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iid] 절대평가 이후, 보상은 어떻게 결정해야 할까

이드의 HR 커피챗 시리즈

by iid 이드

[Edited by iid the HRer]

※ 내가 쓰는 글들은 개인적인 경험과 고민을 바탕으로 한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니, 편하게 봐주면 좋겠다.

✅ '비즈니스 미팅 / 커피챗 w iid' ( 신청 링크 )




최근 한 지인이 첫 인사평가를 도입했다. 절대평가 방식을 택했고, 최종 리뷰 등급까지는 무사히 나왔다. 그런데 막상 그다음 질문에 부딪혔다.

“이제 보상은 도대체 어떻게 결정하지?”


이 순간부터 고민은 훨씬 복잡해진다. 단순히 연봉을 몇 퍼센트 올려줄지, 혹은 성과급을 얼마나 나눠줄지의 문제가 아니다. 평가라는 제도를 조직 안에서 어떤 방식으로 보상 구조와 연결할 것인지, 그리고 그것이 결국 회사의 성과와 생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묻는 본질적인 질문이 된다.


결국 보상은 돈으로 표현되지만, 그 뒤에는 조직의 철학과 운영 구조가 자리한다. 누군가에게는 공정성을 보여주는 장치가 되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동기부여의 수단이 된다. 하지만 동시에 회사 입장에서는 장기적인 비용 부담이자 리스크 관리의 문제이기도 하다.


특히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이 이 대목에서 막연함을 크게 느낀다. 평가 자체는 비교적 단순하게 도입할 수 있다. 양식을 만들고, 등급을 매기고, 리뷰 세션을 진행하면 결과는 나온다. 하지만 그 결과를 현금 흐름·재원·조직문화·대표의 철학과 엮어 실제 보상안으로 풀어내는 일은 훨씬 복잡하다. 그래서 많은 경우, “평가는 했는데 보상은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라는 딜레마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재원(budget) 확정 – 보상은 ‘돈’에서 출발한다

보상 논의에서 가장 먼저 짚어야 할 것은 바로 재원(budget)이다. 보상은 결국 돈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평가가 잘 이루어졌다 해도, 그 결과를 실제 보상으로 연결할 수 있는지 여부는 재원이 뒷받침되느냐에 달려 있다. 그런데 이 재원 산정 방식에는 크게 두 가지 길이 있다.


① 재무계획에 따른 산정

첫 번째 방식은 매출, 비용, 투자 계획을 모두 고려한 재무계획 기반의 산정이다. 단순히 인상률 몇 퍼센트를 정하는 수준이 아니라, 회사의 경영 구조 전반을 이해하고 장기적으로 감당 가능한 수준을 계산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매출 구조에 대한 명확한 예측이 선행돼야 한다. 회사의 매출이 구독 기반인지, 프로젝트 단발성인지, 아니면 대형 고객 몇 곳에 집중된 구조인지에 따라 보상 여력이 전혀 달라진다. 예컨대 구독형 SaaS 비즈니스는 매출 흐름이 비교적 안정적이어서 인건비 증가를 계획하기 용이하지만, 프로젝트형 아웃소싱 비즈니스는 특정 분기에는 매출이 몰리고 또 다른 분기에는 거의 없는 경우가 많아 인건비 인상 부담이 더 크다.

비용 구조 역시 함께 고려해야 한다. 연구개발이나 마케팅에 큰 비용을 선제적으로 집행해야 하는 단계라면 인건비를 크게 늘릴 여유가 없다. 반대로 성숙기에 들어 안정적인 수익률이 확보된다면, 오히려 인건비 인상은 인재 확보와 유지의 핵심 수단이 될 수 있다.


또한 투자 계획과 자금 조달 상황도 빠질 수 없다. 외부 투자가 확정돼 단기적으로 현금 흐름이 여유롭더라도, 투자자의 요구 조건이나 다음 라운드 자금 조달 가능성에 따라 인건비 증가는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 단순히 지금 당장 돈이 있다는 이유로 인상 결정을 하면, 추후 투자 유치 실패나 매출 성장 정체 시기에 곧바로 부담이 되어 돌아온다.


