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드의 HR Quicknote
[Edited by iid the HRer]
※ Quicknote는 '스타트업HR모험기'의 쇼츠(Shorts) 버젼으로 개인적인 경험/고민을 바탕으로 작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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꼰대와 MZ, 어느 한쪽 방식만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전제하는 순간, 공존은 불가능해진다. 지금 내가 걷고 있는 길이 누군가에겐 최선일 수 있지만, 동시에 다른 누군가에겐 불편하고 낯설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이 인정이야말로 세대 공존의 첫 단추다. 단순히 ‘다름을 받아들인다’는 차원을 넘어, 상대의 방식이 가진 합리성과 맥락을 이해하려는 태도가 필요하다.
조직에서 세대 차이는 단순한 ‘연령 차이’가 아니다. 환경·교육·기술·문화적 배경이 한데 얽혀 만들어진 결과물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 세대의 사고방식이 다른 세대에게는 쉽게 이해되지 않거나, 심지어 비합리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 문제는 바로 이 지점에서 발생한다. “내가 살아온 방식이 정답”이라는 전제를 깔고 상대를 바라보면, 그 순간부터 대화의 문은 닫히고 방어만 남게 된다. 결국 공존은 시작조차 못 하고, 상대를 설득하거나 지적하려는 싸움으로만 흘러간다.
특히 꼰대 입장에서는 말을 줄이고 질문을 늘리는 연습이 필요하다. ‘정답을 주는 사람’에서 ‘함께 기준을 만드는 사람’으로 역할을 전환해야 한다. 단순히 “내가 해봐서 아는데”라는 단언 대신, “네 생각은 어떤데?”, “이 방법이 왜 필요하다고 생각해?” 같은 물음을 던지는 순간, 협업의 문이 열린다. 질문은 단순히 대화를 여는 수단이 아니라, 상대가 스스로 사고하고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장치다. 질문을 받은 사람은 단순히 답을 내는 데서 그치지 않고, 자신의 판단을 정리하며 성장하게 된다.
반대로 MZ 세대는 시간의 가치를 가볍게 보지 않아야 한다. 꼰대가 가진 수십 년의 시간 속에는 무수한 실험과 실패,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걸러진 검증의 결과가 담겨 있다. 이건 단순히 오래됐다는 이유로 버려야 할 낡은 방식이 아니라, 위험을 거르고 살아남은 생존의 지식이다. 이를 존중하지 않는 순간, 대화의 토대는 무너지고, 세대 간 협업은 시작조차 할 수 없다. 경험을 존중하면서 새로운 방식을 제안할 때 비로소 대화가 열린다.
세대 간 협업은 설득으로 시작되지 않는다. 특히 MZ가 꼰대 리더와 함께 일할 때는 말로 설득하려는 시도보다 작은 실행을 통한 신뢰 쌓기가 훨씬 효과적이다. 말로 아무리 좋은 계획과 비전을 설명해도, 그것이 실제 결과로 이어지지 않으면 기존 방식에 익숙한 꼰대 세대는 “그래도 예전 방식이 낫다”는 결론을 내리기 쉽다.
따라서 MZ는 일단 작게라도 실행하고, 그 실행이 실제 성과로 이어지는 사례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테면 새로운 툴 도입을 제안할 때, 전사적 도입을 요구하는 대신 한 팀·한 프로젝트 단위로 시범 적용해본 뒤, 업무 속도·오류 감소·성과 개선 등의 데이터를 수집해 제시하는 것이다. 이런 방식은 감정 논쟁 대신 팩트 기반의 대화를 가능하게 한다.
데이터는 여기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꼰대 세대는 새로운 방식에 대한 불신이 크지만, 숫자와 결과로 보여주면 그 거부감이 완화된다. “괜히 새로운 방식을 시도했네”가 아니라, “이 방식도 통할 수 있겠구나”라는 경험으로 인식이 바뀌는 것이다. 특히 숫자와 사례가 반복적으로 쌓이면, 기존 방식을 고수하던 사람도 점차 변화를 받아들이게 된다. 작은 변화가 누적될수록 그것은 단순한 시도가 아니라 ‘검증된 대안’으로 자리 잡는다.
결국 신뢰를 만드는 실행이란, ‘작은 성과 → 데이터 제시 → 점진적 확산’의 구조다. 여기서 중요한 건 한 번의 설득이 아니라 여러 번의 작은 승리다. 말이 아니라 보여주는 것, 감정이 아니라 증명하는 것이 세대 간 신뢰를 만드는 핵심 메커니즘이다.
세대 간 갈등을 줄이기 위해선 감정의 자유를 강조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단순히 “마음껏 말해보라”는 말은 오히려 불안감을 키울 수 있다. 자유로운 발언이 보장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말실수에 대한 두려움이나 보이지 않는 평가가 따라붙는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오히려 필요한 건, 말하더라도 어디까지 말할 수 있는가에 대한 공감된 구조와 가이드다. 즉, 표현의 자유가 완전한 무규율이 아니라, 최소한의 안전 장치 위에서 작동해야 갈등을 줄일 수 있다.
