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드의 HR Quicknote
[Edited by iid the HRer]
※ Quicknote는 '스타트업HR모험기'의 쇼츠(Shorts) 버젼으로 개인적인 경험/고민을 바탕으로 작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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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라는 자리는 처음부터 왕좌에 앉는 게 아니다. 창업 초반 대표는 ‘사장’이라는 명함만 달고 있는 평범한 사람이다. 매출? 없다. 투자? 없다. 조직? 없다. 심지어 옆에 있는 동료도 언제든 “형, 나 다른 데 가볼게요” 하고 떠날 수 있다. 그 시절 대표를 버티게 하는 건 오직 입과 몸이다. 말로 설득하고, 몸으로 버티고, 모든 결정을 혼자 짊어진다. 말 그대로 ‘설득 머신’이자 ‘올라운더 작업반장’ 모드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 게임이 바뀐다. 설득력과 체력으로 버티던 힘이, 어느새 의사결정권·인사권·보상권 같은 형식적 권력(Formal Power)으로 바뀐다. 회사의 심장(결정)과 혈관(자원)이 전부 대표 손으로 들어오는 순간, 은근슬쩍 이런 생각이 고개를 든다.
“이건 회사 권력이 아니라… 내 권력 아닌가?”
이때부터 ‘대표’라는 역할과 ‘나’라는 개인을 분리하기 어려워진다. 회사에 대한 비판이나 이견은 곧 나에 대한 공격처럼 느껴진다. 머릿속에서는 이렇게 위험한 등식이 완성된다.
대표 = 회사
나의 판단 = 회사의 판단
여기에 또 하나, 전능감을 키우는 연료가 있다. 바로 ‘내가 제일 잘 안다’는 함정이다. 매출, 마케팅, 채용, 기술, 투자자 관리, 법무… 심지어 사무실 전등 스위치 위치까지, 대표는 모든 걸 일정 수준 이상 알아야 한다고 믿는다. 문제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모든 걸 내가 제일 잘 안다’라는 확신으로 굳어지는 순간이다. 그때부터 판단은 경험과 직관이 아니라 ‘나만이 할 수 있다’는 신념 위에서 내려진다.
하지만 조직이 커질수록 대표가 모든 걸 가장 잘할 수는 없다. 30년 경력의 글로벌 기업 임원조차 모든 분야를 다 알 수 없다. 그들에게 “지금 회사를 0부터 만들어보라”고 하면, 현재의 글로벌 조직을 그대로 재현하기 어렵다. 왜냐면 합리성의 본질은 ‘전문화’이기 때문이다. 창업 초기의 통찰력과 실행력은 창업가의 것이지만, 이후의 전략 수립과 운영은 전혀 다른 뇌 구조에서 작동하며, 각 분야의 전문가가 맡아야 한다. 사람을 다루는 일, 자금을 관리하는 일, 브랜드를 성장시키는 일은 각각 다른 성격과 역학을 가진다.
그런데 초기 성공 경험은 “내 판단은 늘 옳다”는 확신을 강화한다. 회사와 자신을 동일시하는 인식이 강해질수록 통제 욕구도 커진다. 이 모든 것이 전능감을 장기간 유지시키는 토대가 된다.
결국, 전능감은 단순한 오만이 아니다. 처음부터 모든 걸 자기 손으로 책임지고 살아남았던 경험이, 권력 구조와 ‘내가 제일 잘 안다’는 자기 확신과 섞여 절대 권력감으로 변한 것이다. 그리고 한 번 이 감각이 자리 잡으면, 권력을 내려놓는 순간 리더십도 무너질 것 같은 두려움이 따라온다. 스스로 만든 전능감의 감옥 안에 자진 입주하는 셈이다.
사실 대표가 전능감을 갖게 되는 건 어쩌면 너무 자연스럽다. 초창기에는 모든 걸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져야 했으니,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감각이 생존 본능처럼 뼛속에 새겨진다. 게다가 대표도 결국 사람이다. 불안하고, 조직이 무너질까 두렵고, 나를 믿고 따라온 사람들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다. 그래서 더 많이 개입하고, 더 오래 쥐고 있고 싶어진다.
전능감은 책임감의 또 다른 얼굴이다. 다만, 그 얼굴이 ‘회사를 구하던 힘’에서 ‘회사를 묶는 족쇄’로 바뀌는 순간, 리더도, 조직도 함께 숨이 막히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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