이처럼 재무계획 기반 산정은 매출 예측, 비용 구조, 투자 계획, 경영 구조 전반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HR만의 영역이 아니라 경영진, 재무팀, 사업 부서가 함께 논의해야 가능한 방식이다. 이상적으로는 가장 합리적이지만, 이를 뒷받침할 데이터와 경영 시스템이 부족하다면 현실에서는 작동하기 어렵다는 점도 함께 기억해야 한다.


② 감과 일부 데이터에 의지한 산정

두 번째 방식은 감과 제한된 데이터에 의존한 산정이다. 특히 초기 단계 스타트업이나 작은 조직에서 흔히 나타난다. 이들은 대체로 재원(budget) 개념 자체가 부재하다. 손익계산서를 정리하는 것조차 벅찬 상황에서, 보상 재원을 따로 계산하기란 쉽지 않다. 결국 ‘정책적 결정’이라는 이름으로, 사실상 대표의 감에 의존한 숫자가 정해지는 경우가 많다.


“물가상승률 3%는 반영해야지.”
“작년 업계 평균이 5%였다더라.”
“우리 회사 작년 영업이익률이 2% 늘었으니 그만큼 올려주자.”

겉으로는 그럴듯한 논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장부와 연결되지 않은 추정일 뿐이다. 재무 계획과 연동되지 않은 보상은 언제든 현금흐름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표면적으로는 합리적인 계산 같아 보여도, 장부를 열어보면 회사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과는 거리가 멀다.


더 큰 문제는 이런 결정 방식이 반복되면, 보상 정책이 일관성을 잃는다는 것이다. 어떤 해에는 업계 평균을 기준으로, 또 어떤 해에는 대표의 기분이나 시장 분위기에 따라 숫자가 바뀐다. 구성원 입장에서는 왜 올해는 3%이고 내년은 5%인지 납득하기 어렵고, 결국 신뢰가 떨어진다.


실제로 많은 스타트업에서 이 함정에 빠진다. 빠른 성장과 채용 경쟁에 몰입하다 보면, 당장의 인재 확보를 위해 “일단 올려주자”라는 결정이 쉽게 내려진다. 그러나 매출 구조나 비용 구조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몇 년 안에 재무 부담이 누적되고, 결국 대규모 구조조정이나 인건비 동결로 되돌아오는 경우가 잦다. 따라서 감과 일부 데이터에 의지한 산정은 초기 단계에서는 불가피한 선택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조직의 신뢰와 생존을 동시에 흔드는 위험한 방식이 될 수 있다.



평가와 보상의 연결 – 꼭 묶어야 할까?

재원(budget)이 어느 정도 확보되었다면, 다음 고민은 곧바로 이어진다. 절대평가를 통해 등급이 나왔을 때, 그 결과를 보상과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이 질문에 대한 접근 방식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① 아예 안 묶는다 – 평가와 보상은 별개

첫 번째 방식은 평가와 보상을 아예 분리하는 것이다. 리뷰는 개인의 성장 피드백에만 활용하고, 보상은 전사 차원에서 정한 정책에 따라 일괄 적용한다. 예컨대 모든 직원에게 동일 인상률을 부여하는 방식이다.


이 접근의 가장 큰 장점은 불필요한 갈등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이다. 성과평가를 둘러싸고 “왜 나는 A인데 인상은 적냐?”라는 불만이 생기지 않고, 리뷰 자체가 본래 목적에 충실해진다. 피드백이 보상과 직결되지 않기 때문에 구성원들은 상대적 유불리를 따지는 대신, 성장 방향을 듣는 데 집중할 수 있다.


실제로 토스는 이 철학을 분명히 하고 있다. 토스는 성과를 회사 차원의 결과로만 평가하고, 그 성과를 만들어낸 것은 전 구성원이 똑같이 열심히 노력했기 때문이라는 전제를 둔다. 따라서 성과급이나 연봉 인상률도 모두 동일하게 적용한다. 이는 곧 “보상은 차별화가 아니라, 모두가 함께 만든 성과를 공평하게 나누는 것”이라는 메시지다. 리뷰는 오직 개인의 성장을 위한 피드백 장치로만 남아 있으며, 연봉과는 연결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 구조에서는 우수 인재가 “내가 더 기여했는데 왜 차이가 없나”라는 박탈감을 느낄 수 있고, 이는 장기적으로 동기부여 저하나 이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된다.


