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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d] 한국 보상 데이터 숫자는 있지만 기준은 없다

이드의 HR Quicknote

by iid 이드

[Edited by iid the HRer]

※ Quicknote는 '스타트업HR모험기'의 쇼츠(Shorts) 버젼으로 개인적인 경험/고민을 바탕으로 작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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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Job-based Structure’가 명확히 자리 잡았다. 직무와 레벨에 따라 기대 성과와 급여 범위가 정교하게 정의되어 있으며, Glassdoor, Levels.fyi, Radford 같은 플랫폼에서도 포지션별 평균 연봉이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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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급여 협상은 '범위 내 조율'로 자연스럽게 수렴된다. 구조가 명확하기에 협상은 감정이 아니라 기준 안에서 이루어진다.


반면 한국은 여전히 공채-연차 기반의 보상 설계가 주류다. 같은 포지션이라도 연차, 입사 루트, 직무 외 활동 등 비공식적 요소에 따라 급여가 결정되며, 직무–보상 간 매핑 자체가 구조적으로 어렵다.

PO, 마케터, 개발자 등 동일 직무에서도 연차 대비 편차가 매우 큼

인사팀조차 “시장가가 얼마냐”는 질문에 명확한 수치를 제시하기 어렵다

많은 스타트업은 ‘시장가’보다 “우리 기준”에 따라 급여를 설정하는 경우가 많음



한국 시장 데이터의 현실 ― 숫자는 있지만 기준은 없다

한국에도 다양한 시장 데이터가 존재한다.

원티드 연봉 리포트

사람인, 잡코리아 연봉 현황

오픈서베이, VC 인사이트 기반 스타트업 연봉 분포

블라인드의 업계별 연봉 인증 정보

그러나 이 데이터들은 치명적인 한계를 갖는다.


✅ 폐쇄형 구조: 밖에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한국 보상 체계의 가장 큰 특징은 투명하지 않다는 것이다. 회사마다, 직무마다, 레벨마다 실제 보상 기준은 다르지만 외부에는 드러나지 않는다.

예를 들어 대기업 B사의 마케팅 조직은 브랜드, 퍼포먼스, CRM 등 6개 역할로 나뉘어 있는데, 외부 채용 공고나 연봉 데이터에는 그냥 “마케터” 한 줄로 표시된다. 이 구조에선 ‘마케터’라는 말만으로 그 사람의 실제 역할, 책임, 보상 수준을 가늠할 수 없다. 숫자는 있지만, 해석할 수 있는 기준이 없다.


✅ 표본 왜곡: 데이터는 많은데, 실제와는 다르다

한국에서 연봉 데이터를 수집하는 방식도 구조적 한계를 갖고 있다.

주요 보상 데이터는 대부분 적극적 이직자 중심으로 수집되며, 장기 재직자의 보상 수준은 반영되지 않는다.이직을 준비하는 사람은 대개 협상용으로 높은 수치를 제출할 가능성이 높고, 실제보다 부풀려진 데이터가 축적된다.

그러니 ‘시장 평균’이라 불리는 수치가, 실제론 시장의 착시가 되는 경우가 많다.


✅ 역할 구분 없음: 직무는 있지만 책임은 없다

많은 조직에서 ‘마케터’, ‘기획자’ 같은 타이틀은 존재하지만, 그 안에 어떤 책임과 KPI가 포함되는지는 정의되어 있지 않다.

예를 들어 어떤 스타트업은 PO 타이틀을 쓰지만 실제로는 단순 운영관리만 수행하는 경우가 있다.
직책만 던져진 채, 역할의 무게도 없고, 책임의 경계도 없다. 그러다 보니 같은 PO라도 어떤 사람은 전략 수립까지 책임지고, 어떤 사람은 일정 관리만 한다.

구조 없는 타이틀은 기준 없는 보상으로 연결된다.


✅ 타이틀 불일치: 직책은 큰데, 역할은 작다

한국 보상 구조의 또 하나의 특징은 타이틀과 실제 역할의 불일치다.

예컨대 어떤 스타트업에서는 ‘팀장’ 타이틀을 받은 직원이 실제로는 팀원 없이 혼자 일하고 있고, 대기업에서는 팀장이라 하면 보통 3~5명을 리드하는 게 기본이다. 문제는 내부 기준이 아니라 외부 타이틀을 기준으로 연봉 협상과 포지셔닝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결국, 역할에 따라 보상을 설계하는 게 아니라, 타이틀에 따라 보상이 왜곡된다. 그래서 연봉은 높지만 역할은 낮고, 타이틀은 크지만 책임은 없는 구조가 반복된다.


한국의 시장 데이터는 연봉 숫자는 있어도, 역할 정의가 없다. '마케터'라는 직무명만으로는 퍼포먼스 마케팅, 콘텐츠 마케팅, CRM, 브랜드 매니지먼트 등 세부 역할을 구분할 수 없다. 결국 데이터 자체보다, 그 데이터를 해석할 수 있는 기준이 한국 시장에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기준(레벨링) 없이 시장 데이터는 존재할 수 없다

미국에서 시장 데이터가 작동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레벨링(Leveling)"이라는 명확한 기준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직무별로 레벨 정의

레벨에 따라 기대 역할, KPI, 영향력 범위 구체화

레벨 기준을 기반으로 보상 설계

시장 데이터는 자연 발생이 아니라, 기준(레벨링)을 통해 구조화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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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레벨 기준이 있기 때문에 Glassdoor, Levels.fyi, Radford 같은 플랫폼에서도 데이터가 비교 가능하고, 협상은 '범위 내 조율'로 이루어질 수 있다. 시장 데이터는 자연 발생한 것이 아니다. 기준(레벨링)을 통해 구조화된 결과다.


Korn Ferry(콘페리), Mercer(머서) 같은 글로벌 HR 컨설팅 기업들이 지금도 살아남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들은 단순히 급여 데이터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직무별 레벨링 설계와 보상 체계 정의(Compensation Framework) 를 함께 제공한다.


한국에서는 '시장 평균'을 따라가기보다 조직 내부에서 역할과 기준을 스스로 정의해야 한다. 기준 없는 숫자는 방향을 만들지 못한다. 구조 없는 데이터는 조직을 설계할 수 없다. 진짜 필요한 것은 "얼마를 주느냐"가 아니라, "우리는 어떤 역할에 얼마의 가치를 부여하는가" 를 명확히 조율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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