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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d]HR Problem Solver가 어려운 이유

이드의 HR 커피챗 시리즈

by iid 이드

[Edited by iid the HRer]

※ 내가 쓰는 글들은 개인적인 경험과 고민을 바탕으로 한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니, 편하게 봐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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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R, 정답이 없는 문제의 학문

조직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언제나 단순해 보인다. 그러나 막상 들여다보면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다. 그 복잡성의 핵심에는 늘 ‘사람’이 있다. HR에서 다루는 문제는 모두 사람을 중심에 두고 있기 때문에, 표준화된 매뉴얼이나 정해진 공식으로는 결코 해결할 수 없다. 사람의 상황과 맥락은 언제나 달라지고, 그 변화는 제도와 구조보다 훨씬 빠르게 일어난다.


많은 이가 HR 문제를 제도나 시스템의 문제로 한정해 이해하려 한다. 그래서 어떤 회사에서 효과를 본 제도를 그대로 가져와 적용하면, 다른 회사에서도 유사한 결과를 얻을 거라 기대한다. 하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같은 평가제도를 도입했는데 어떤 회사에서는 구성원들이 성장과 학습의 발판으로 받아들이는 반면, 또 다른 회사에서는 불만과 갈등의 불씨가 된다. 같은 제도인데도 정반대의 결과가 나온다. 그 차이는 제도의 형태나 문서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제도가 놓인 맥락과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반응 속에 있다.


HR의 문제 해결이 어려운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사람은 단순한 변수가 아니라, 상황 전체를 규정하는 주체다. 제도와 프로세스는 설계자가 통제할 수 있지만, 사람의 감정과 욕망, 성향과 관계는 통제할 수 없다. 그래서 문제를 인식하는 순간부터 이미 수많은 케이스가 파생된다. 문제 정의 자체가 다르게 읽히고, 해법을 찾는 과정에서도 또 다른 수많은 솔루션이 곱해진다.




표준화가 불가능한 이유들


① 겉으로 비슷해 보여도, 속은 전혀 다르다

HR 이슈를 겉으로 보면 늘 비슷한 유형으로 반복된다. 성과평가 제도를 새로 도입한다든가, 보상 구조를 개편한다든가, 혹은 갈등을 중재하는 상황이 그렇다. 하지만 문제는 표면적 유사성에 있다. 비슷해 보일 뿐, 실제 상황은 전혀 다르다.


대표의 성향이 어떤지, 구성원들이 어떤 기대를 가지고 있는지, 회사가 속한 산업과 시장은 어떤 환경에 놓여 있는지, 비즈니스 모델은 어떤 방식으로 돌아가는지. 이런 거시적 요소만 봐도 상황은 크게 달라진다. 여기에 과거에 쌓인 히스토리, 제도를 설계하는 과정에서 오간 커뮤니케이션, 그리고 각 구성원의 개별 성향까지 더해지면, 똑같은 문제라 하더라도 그 해법은 완전히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이 차이를 무시한 채 ‘표준화된 해법’을 적용하면 문제는 해결되기는커녕 더 큰 갈등으로 이어진다. HR은 언제나 이 지점을 통찰해야 한다. 즉, 문제의 유형보다 문제의 맥락이 훨씬 중요하다는 사실을 잊지 않아야 한다. HR 실무의 본질은 바로, 눈에 보이는 문제의 껍질을 벗기고 그 안에서 작동하는 사람과 관계, 맥락을 해석하는 일이다. 나아가 “겉으로 비슷해 보이는 문제”라는 착시 자체를 의심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HR은 늘 다른 듯 같은 문제, 같은 듯 다른 문제를 동시에 마주한다.



② 제도 설계가 결코 일반화될 수 없는 이유

제도 설계를 예로 들어보자. 똑같은 평가제도를 설계한다고 하더라도 회사마다 결과는 천차만별이다. 제도의 외형은 같지만, 실제로는 그 제도가 놓인 맥락에 따라 의미가 완전히 달라진다. 어떤 회사에서는 새로운 평가제도가 구성원 성장을 돕는 피드백의 도구가 되지만, 또 다른 회사에서는 불합리한 보상 차별의 장치로 인식된다. 동일한 제도라도 대표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있느냐, 구성원이 어떤 경험을 쌓아왔느냐, 그리고 조직이 어떤 성장 단계에 있느냐에 따라 정반대의 반응이 나오는 것이다.


