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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id 이드 Apr 29. 2023

직무분석/레벨링은 왜 어려운가요 (철학/사상 편)

니체의 '신은 죽었다'에서부터 이어지는 서양 HR 철학

[Edited by iid the HRer]

※ 내가 쓰는 글들은 아주 개인적인 경험에 근거한 지극히 개인적 소견이니 편하게 봐주면 좋겠다.




레벨링(Leveling) 왜인지 모르지만 스타트업에서는 마치 숙명과도 같이 모든 회사들이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작업이다. 연공서열의 기성 기업 문화를 거부하고 수평적 커뮤니케이션은 추구하지만 레벨링은 규모가 조금만 커지기 시작하면 으레 다들 고민을 시작한다. 이 관련해서는 이다음에 좀 더 길게 이야기해 보고 이번엔 정말 아주아주 개괄적 내용만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근데 나는 개인적으로는 성장단계에 따라 필요는 하지만 (방법론적으로나 이론적으로 FM대로 할 필요는 절대 없이) 그냥 회사 필요/목적에 맞게 잘 적당히 실용 버전으로 하면 된다는 관점이다.


참고로 내가 교과서 보고 공부한 내용은 아니고 실제 몇년간 헤이/머서 컨설팅 회사랑 같이 프로젝트하기도 하고 내가 직접 일하며 배운 개념 중심으로만 설명하니 이론적이고 전문적이지 않더라도 그 부분은 미리 이해를 구한다. 


레벨링은 사실 레벨링 자체가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개념보다는 직무분석에 포함된 개념이다. 왜냐하면 전체 프로세스의 흐름이 직무분석을 먼저 한 뒤 그 직무분석한 내용을 기반으로 Position과 Level을 구성한다. 사실 이때 나오는 position에는 seniority를 반영해 Senior나 Junior 등의 분류도 포함한다. 단, Level은 각 회사/산업마다 그것을 나누는 기준이나 단계를 다르게 할 수 있기에 그 부분에 대해 정책적으로 결정하게 된다. 이후 Hay/Mercer 등의 Market Pay data를 기반으로 각 포지션별 Payband를 설정한다는 일련의 프로세스 중간에 있는 내용이다. 그래서 이런 position based HR을 할 때에는 각 position별로 JD가 다 별도로 작성하고 채용 공고 시에도 해당 JD를 오픈하고 각 포지션별 salary range를 기재하여 해당 JD기준으로 면접/평가 후 근로계약을 진행한다. 그리고 Position이 변경되면 변경되는 JD기반으로 다시 계약을 진행한다


........라는 이런 이야기는 다른 글에서 더 길게 하고


자! 이게 뭔 말인지 모르겠어요. 다 이해합니다. 너무 HR전문적인 내용이니. 그런데 사실 이 개념들이 잘 이해가 안 되고 이론적으로는 이해돼도 가슴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이유는 사실 HR전문적 내용이기보다는 나는 개인적으로는 사상/철학의 차이가 더 크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아주 아주 아주 너무 흑백논리처럼 너무 단순화한 개념 같지만 동양과 서양 두 축으로 접근하려 한다. 

심플하게 동양은 People based HR, 그리고 서양은 Position based HR로 구분해 보자. 요즘은 글로벌 시대라 그 구분점이 약하긴 하지만 여전히 동양과 서양 사상적 근본이 다른 관계로 차이는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예외적으로 중국과 동남아는 지리적으로는 동양이지만 굉장히 서양스러운 사상이 점령되어 있긴 한다.)


People based HR을 아주 간단하게 이해하면 예전 대기업 주도로 이루어진 공채제도를 떠올려보면 된다. 정말 기본적인 포텐셜과 능력이 뛰어나면 어느 직무에 대해서든 잘 적응하고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입사 후 (어느 정도 전공 등을 보긴 하지만) 여러 직무를 거치며 살아남은 사람은 임원으로 성장하게 된다. 

Position based HR은 공채 그런 것 없다. 그냥 다 명확하게 position에 대해 업무/요구역량/조건 등이 다 기술되어 있고 그 기준으로 평가하여 계약한다. 그래서 자기 직무중심으로 성장하고 전문성을 항상 요구받게 된다. 그래서 다른 직무로의 확장 혹은 Individual Contributor에서 Manager로 트랙을 변경하려고 할 때는 우리가 잘 아는 MBA를 가게 된다.


사실 두 개념은 뭐가 낫다 아니다처럼 우열의 관계는 아니다. 이드의 HR 브런치를 항상 보면 알 수 있듯이 그건 상황/전략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절대적인 정답은 없다. 






왜 이렇게 동양과 서양은 다를까요? 어떤 배경으로 이런 차이가 있을까?


니체가 말한 신은 죽었다에서부터 시작해볼까 한다. 

