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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취중잡담

지방 제조업 승계 이슈와 K-서치펀드의 한계

취중잡담(醉中雜談) - 술김에 적는 솔직한 이야기들

by iid 이드

※ ‘취중잡담(醉中雜談) - 술김에 적는 솔직한 이야기들’은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지인들이 익명으로 참여해, 술자리에서나 나눌 법한 솔직한 생각과 이야기를 가볍지만 진지한 시선으로 풀어내는 프로젝트입니다.



기술은 남아 있는데, 기술을 이어갈 사람이 없다

2025년, 지방 제조업 현장을 조용히 둘러보면 비슷한 장면이 반복된다. 공장은 여전히 가동 중이다. 수십 년 동안 거래해 온 고객사도 있고, 적어도 손익을 맞출 만큼의 주문은 꾸준히 들어온다. 어떤 곳은 오히려 수요가 더 늘었다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오너의 표정은 밝지 않다. 이유는 단순하다. 기술을 이어갈 사람이 없다.


인터뷰를 하다 보면 비슷한 말들이 계속해서 이어진다.
“이 공장은 지금도 돌아가지만, 제가 그만두는 순간 끝입니다. 제 뒤를 잇겠다는 사람이 없어요.”


겉으로만 보면 전통 제조업은 아직 꽤 탄탄해 보인다. 장비는 제 역할을 하고, 공정은 수십 년 동안 다듬어져 안정적인 상태다. 문제는 사업 모델이 아니라, 사람이라는 인프라 전체가 사라지는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데 있다. 지방 제조업은 고령 오너 중심 산업이 많고, 핵심 기술 숙련이 문서나 시스템보다 사람의 경험·감각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기술은 기계 부품처럼 단순히 교체하거나 복제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금형의 온도를 1~2도만 조정해도 달라지는 소재의 반응을 손끝으로 구분하는 감각, 소음의 미세한 변화로 설비 이상을 감지하는 습관, 공정의 흐름을 상황에 따라 미묘하게 조절하는 노하우는 수치나 도면으로 완전히 남기기 어렵다. 결국 이 기술은 사람과 함께 사라진다.


여기에 더해 지방의 인력 기반은 계속해서 약해지고 있다. 청년 인구의 수도권 이동, 지역대의 축소, 젊은층의 생산직 기피, 숙련공의 고령화가 동시에 진행된다. 인력난은 단순히 “사람을 뽑기 어렵다” 수준이 아니다. 세대 전체가 비어버리는 현상에 더 가깝다. 그 결과는 명확하다. 기술은 여전히 현장에 남아 있지만, 그 기술을 운용할 손과 눈, 감각이 사라져 간다.


이때 등장하는 개념이 바로 ‘서치펀드 모델’이다. 외부 경영자(또는 개인 투자자가 직접 경영에 참여하는 인수자)가 회사를 인수해 기술을 이어받고 공장을 유지한다는 구조는 분명 매력적이다. 특히 후계자가 없어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공장들이 늘어나는 상황에서는, 민간 중심의 승계 모델이 필요하다는 논리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형 서치펀드 모델이 쉽게 자리 잡지 못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한국 제조업의 구조는 미국과 크게 다르고, 지방의 인력·기술·지역경제 기반은 이미 경계선에 가까운 상태다. 지금 지방 제조업에서 벌어지는 일은 단순한 산업 위축이나 경기 침체가 아니라, 사람이 사라지면서 산업의 기억이 함께 지워지는 과정에 가깝다. 이 복잡한 지점 위에서 서치펀드형 인수 구조를 논한다는 것은 단순히 투자 모델을 논의하는 수준이 아니라, 사라져가는 산업을 어떻게 붙잡을 것인가라는 질문을 정면으로 던지는 것과 같다.





① 승계 공백은 예견된 문제였다


자녀 승계는 자연스럽게 어려워진 구조다

가업 승계가 어려운 이유를 단순히 기피나 세대 간 갈등으로만 설명하기는 어렵다. 지방에서 제조업을 승계한다는 것은 곧 그 지역에 정착해 살아가야 한다는 의미인데, 교육·의료·문화 인프라는 수도권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격차가 크다. 가족 단위로 이동하고 정착하기에는 부담이 크다.


산업 구조의 변화로 인해 제조업 후계에 대한 사회적 보상도 낮아졌다. 젊은 세대 입장에서 보면, 지방 제조업을 잇는 것보다 도시에서 전문직 기반 커리어를 쌓는 것이 훨씬 매력적인 선택지로 보인다. 부모 세대가 “기술만 있으면 먹고 사는 데 문제없다”고 믿던 시대와는 완전히 다른 환경이다.


