “참고용”이 되었고, 면접관의 감각이 다시 판단 기준이 됐다.
행동경제학은 HR의 설계와 커뮤니케이션에 핵심적인 통찰을 제공한다.
✅ 감정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감정 위에서 작동할 구조를 짜야 한다 → 사람은 원래 이성적이지 않으므로, 제도는 감정을 고려한 설계여야 한다.
✅ 구성원의 감정이 요동치는 ‘타이밍’을 사전에 파악해야 한다 → 연봉협상, 승진 발표, 평가 시즌 등 감정 반응이 예측되는 순간이 중요하다.
✅ 그 타이밍에 시스템이 ‘신뢰’를 줄 수 있도록 구성해야 한다 → 숫자보다 신뢰가 먼저 움직이므로, 전달 구조와 시점이 관건이다.
✅ 수치는 해석되기 때문에, ‘해석의 여백’까지 함께 설계해야 한다 → 같은 수치라도 표현 방식에 따라 받아들이는 감정은 전혀 다르다.
그래서 HR은 단지 정책을 설계하는 사람이 아니다. 조직이 숫자로 말할 때, 사람들이 감정으로 듣는다는 사실을 전제로 그 구조가 어떻게 받아들여질지를 함께 설계하는 사람이다.
"왜 내 등급은 그대로지?",
"그 사람 감정 상하지 않게 말해줘야 해요."
이 말들 속에는 수치가 아니라 감정이 있다. HR이 감당해야 할 역할은 바로 그 감정과 구조 사이의 인터페이스를 만드는 일이다. 숫자보다 감정을 먼저 이해하라. 그 위에서만, 구조는 비로소 작동하기 시작한다.
– Compensation as a Social Contract
HR이 다루는 영역 중 ‘보상’만큼 명확해 보이는 것도 없다. 연봉, 성과급, 인센티브… 전부 숫자다. 수치로 비교되고, 테이블로 설계되고, 기준으로 설명된다. 그래서 우리는 늘 말한다.
“시장 데이터에 맞춰 조정했습니다.”
“성과 기준에 따라 공정하게 지급했습니다.”
하지만 구성원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반응한다.
“쟤보다 내가 더 열심히 했는데, 왜 내가 적어요?”
“연봉은 올랐는데, 존중받는 기분이 안 들어요.”
이 모든 말들의 공통된 메시지는 하나다. “숫자는 내 마음을 설명해주지 못해요.” 보상은 명확한 숫자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사람의 마음속 ‘정서적 손익계산서’에 따라 받아들여진다. 그리고 이 감정의 계산은 때로 어떤 기준보다도 강력하게 판단과 행동을 좌우한다.
보상은 단순히 금전적 거래가 아니다. 조직 구성원은 자신이 조직에 제공한 가치와 조직이 자신에게 제공한 보상 사이에서 일종의 ‘심리적 균형’을 느끼려 한다. 이 과정을 심리학과 조직행동 이론에서는 ‘사회적 교환’ 혹은 ‘심리적 계약(psychological contract)’이라고 부른다.
다음과 같은 심리 구조가 보상에 작동한다.
기대와 현실의 간극
타인과의 비교와 상대적 위치 인식
과거 기여에 대한 감정적 정산
조직이 자신을 어떻게 대우하는지에 대한 신호 해석
대표 이론은 다음과 같다.
공정성 이론(Equity Theory): 사람은 자신이 받은 보상이 타인의 보상과 비교해 공정한지 여부를 매우 민감하게 판단한다.
심리적 계약 이론(Psychological Contract Theory): 구성원은 조직과의 관계에서 공식적인 계약서 외에도 감정적, 기대적 교환관계를 형성하고 이를 지켜지길 바란다.
즉, 사람은 ‘돈’만 보지 않는다.그 돈이 ‘존중’인지, ‘무시’인지, 혹은 ‘보상의 타이밍’이 얼마나 정서적 맥락에 맞았는지까지 모두 감정의 기준으로 평가한다.
신규 채용자의 연봉이 기존 인력보다 높을 때 외부 시세에 맞춘 채용임에도 불구하고 내부 구성원은 다음과 같이 반응한다. “이제 와서 온 사람이 왜 나보다 더 받아요?” “우린 뭐 하면서 버틴 건가요?” 시장가보다 더 중요한 건, 내부에서 느끼는 정서적 타당성이다.
성과급 지급 이후 “왜 나만 이 정도죠?” 반응 실적 기준으로 산정된 성과급이라도 기대보다 적다고 느끼면 불만이 커진다. 숫자가 아니라 예상과의 차이가 감정을 만든다.
오래 근무한 구성원의 상대적 박탈감 오랜 기간 헌신했지만 외부 채용자보다 낮은 보상을 받을 때, “내가 이 회사에 바친 시간이 얼만데…” 보상은 현재의 성과뿐 아니라 ‘감정의 역사’를 반영해야 한다.
보상의 핵심은 ‘수치’가 아니라 ‘감정적 수용’이다. 그리고 그 감정은 구성원이 느끼는 정서적 타당성, 예측 가능성, 관계의 흐름 속에서 형성된다.