그래서 HR은 단순히 제도를 설계하는 데서 멈추면 안 된다. 도입 직후 어떤 효과가 있을지, 시간이 흐른 뒤 어떤 부작용이 생길지까지 로드맵을 고려해야 한다. 지금 이 시점에 어떤 제도를 도입할지, 그 제도를 어떻게 운영할지, 어느 단계에서 어떤 보완을 해야 할지까지 연결해서 설계하지 않으면 제도는 금세 무너진다.


그리고 그 무너짐은 단순한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맥락을 읽지 못한 HR의 실패로 남는다. 결국 HR은 단순히 제도를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제도가 현실에서 살아 움직일 수 있도록 맥락을 설계하는 사람이다. 즉, 제도는 ‘문서로서의 정답’이 아니라 ‘맥락 속에서 작동하는 과정’이며, HR은 이 과정을 조율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 점을 잊는 순간 제도는 종이에만 존재하는 허상이 된다.



③ HR 이슈는 단순한 갈등 구조가 아니다

갈등 상황은 HR이 가장 자주 다루는 영역 중 하나다. 많은 사람은 이를 단순히 가해자와 피해자의 대립으로 이해한다. 하지만 실제 현장은 훨씬 더 복잡하다.


갈등은 단순히 두 사람 사이의 충돌이 아니다. 그 안에는 회사와 구성원의 관계, 사건을 둘러싼 서사, 중간 과정에서 오간 커뮤니케이션, 개인의 성격과 감정이 모두 얽혀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주변 동료들의 시선이나 팀 분위기 같은 보이지 않는 요소까지 갈등을 키운다. HR은 이 모든 것을 고려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해결책은 일시적인 봉합에 그치고, 시간이 지나면 같은 문제가 다시 고개를 든다.


그래서 HR에서의 문제 해결은 단순히 잘잘못을 가려내는 일이 아니다. 오히려 다양한 요소들을 종합해 “이 맥락에서 가장 적절한 합의점은 무엇인가”를 찾아내는 과정이다. 합의점은 객관적 정답이 아니라, 상황을 고려한 최선의 선택지다. 그렇기에 HR은 늘 어렵고, 동시에 그만큼 가치 있는 직무가 된다.


HR은 단순히 분쟁을 잠재우는 중재자가 아니다. 사람과 조직이 서로 충돌하지 않고 공존할 수 있도록 구조를 설계하는 조율자다. 즉, 갈등 해결의 목적은 화해 자체가 아니라, 갈등 이후에도 조직이 지속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데 있다.



④ 자문과 컨설팅의 현실적 난관

컨설팅이나 자문을 하는 과정에서도 이 복잡성은 고스란히 드러난다. 제대로 된 솔루션을 도출하기 위해서는 대표나 직원만큼이나 상황을 잘 알아야 한다. 하지만 외부인이 모든 맥락을 완벽하게 아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자문가는 집요하게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 대표의 의도, 구성원의 경험, 과거의 히스토리, 현재의 맥락까지 하나하나 확인하며, 그 위에서 최소한의 MVP 솔루션을 설계한다. 실무자가 실제로 적용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것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대표가 종종 의아해한다는 점이다. “왜 이런 것까지 물어보는 거지?”라는 반응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사실 가장 이상적인 상황은 대표가 먼저 문제의 본질을 인지하고 설명해주는 것이지만, 현실에서 그렇게 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질문을 하는 이유를 직접 설명하고, 왜 이런 부분이 반드시 고려되어야 하는지를 풀어내야 한다.


여기서 또 하나의 아이러니가 드러난다. 대표는 “이 정도면 충분히 고려되었다”고 생각하지만, 구성원은 “그 이상의 배려가 필요하다”고 느낀다. HR은 그 간극을 메우는 존재다. 효율성과 효과성을 동시에 고려해 가장 현실적인 해법을 찾아야 한다. 즉, HR의 질문은 불필요한 절차가 아니라, 맥락을 정확히 짚기 위한 필수 과정이다. 질문 없이는 답이 없고, 답 없는 상황에서는 실행 가능한 설계 또한 불가능하다.