여기에 공장 운영은 책임이 무겁고 삶의 리듬이 불규칙하며, 설비·안전·인력 문제를 모두 직접 관리해야 한다. 경영 부담에 비해 얻을 수 있는 보상은 제한적이다. 그러다 보니 승계를 선택하기가 ‘마음이 없어서’가 아니라, 현실적으로 자연스럽게 어려워진 구조가 된 것이다.


기술은 존재하지만 대부분 ‘사람 중심 기술’이라 이전이 어렵다

한국 제조업의 현장을 보면, 공정 매뉴얼이나 시스템보다 오너의 경험·감각·손끝 기술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금형 조정, 열처리, 소재 배합, 수율 조절 같은 핵심 기술은 문서 몇 장으로 설명하기보다 몸으로 부딪치며 익히는 영역이다. 그래서 승계는 단순히 경영권을 넘겨주는 문제가 아니라, 기술 그 자체를 온전히 누군가에게 넘겨줘야 하는 구조로 바뀐다.


수십 년 동안 쌓인 감각과 판단력이 하루아침에 이전되긴 어렵다. 이를 뒷받침해 줄 숙련 인력도 줄어드는 상황이다. 기술은 여전히 남아 있지만, 그 기술을 운용할 사람이 사라지는 흐름은 이미 오래전부터 누적되어 왔다.


지방 제조업의 문제는 이미 천천히 드러나고 있었다

지방 공장들은 몇 년 전부터 같은 말을 반복해 왔다.
“지원자가 없다.”
“사람을 구할 수가 없다.”

지방대 입학생 감소, 생산직 인력 기피, 숙련공 고령화 등은 지역 제조업 기반이 약해지고 있다는 신호였다. 이것은 특정 시점의 사건이라기보다, 계속해서 쌓여 온 구조적 경향에 가깝다. 기술이 있어도 이를 유지하고 이어갈 인력 기반이 사라지고 있다는 점에서, 승계 실패는 언젠가 현실로 드러날 수밖에 없는 예고된 결과였다.



② 서치펀드 모델이 대안처럼 보이는 이유

지방 제조업의 문제를 가까이에서 들여다보면, 하나의 흥미로운 모순이 보인다. “사업은 아직 돌아가는데, 정작 그 사업을 이어갈 사람이 없다.” 실제로 지방 공장들 중 상당수는 재무적 관점에서 적자가 아니다.

오랜 기간 쌓인 기술력

꾸준하게 이어지는 B2B 거래처

단순하지만 꾸준한 캐시카우 구조

오너 중심의 안정된 운영

이 네 가지가 맞물리면 공장은 일정 수준의 현금흐름을 유지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을 닫는 이유는 단 한 가지다.


승계자 부재. 자녀 승계가 어려운 이유는 단순히 “힘들어서 하기 싫다”가 아니다.

지방의 교육·의료 인프라 격차

제조업에 대한 낮은 사회적 보상

전문직·디지털 중심 커리어의 부상

높은 책임과 낮은 유동성을 가진 자산 구조

야간 대응·납기 부담과 같은 실제 업무 환경

이러한 요소들이 겹치면서, 제조업 승계는 감정적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기회비용에 의해 자연스럽게 배제되는 선택지가 된다.


내부 승계 역시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

중간 관리자 입장에서 경영권을 넘겨받는 것은 위험이 너무 크다. 책임에 비해 보상은 낮고, 오너의 기술과 판단을 완전히 재현하려면 여러 해가 필요하다. 오너가 은퇴하는 순간, 공장은 유지 동력을 잃는다.


이 상황에서 서치펀드형 인수·승계 모델은 자연스럽게 “현실적 대안”처럼 보인다. 외부 경영자나 개인 투자자가 회사를 인수해 운영을 이어가는 방식은, 적어도 폐업보다는 낫다. 기술이 단번에 사라지는 것을 막고, 지역 경제 기반이 급격하게 붕괴되는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점에서 서치펀드 모델은 분명 의미를 갖는다. 특히 최근 들어 은퇴가 한 세대 단위로 동시다발적으로 몰리면서, 폐업 속도가 승계 속도보다 훨씬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럴 때 민간에서 비교적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구조 중 하나가 서치펀드형 인수 모델이다.