신이 존재할 때 인간은 선과 악, 불행과 비극, 고통 등 모든 책임을 신에게 돌릴 수 있었다. 그러나 신이 없어진 상황에서 인간은 “왜 사는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도 희망도 없어지게 되었다. 이를 허무주의(니힐리즘 ; nihilism)라 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니체는 초월적 가치 대신 새로운 가치가 창출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신이 죽고 난 뒤 인간은 더 이상 신에 의지할 필요도 없고, 의지할 수도 없다. 따라서 인간 스스로 신이 되고 주인이 되어야 한다. 신 대신 새로운 존재로 등장한 것이 바로 초인(超人, 위버멘쉬 ; Übermensch)이다. 인간중심주의의 표상이다.
- 출처 '네이버 지식인' -


HR관점에서 얘기해 보면 신을 중심으로 한 세계관은 끝났고 이제 인간의 시대다 시작했다고 난 이해했다. 종교로 대표되던 시대에서 인간의 시대로 넘어왔다는 말은 이제는 미지의 영역인 블랙박스를 신앙심만으로 마냥 믿고 인정하기보다는 인간의 이성/지성을 바탕으로 세상을 분석하고 연구한다는 말과 같다. 서양은 인간의 이성을 바탕으로 분석하고 체계화하고 시스템화하는 것을 중시해 왔다. 테일러는 인간이 하는 노동을 동작별로 다 분석해서 시간까지 재면서 생산성 효율화를 추구했다. 그리고 포드로 대표되는 컨베이어벨트 생산방식도 노동을 지극히 파트화 시켜서 최적의 생산성을 이루게 하였다. 저 기점을 분기점으로 분석적이고 이성적인 접근이 고도화되고 본격적이게 되었다. (물론 정말 하나하나 따지는 개념이면 그전에도 플라톤/아리스토텔레스나 그런 분들도 있으니 이 부분은 이해를 돕기위한 단순화로 이해를 ^^)


② 계약서 기반의 관계가 기본이다. 계약서 기반의 커뮤니케이션이 되기 위해서는 계약서를 작성할 명확한 내용들이 정리가 되어야 한다. 문서로도 정리되지 못하는 개념과 영역이라면 계약서 자체가 성립될 수 없다. 미국은 극단적으로 JD기반의 근로관계가 이루어진다. 회사에서 요구하는 바도 명확히 JD에 적혀있는 바이고 (물론 그것을 충족하지 못할 시 해고도 상대적으로 가능하다) 직원도 JD 외의 업무나 역할을 본인에게 요구하는 바를 거부할 수 있다. 포지션 변경 혹은 승진 시에도 변경사항에 대해 역할 / 의무 / 책임 등에 대해 명확히 기술된 JD 정도의 상세한 근로계약서 기반으로 계약을 진행한다. 채용 포지션에 급여에 대한 range를 미리 밝혀놓기도 한다. 


③ 구조/시스템적 설계를 더 안정적으로 느낀다. 요즘엔 경기들이 많이 안 좋아지고 IT회사들이 많이 생기며 예외가 많이 있지만 미국 회사들의 연간 사이클을 보게 되면 몇 년에 한 번씩 전문 컨설팅펌을 계약하여 장기/단기 전략에 대해 컨설팅을 받는다. 그리고 그 전략 로드맵에 따라 회사는 운영을 한다. 또 그 로드맵이 마무리되거나 혹은 다른 변수가 생길 때는 컨설팅 의뢰를 한다. 


뭔가 우리나라랑 뭐가 다르냐 할 수 있지만 생각보다 미국 회사들은 그 컨설팅 결과를 바탕으로 진짜 회사 전략/사업계획을 세운다. 그 부분은 여러 해석이 가능하지만 나는 우리나라 회사들이 주로 오너에 의해 경영되어 오너들의 인사이트/의사결정 중심으로 흐르는데 반해 미국 회사들은 대부분 주주/이사회 중심의 운영이기에 가장 합리적이고 전문성이 높은 집단의 결과물을 바탕으로 회사를 경영하는 것이 make sense 하다 느낀다. 다시 돌아와 이 말에 대해 다른 식으로 해석한다면 전략에 따라 회사의 구조가 어떠해야 하며 그 구조를 어떤 사람들로 구성할까 개념으로 접근하게 된다. 그래서 한국과 달리 사람중심으로 구조를 짜거나 업무를 구성하지 않는다. 거시적 구조 이후 개별적 사람으로의 접근을 한다. 그렇기에 원칙과 프로세스와 시스템이 중요해진다. 