⑤ HR의 본질은 설계다

결국 HR은 단순한 설득이나 관리가 아니다. 사람의 감정과 욕망을 무시하지 않으면서도, 제도와 숫자라는 차갑고 객관적인 구조를 동시에 다뤄야 한다. 이 두 세계가 끊임없이 충돌하는 한가운데에서 균형을 맞추는 것이 HR의 본질이다.


표준화된 해법은 거의 불가능하다. 같은 문제라도 맥락이 달라지면 답은 달라진다. HR은 문제 해결보다 문제 해석에 더 많은 시간을 써야 한다. 문제를 제대로 해석하지 못하면, 어떤 솔루션도 결국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 그래서 HR은 언제나 “정답이 아니라 최선”을 만들어야 하는 직무다.


이 말은 곧 HR이 단순히 프로세스를 운영하는 관리자가 아니라, 상황과 맥락을 읽어내는 설계자라는 뜻이다. 제도와 사람 사이, 효율성과 효과 사이, 대표와 구성원 사이에서 가장 현실적이고 작동 가능한 답을 조율하는 직무. 그것이 HR이 가진 고유한 가치다.


HR은 완벽한 답을 내놓는 사람이 아니라, 불완전한 현실 속에서 최선의 균형을 설계하는 사람이다. 다시 말해 HR의 힘은 ‘정답’에 있지 않고, 맥락을 해석하고 균형을 만들어내는 집요한 과정에 있다. 그 과정 속에서만 HR은 존재 이유를 가진다.




정답은 없고, 최선만 있다

HR 문제 해결이 어려운 이유는 분명하다. 그것은 결국 ‘사람’을 다루는 일이기 때문이다. 제도와 프로세스는 종이 위에 깔끔하게 설계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그 위에 사람의 감정, 성향, 관계, 그리고 과거의 히스토리가 얽혀 들어오며, 수많은 변수가 생겨난다. 문제를 인식하는 순간부터 이미 복잡성이 발생하고, 그 위에 얹어지는 솔루션 또한 무수히 곱해진다.


따라서 HR의 본질은 ‘표준화된 답’을 찾는 데 있지 않다. 오히려 문제를 해석하고, 맥락을 이해하며, 현실에 맞는 최선을 설계하는 데 있다. 정답은 없지만, 최선은 있다. HR은 이 최선을 만들어내기 위해 끊임없이 질문하고, 상황을 파고들며, 실행 가능한 해법을 조율한다. 때로는 답을 찾는 과정 자체가 구성원과 대표의 인식을 바꾸고, 그 대화와 해석이 곧 솔루션이 되기도 한다.


이 과정은 언제나 쉽지 않다. HR 담당자나 컨설턴트는 수없이 많은 기대와 요구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한다. 대표는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하고, 구성원은 “그 이상을 원한다”고 말한다. 이 간극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래서 HR은 완벽한 해결책을 내놓는 사람이 아니라, 불완전한 현실 속에서 최선의 균형을 설계하는 사람이다. 바로 그 지점에서 HR의 전문성이 드러난다.


HR은 단순히 문제를 해결하는 기능적 직무가 아니라, 조직의 생존과 지속 가능성을 지탱하는 숨은 축이다. 외부에서 보면 HR의 성과가 눈에 잘 보이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조직이 위기에 빠질 때, HR의 설계와 해석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았다면 문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반대로, HR이 맥락을 읽고 균형을 설계해왔다면 위기 상황에서도 조직은 무너지지 않고 버틸 수 있다.


결국 HR은 ‘불가능성 속의 가능성’을 다루는 직무다. 불완전한 답 속에서 최선을 찾고, 복잡성 속에서 단순한 실행 지점을 만들어낸다. HR의 진짜 가치는 바로 이 불확실성을 감당하는 힘에서 나온다. 표준화된 답은 없지만, 맥락에 맞는 최선을 끝까지 찾아내려는 집요함. 이것이 HR의 역할이며, 조직이 성장하고 생존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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