✅ 보상은 감정적 시그널이다 → 숫자보다 “당신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메시지가 더 오래 남는다.
✅ 사람은 보상의 액수를 기억하지 않고, 그때의 기분을 기억한다 → 수년 뒤에도 남는 건 “그땐 나를 존중해줬어”라는 기억이다.
✅ 기대 형성과 납득 가능한 설명이 중요하다 → 연봉 테이블을 공개하든, 피드백을 제공하든 구성원이 납득할 수 있는 감정적 장치가 필요하다.
✅ 보상은 고립된 숫자가 아니라, 관계의 흐름에서 작동한다 → 갑작스러운 보상 변화는 감정을 흔든다. 사전 예고, 맥락 설명, 피드백이 함께 가야 한다.
보상은 결국 관계의 언어다. 숫자는 기준이 될 수는 있어도, 사람의 마음을 납득시키지는 못한다. HR이 해야 할 일은 '숫자만 맞추는 보상'이 아니라, ‘감정의 흐름 속에서 작동하는 관계의 신호’를 설계하는 것이다. 숫자가 아니라, 사람과의 관계를 다루는 일. 그것이 HR이 보상에서 진짜 감당해야 하는 영역이다.
스타트업 HR을 하다 보면 늘 익숙한 질문에 부딪힌다.
“왜 이력서보다 느낌이 먼저일까?”
“왜 기준을 만들어도 사람마다 다르게 해석할까?”
“왜 데이터를 가져다줘도 대표는 움직이지 않을까?”
“왜 제도가 있어도 결국 감정이 결정의 앞자리를 차지할까?”
이럴 때 우리는 쉽게 말한다.
“스타트업이라서 그렇다.”
“아직 작고 빠르니까 어쩔 수 없다.”
“대표 성향 탓이다.”
하지만 이건 특정 조직의 특수성이나 성장기의 문제만은 아니다. 그리고 지금 갑자기 등장한 현상도 아니다. 우리가 지금 겪고 있는 이 모든 판단의 흔들림은 수천 년 전부터 반복되어온 인간 조직의 본질적 조건이다.
허버트 사이먼은 말했다."인간은 언제나 최적이 아닌, 그나마 괜찮은 선택을 한다.”
→ 우리는 늘 제한된 합리성 속에서 일한다.
카네기 멜론의 조직이론가들은 말했다. “조직은 명확한 질서가 아니라, 흐릿한 흐름 속에서 결정이 이뤄진다.”
→ 인사제도는 있어도 실행은 늘 조직화된 무질서로 나타난다.
카너먼과 트버스키는 말했다.“인간은 논리보다 손실 회피 본능에 따라 행동한다.”
→ 구성원의 반응은 언제나 수치보다 감정, 스토리, 맥락에 민감하다.
수많은 심리학자들은 말했다. “보상이란 수치가 아니라, 사회적 교환이다.”
→ 연봉의 숫자가 아닌, 그 숫자에 담긴 관계와 느낌이 충성심과 이탈을 나눈다.
이 모든 이론은 하나의 사실을 보여준다. 사람은 언제나 비합리적인 방식으로 판단하고 행동해 왔다. 그러니 지금 우리가 맞닥뜨리는 수많은 HR의 혼란들(감정적 채용, 애매한 평가, 설득되지 않는 보상, 움직이지 않는 리더)이건 결코 이상하거나 특별한 일이 아니다. 그저, 아주 오래전부터 반복되어온 판단의 패턴이 지금 우리 조직 안에서 다시 나타나고 있는 것일 뿐이다.
비합리적인 조건 안에서도 돌아갈 수 있는 질서를 만드는 사람이다. 우리는 지금도 불완전한 정보와 제한된 시간, 주관적인 해석과 혼란 속에서 최대한 덜 틀리는 선택을 만들어가려 애쓰고 있다. 그 구조 안에서 HR이 해야 할 일은 정답을 찾는 게 아니라, 그 혼란 속에서도 작동 가능한 기준과 흐름을 세우는 일이다.
예측 가능한 흐름을 만들고
감정이 폭주하지 않도록 장치를 설계하고
대표의 직관과 구성원의 현실 사이를 잇는 언어를 발명하고
조직이 덜 흔들릴 수 있도록, 불완전한 판단을 감당할 수 있는 구조를 짜는 것
이건 대단한 기술이나 정답의 문제가 아니다. 사람을 이해하는 언어의 문제이며, 그 언어를 구조화하는 감각의 문제다. 이제 질문을 바꿔야 한다.
“왜 이렇게 감정적으로 움직이지?”가 아니라 “이 감정 속에서도 어떤 질서를 만들 수 있을까?”
“왜 대표는 말을 안 들을까?”가 아니라 “대표가 감당 가능한 판단의 구조는 무엇인가?”
우리는 지금 스타트업의 혼란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인류가 늘 반복해온 판단의 역사 위에 서 있는 것이다.
그러니 낙담할 것이 아니라, 그 감정과 맥락, 구조적 비논리 위에서도 작동 가능한 인사 기준을 우리가 직접 그려내야 한다. 그게 지금 HR의 실력이며, 경영이론과 현실을 연결할 수 있는 감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