하지만 이 모델이 대안처럼 보인다는 사실은, 그만큼 지방 제조업의 위기가 구조적으로 깊어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기술은 여전히 남아 있는데 사람은 떠나고 있고, 인력난은 단순 채용난을 넘어 산업 기반 자체의 붕괴로 이어지고 있다. 서치펀드 모델은 문제를 해결하는 구조라기보다, 문제가 확산되는 속도를 늦추기 위한 구조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③ 하지만 K-서치펀드 모델은 해외와 구조적으로 다르다


인력 기반 자체가 다르다 – 인수해도 공장을 돌릴 사람이 부족하다

미국의 서치펀드 모델이 비교적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첫 번째 이유는 지방에도 숙련 인력이 일정 수준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시장의 이동성이 높고, 지역 제조업 생태계가 수평적으로 연결되어 있어 한 공장의 기술자가 다른 공장으로 자연스럽게 이동할 수 있는 구조다. 그러나 한국은 정반대다. 한국의 지방 제조업은 이미 장기간 만성적인 생산직 인력난을 겪어 왔고, 젊은 층의 이탈은 거의 회복이 불가능한 수준으로 굳어졌다. 제조업 기피 현상은 일시적 트렌드가 아니라 구조적 변화이며, 외국인 노동자가 현장의 상당 부분을 떠받치는 상황이 되면서 기술 계승은 더 어려워지고 있다. 이 때문에 서치펀드형 인수 모델이 회사를 인수해도 기술을 지속할 최소 인력을 확보하는 것 자체가 사업 전략의 핵심 과제가 된다. 다시 말해, 한국에서는 “경영할 사람”보다 “일할 사람”이 훨씬 먼저 무너지는 구조이며, 이는 해외에서 논의되는 서치펀드 모델과의 근본적 차이를 만든다.


Exit(재매각) 시장이 좁다 – 자본 유인 효과가 부족하다

서치펀드 모델은 자본 조달 방식이 펀드이든 개인·소수 투자자 중심이든, 기본적으로 초기 투자 → 인수 → 경영 개선 → 재매각(Exit)을 전제로 한 금융·인수 구조다. 그러나 한국의 중소 제조업 M&A 시장은 매우 제한적이다. 특히 지방 제조업은 매수자 풀이 극도로 좁다. 기술과 인력 기반의 불안정성, 지방 소재 리스크, 산업별 성장성 둔화 등이 모두 매각 가능성을 낮춘다. 인수자는 현금흐름이 있다고 해도 노동공급 기반이 붕괴된 공장을 떠안는 것 자체가 큰 리스크로 보이기 때문에 쉽게 관심을 갖기 어렵다. 결국 한국형 서치펀드 모델은 “들어올 수는 있지만, 나갈 길이 거의 없는 구조”가 된다. 이는 곧 이 구조의 핵심 전제인 ‘Exit 가능성’을 약하게 만들고, 자본과 개인 인수자를 모두 포함한 투자 유인을 크게 줄이는 결정적 요인이 된다.


기술 표준화 수준이 낮다 – 한국에서는 경영 승계가 아니라 기술 이식 프로젝트가 된다

해외 제조업의 상당 부분은 공정 매뉴얼화가 높은 수준에서 이뤄져 있어 경영자 교체가 공장의 기능 유지를 크게 흔들지 않는다. 반면 한국 제조업은 공정의 표준화가 낮고, 기술의 30~50%가 문서가 아닌 개인의 감각·경험에 의존한다. 이런 구조에서는 서치펀드형 인수 모델이 단순 경영 승계를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 자체를 새롭게 이식하는 고난도 프로젝트를 진행해야 한다. 인수자가 기술을 이해하고 구현하기까지 걸리는 시간, 이를 뒷받침할 숙련 인력 부족, 디지털 전환 미비 등은 모두 인수 후 리스크를 크게 확대한다. 결과적으로 한국형 서치펀드 모델은 “경영 승계 모델”이 아니라 “기술 생태계를 다시 구축하는 모델”에 가깝고, 이 점이 해외에서 이야기되는 서치펀드 구조와 구조적으로 가장 큰 차이를 만든다.





서치펀드 모델은 완전한 해답이 아니라 시간을 벌어주는 장치다

지방 제조업의 문제를 차분히 들여다보면, 결국 하나의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다. “회사가 망해서 문을 닫는 것이 아니라, 이어갈 사람이 없어서 문을 닫는다.” 이 말은 단순한 수사가 아니라, 현장에서 그대로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기술이 사라진 것도 아니고, 제품이 경쟁력을 잃은 것도 아니다. 지금 지방 제조업이 잃고 있는 것은 기술 그 자체보다 사람이다. 기술은 달리 표현하면 장비나 도면, 매뉴얼로 일부 남을 수 있지만, 사람은 떠나는 순간 즉시 공백이 생기고, 그 공백은 누군가가 들어오기 전까지 끝없이 확대된다. 결국 일정 지점을 지나면 조직은 스스로를 유지할 힘을 잃는다.