✅ 피드백을 위한 최소한의 구조는 필요하다.
조직 내 피드백이 갈등으로 이어지는 이유는 대부분, "그건 그냥 내 생각이었어"라는 말로 끝나는 무형의 충돌 때문이다. 피드백이 자유로울수록 각자의 언어와 해석이 격하게 부딪치게 된다. 이때 단순히 솔직함만 강조하면 ‘상처 주는 말’과 ‘방어적인 태도’가 동시에 커진다. 그래서 행동 중심, 개선 제안 포함, 구체 사례 제시 등 간단한 가이드라인만 있어도 감정의 상처보다 건설적인 상호작용이 가능해진다.
예를 들어 “너는 왜 그렇게 했어?”라는 표현은 개인의 성격이나 태도를 공격하는 느낌을 주지만, “그 과정에서 이런 부분을 바꾸면 더 나아질 수 있겠다”라는 표현은 동일한 메시지라도 상대가 받아들이기 훨씬 수월하다. 즉, 문제의 대상이 ‘사람’이 아니라 ‘행동’이 되도록 구조화하는 것이다. 또한 개선 방향을 함께 제시하면, 피드백은 단순한 지적이 아니라 ‘지원’으로 인식된다.
자유로운 피드백이 반드시 좋은 피드백으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도 여기 있다. 틀 없는 자유는 오히려 갈등을 증폭시킬 수 있다. 그래서 회사마다 피드백 프레임워크를 아주 간단히라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컨대 ① 관찰된 행동(Observation), ② 그 행동의 영향(Impact), ③ 개선이나 유지에 대한 제안(Suggestion)의 3단계로 나누어 말하도록 안내하는 방식이다. 이 정도의 틀만 있어도 감정적 충돌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자유는 어느 정도의 틀 위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안전하다. 작은 규칙이 오히려 피드백을 더 편하게 만든다. ‘솔직히 말해도 괜찮다’는 막연한 메시지보다, ‘이렇게 말하면 안전하다’는 합의된 형식이 있을 때, 구성원들은 훨씬 더 안심하고 의견을 낼 수 있다. 결국 피드백 구조는 대화를 가두는 틀이 아니라, 안전하게 확장시키는 울타리다.
✅ 서로 다른 관점을 공유할 수 있는 ‘평가 없는 이야기 장’이 필요하다.
세대 간 이해는 결국 서로의 다름을 드러낼 수 있는 경험 공유에서 출발한다. 이를 위해선, 서로의 이야기를 가볍게 던지고 편하게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는 장이 먼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어릴 때 생일파티는 어땠는지”, “첫 고백은 어떤 방식이었는지”처럼 세대 차이가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소소한 주제는 ‘그땐 그랬구나’라는 리듬을 만들고, ‘틀렸다’가 아닌 ‘달랐다’는 언어를 흐르게 한다. 이런 대화는 구성원 간 유대감을 강화하고, ‘세대 차이=갈등’이라는 등식을 ‘세대 차이=재미와 배움’이라는 감각으로 전환시킨다. 가볍게 웃으며 공유한 기억들이 쌓이면, 서로 다른 세대가 가진 경험의 배경을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 그 이해는 곧 협업의 마찰을 줄이는 기반이 된다.
단, 판단과 해석이 섞이기 쉬운 주제는 조심해야 한다. “요즘 애들은 끈기가 없어”, “그땐 다 밤새 일했어” 같은 주제는 쉽게 비난과 방어의 구조로 빠져버릴 수 있다. 공감보다 ‘누가 맞느냐’로 흘러가는 순간, 장은 깨지고 대화는 닫힌다. 그래서 이 대화는 가벼워야 하고, 느슨해야 하며, 비교가 아닌 관찰의 태도로 유지되어야 한다. 때로는 회사 차원에서 ‘세대별 경험 공유 워크숍’이나 ‘스토리 나눔의 날’, 또는 팀 단위의 라운드테이블처럼 정기적인 대화 자리를 마련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특히 이런 자리는 업무와 직접 연결되지 않을수록 오히려 효과가 크다. 평가와 이해관계가 개입되지 않는 자리에서야 비로소 사람들은 더 솔직하고 가볍게 자신을 드러낼 수 있다.
비평 없는 이야기, 판단 없는 경험 교환. 그런 자리를 조직이 의도적으로 만들어줄 때, 비로소 사람들은 서로 다른 기준을 이해하고, 갈등을 피하기보다는 안전하게 다룰 수 있게 된다. 결국 중요한 건 ‘맞고 틀림’을 가르는 것이 아니라, 다름이 공존할 수 있는 언어와 장을 지속적으로 만들어주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세대 공존을 현실로 만드는 작은 제도적 장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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