두산은 또 다른 방식으로 같은 원칙을 지켜왔다. 두산은 성과 세션과 보상 세션을 의도적으로 분리했다. 성과 세션에서는 리더십 역량과 조직 기여도를 중심으로 성과를 논의했으며, 보상 세션에서는 전사 재원과 직무별 시장가치를 바탕으로 인상률을 따로 검토했다. 이는 평가가 보상 협상의 명분으로 변질되는 것을 막고, 각 제도가 본래 목적을 지킬 수 있도록 하려는 의도였다. 하지만 리뷰와 보상 사이의 연결 고리가 희미해져, 구성원이 “피드백은 좋았는데 왜 보상은 그대로지?”라는 괴리감을 느낄 수 있다는 또 다른 문제가 나타난다.


② 조직별 예산 체제 – 각 조직 안에서의 배분

두 번째 방식은 전사 재원을 조직 단위로 나누고, 그 안에서 평가 결과에 따라 차등 인상을 주는 구조다. 예를 들어 회사가 전체 재원(budget)을 인건비의 10%로 책정했다고 하자. 이때 각 조직에도 동일하게 인건비 대비 10% 수준이 배정된다. 즉, 각 조직이 보유한 인건비 규모에 비례해 재원이 배정되는 방식이다.


그다음 단계는 각 조직 안에서 평가 결과에 따라 어떻게 나눌지를 조직장이 결정한다. 만약 해당 조직이 전체적으로 평가를 비슷하게 줬다면, 좋은 평가를 받아도 인상 폭 차이는 크지 않을 것이다. 반대로 평가를 차이나게 줬다면, 같은 예산 안에서도 등급에 따른 편차는 커질 수 있다. 결국 같은 총액 안에서 평가의 세부 분포가 어떻게 되었는지가 인상률 격차를 결정짓는 셈이다.


여기에 더해 한 단계 발전된 형태로는 조직 자체의 성과 평가를 반영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이 경우에는 조직별 인건비 10%를 일괄 배정하지 않고, 조직 성과에 따라 아예 예산 규모 자체가 달라진다. 예를 들어 영업 조직은 목표를 초과 달성해 인건비 12% 수준의 보상 재원을 배정받고, 연구개발 조직은 성과가 기대치에 못 미쳐 8%만 받는 식이다. 다만 이 방식은 아직 많은 조직에서 본격적으로 활용하기보다는, 향후 고려할 수 있는 진화 단계에 가깝다.


이 구조의 장점은 조직별 상황을 고려하면서도 전사적인 재원 통제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이다. HR은 큰 틀에서 총액을 관리하고, 세부적인 배분은 각 조직장이 책임지게 되므로 권한과 책임이 동시에 강화된다. 하지만 동시에 같은 회사 안에서도 조직별로 보상 편차가 벌어질 수 있고, 리더의 평가 성향이나 조직 성과에 따라 차이가 심화되면 구성원들의 체감 공정성은 떨어질 수 있다.


③ 전사 단위 조정 – 절대평가 결과를 다시 맞추기

세 번째 방식은 절대평가 결과를 조직 단위에서 그대로 두지 않고, 전사 관점에서 한 번 더 조정하는 구조다. 각 조직이 내린 평가 결과를 교차 검토하고, 편차가 크다고 판단되면 최종적으로 회사 차원의 눈높이에 맞춰 균형을 맞추는 것이다. 이 과정은 사실상 완화된 상대평가와 유사하지만, 처음부터 등급 할당량을 정해두는 것이 아니라 마지막 단계에서만 조율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조정 방식은 보통 경영진이나 임원단이 모여 진행한다. 조직별 평균 등급 분포를 확인하고, 특정 조직이 지나치게 후하거나 박한 평가를 준 경우 이를 보완한다. 예를 들어 A조직에서 상위 등급이 전체의 40%나 나왔다면, 전사 기준에서 상위 비율을 조정해 20% 수준으로 맞추는 식이다. 반대로 B조직에서 상위 등급이 5%밖에 안 된다면, 일부 인원의 평가를 상향해 균형을 맞춘다. 이렇게 하면 각 조직마다 평가 성향이 다르더라도, 전사적으로는 일정 수준의 균형이 유지된다.