이 상황에서 서치펀드 모델은 분명 일정한 역할을 한다. 외부 경영자나 개인 인수자가 들어와 공정을 이해하고 조직을 유지하며, 최소한 공장이 갑자기 사라지는 일은 막아준다. 기술이 완전히 단절되는 속도를 늦추고, 지역 산업 생태계가 한 번에 무너져내리는 시점을 조금이라도 뒤로 미룰 수 있게 한다. 이런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확보하는 것’이 산업 전체 입장에서는 매우 중요하다. 시간이 있어야 기술 이전도 시도해볼 수 있고, 인력 구조를 다시 설계할 기회도 생기고, 지역 산업을 재정비할 여지도 생긴다.


하지만 이 모델이 지방 제조업 전체를 살려낼 해법은 아니다. 서치펀드 모델은 구조적 문제를 해소하지 못한다. 인력 기반이 이미 무너진 지역에서는 인수를 해도 숙련 인력을 다시 구하기 어렵다. 기술 표준화가 낮은 환경에서는 인수가 곧 기술 이전 프로젝트가 되고, 이는 상당한 시간·비용·리스크를 감수해야 하는 일이다. 궁극적으로 문제를 제거하는 구조라기보다, 문제의 진행 속도를 늦추는 완충 장치에 더 가까운 존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필요하다. 지금 지방 제조업이 겪는 붕괴는 완만한 침체가 아니라, 한 세대 단위로 기술과 인력이 통째로 사라지는 급격한 단절에 가깝다. 기술과 인력이 한꺼번에 사라지면, 해당 지역의 산업 기반은 사실상 복구가 매우 어렵다. 서치펀드형 인수 모델은 완벽하지 않더라도, 기술 단절을 완전히 막지는 못하더라도, 이 ‘급격한 붕괴’를 늦출 수 있다. 미래의 산업 재편, 인력 재구성, 지역 경제의 장기적 방향을 고민할 시간을 만들어 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결국 서치펀드 모델은 “정답”이 아니라 “시간”이다. 기술은 남아 있지만 사람이 사라지고 있는 지금, 지방 제조업의 미래를 위해 정말 필요한 것은 완벽한 해법보다 시간의 확보일지도 모른다. 서치펀드형 인수 구조는 바로 그 시간을 벌어주는 역할을 한다.


K-서치펀드 모델을 바라볼 때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생각들

지방 제조업 현장을 살펴보면 단순한 후계 공백이나 인력난이라는 단일한 문제가 아니라, 여러 요인이 동시에 얽혀 있다는 점이 드러난다. 기술은 남아 있지만 기술을 다룰 사람이 줄어들고, 인력 기반이 약해지면서 기업의 존속 가능성도 함께 흔들린다. 이 과정에서 서치펀드형 인수 모델이 거론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기존 경영자가 은퇴할 때 생기는 공백을 외부 자본과 외부 경영이 메울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 제조업 구조를 조금만 들여다보면 서치펀드 모델이 해외와 동일하게 작동하기 어렵다는 점도 바로 이해된다. 인력이 부족하고, 기술의 상당 부분이 개인에게 묶여 있으며, 재매각 시장은 좁고, 지역 생태계는 이미 약해져 있다. 이런 요소들이 겹치면서 서치펀드 모델이 해결책이라기보다 “붕괴 속도를 늦추는 장치”에 가까워진다. 그 자체가 부정적이라기보다, 현재 상황에서는 자연스러운 역할일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지방 제조업의 문제는 기업 단위의 경영난이라기보다, 산업 구조와 지역 생태계가 동시에 변화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읽히기도 한다. 기술과 사람, 인력과 지역, 기업과 금융이 모두 하나의 흐름 속에서 영향을 주고받는 구조다. 그래서 서치펀드형 인수 구조를 논할 때도 단순히 M&A 모델로만 보기는 어렵다. 어떤 지역에서는 작동할 수도 있지만, 어떤 지역에서는 작동하기 어려운 조건이 겹쳐 있다.


결국 지금 지방 제조업에서 벌어지는 일은 “어떻게 살릴 것인가”라는 단일 질문보다, “왜 이런 흐름이 나타났는가”라는 관찰과 해석의 영역에 더 가깝다. 서치펀드 모델은 그 흐름 속에서 등장한 하나의 반응이며, 그 반응이 의미하는 바는 생각보다 복합적이다. 인력과 기술이 빠져나가는 속도를 늦추기 위한 시도이자, 기술 단절을 피하려는 지역 단위의 본능적 대응이기도 하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말하면, 한국형 서치펀드 모델을 바라볼 때 중요한 것은 “가능하냐, 불가능하냐”보다 왜 이런 모델이 필요해졌는가, 이 모델이 등장한 배경은 무엇인가 같은 흐름을 이해하는 데 있을지 모른다. 지방 제조업이 겪는 변화는 한 기업의 성공·실패가 아니라 하나의 산업과 지역이 이동하는 과정이다. 그 과정 속에서 서치펀드형 인수 모델은 정답이라기보다 지금 나타난 여러 현상 중 하나의 신호처럼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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