한 단계 더 나아가면 조직별 평가 결과뿐 아니라 회사 전체의 전략적 우선순위를 반영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특정 시점에서 신사업을 중점적으로 키우려 한다면, 해당 조직의 상위 등급 비중을 다소 넓혀 인정하고, 성과가 정체된 조직은 상향 조정 없이 유지하는 것이다. 이 경우 보상 배분에서도 자연스럽게 전략 우선순위가 드러난다.


이 구조의 장점은 회사 차원에서 전체 균형을 잡을 수 있다는 점이다. 각 조직의 평가 편차를 그대로 두면 불공정이 커질 수 있지만, 마지막 단계에서 전사 눈높이로 조정하면 최소한의 형평성을 확보할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단점도 분명하다. 구성원 입장에서는 절대평가라 해서 받아들였는데, 전사 조정 과정에서 등급이 바뀌어버리면 “결국 다시 줄 세우는 것 아니냐”는 불신이 생긴다. 절대평가의 취지가 희석되고, 제도 전반에 대한 신뢰가 떨어질 위험이 있다는 점에서 운영에는 늘 세심한 균형 감각이 요구된다.




선택 그 자체보다 중요한 것 – HR 전반으로의 일관성

평가와 보상을 어떻게 연결할지는 정답이 없다. 아예 분리해도, 조직별 예산 체제를 택해도, 전사 차원에서 조정해도 모두 나름의 논리와 장단점이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무엇을 선택했느냐 자체가 아니라, 그 선택이 다른 HR 영역에서도 같은 철학으로 이어지는가다. 하나의 제도만 고립적으로 운영되면 조직은 금세 모순을 드러내고, 구성원은 혼란을 느낀다.


평가와 보상을 철저히 분리했다면, 채용 단계에서도 “성과와 보상은 직접 연결되지 않는다. 대신 우리는 성장과 학습을 보상한다”는 메시지가 분명히 드러나야 한다. 교육과 피드백 체계 역시 동일한 철학 위에서 설계돼야 하고, 승진 제도 또한 단기 성과보다는 역량 축적이나 성장 곡선에 무게가 실려야 일관성이 생긴다.

반대로 조직별 예산 체제를 택했다면, 채용 시점부터 “이 회사는 팀 성과와 리더십 스타일에 따라 보상이 달라진다”는 인식이 심어져야 한다. 성과관리 체계도 팀 단위 목표 관리에 방점을 찍어야 하고, 승진 역시 개별 성과보다는 조직 기여와 리더 평가가 크게 작용해야 구성원이 납득할 수 있다.


전사 단위 조정 방식을 선택했다면, 평가–보상뿐 아니라 성과관리 전반에서 “회사의 기준에 맞춘 균형”이라는 철학이 깔려 있어야 한다. 채용 단계에서는 회사가 요구하는 가치와 균형을 이해하는 태도가 중요하게 다뤄져야 하고, 교육도 이를 뒷받침하도록 설계돼야 한다. 승진 역시 단순히 개인 퍼포먼스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전사적 맥락 속에서 어떤 균형을 만들었는지가 함께 고려될 때 구성원은 제도 전반의 일관성을 체감할 수 있다.


결국 어떤 방식을 택하든 괜찮다. 다만 그 선택은 반드시 채용–평가–보상–승진–교육으로 이어지는 HR 전반에서 동일한 철학으로 구현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구성원은 “평가는 성장을 위한 것이라더니 승진은 성과만 본다”거나 “보상은 조직 성과 중심이라더니 채용은 조직 융화보다는 개인 퍼포먼스 중심으로만 본다”는 모순을 체감하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불일치는 단순한 불만으로 끝나지 않고, 조직에 대한 신뢰 자체를 흔드는 치명적인 요인으로 돌아온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iid] 채용 오퍼는 왜 숫자가 아닌 설명이어야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