개인적으로 한국에서 운영되는 Position based HR은 이 부분에서 제일 원래의 취지와 다른 게 운영되는 것 같다. 아무리 예전에 고생하고 노력했어도 쥬니어는 쥬니어다. 하지만 여기선 정과 그 역량/업무/책임 등으로 규정되지 않는 그 너머의 제 3의 가치가 있기에 그 사람은 주니어더라도 시니어로 분류되는 경우가 가끔 있다. 요즘 유행인 CEO Staff 직무도 한번쯤은 이런 관점에서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인프라기반의 제조업이 인프라가 가장 생산성을 좌지우지하는 요소기에 그에 따라 기업운영구조가 형성되는 것과는 다른 개념이다. 이 예시가 적절하지는 모르지만 미군이나 혹은 미드 (주로 종말류)를 자주 접해본 사람들은 뭔가 사건이 터졌을 때 1차적인 액션이 (우리나라라면 우왕좌왕하거나 자기 맘대로 할 가능성이 크지만) 백과사전 두께의 매뉴얼을 뒤진다. 아니 급해 죽겠는데 무슨 매뉴얼이냐 거기다 백과사전 두께면 찾는 걸 어떻게 찾아!!라고 의문을 가져봤다면 그것 또한 우리나라랑은 다른 문화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컨설팅 보고서가 매번 왜 이리 장표수가 많고 별별 챕터가 다 있냐? 가 그 맥락과 비슷할 수 있다. 


여담으로 professional firm에 대한 개념도 전인격적 관점에서 사람만 뛰어나면 뭐든 다 잘할 수 있다는 동양적 관점과는 다른 전문성 기반의 효율성/합리성 기반인 서양 관점으로 접근할 수 있다. 물론 내가 뛰어나고 똑똑하면 나도 공부해서 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 시간 자체가 너무 중요하고 비싼 자원이기에 차라리 더 잘하는 firm을 고용해서 맡기는 것이 낫다. 전략이든 자산 운용이든.
 
그 개념에서 우리나라는 대기업이나 어느 정도 규모가 커진 회사들이 M&A를 통해서 영역을 확장하기보단 인하우스에서 어떻게든 다시 0부터 육성을 하는 형태들이 왕왕 생기는 모습이 아닐까 싶다. 과거보다 M&A 케이스는 많아지는데 사실.... 그 deal closing 이후 모습을 좀 더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단순 사업 타이틀이 필요한 것이 아니고 해당 영역에 대한 경쟁력/전문성을 가져가기 위함인데 잘 운영하지 못하는 경우가 꽤 많은 것 같다. PMI를 나도 운좋게 몇번 해보았지만 Integration이 꼭 우리 회사 사람이 거기에 들어가야 하고 우리 사람으로 다 전환되어야 한다는 말이 절대 아니다. 인적 통합이 메인이 아니고 biz의 통합이 더 중요하다


위의 설명들은 참고로 실리콘밸리로 대표되는 IT회사들은 조금 다를 수 있다. (전통 IT회사인 IBM, SAP, 오라클, MS(?)까지는 기성 회사랑 비슷한 경향도 있다 생각한다). 넷플릭스나 페북, 구글 등의 문화나 경영방식이 기성 회사들과는 달랐기에 그만큼의 임팩트가 컸음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서구권, 특히 미국에서도 동일하다. 


그런데 실리콘밸리 IT회사들의 다른 조직문화와 (동양과는 대조되는) 서구권 철학 배경은 다르게 접근되어야 한다. 아무리 조직문화는 다르더라도 그 회사들도 서구권 배경을 가지고 있긴 하다. 그런 IT회사조차도 사람 한 명 한 명의 슈퍼 생산성을 존중하면서도 여전히 JD기반과 position 기반의 HR이 큰 중심은 가지고 있다. 애자일은 SW개발에 특화된 방법론이지 그 자체가 주류가 될 수 있는 방식은 아니다. (아주 예외적인 한두 명의 슈퍼 인재에 대해서만 people 기반 HR이 나타난다. 그것은 예외 케이스다. 애플/아마존/구글 등이 그 수많은 인력 규모와 조직을 어떻게 운영하는지 생각하면 그 회사들 또한 경영되고 있다)






너무 방대한 영역이라 두서없이 써진 것 같아 자! 다시 레벨링으로 돌아오자


레벨링의 좀 더 근원적 표현은 직무분석이다. 

직무분석은 지극히 사람들이 하고 있는 일 나아가 직무가 사전에 충분히 분석되고 정의될 수 있다고 전제한다. 그 일을 하는 사람을 중심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닌 조직도의 하나하나 상자들처럼 이 회사 그리고 이 사업을 운영하기 위한 수많은 fuction parts가 어떤 것들이 있는지 굉장히 구조적으로 분석해서 그것들로 시스템화한다. 

그 수많은 직무들의 구조에 이제 사람들이 하나씩 mapping 된다. 직무들의 구조는 X축과 Y축 모두에서 나타난다. 일부러 영어단어를 안 쓰려고 X/Y축으로 표현한 점은 양해를 부탁한다. X축은 function 혹은 category에 의한 difference를 구분하는 축이고 Y축은 난이도와 seniority를 구분하는 축이다. Y축을 우리는 일반적으로 직급 혹은 레벨이라 표현한다.

레벨은 사실 회사들마다 단계나 구분자를 다르게 가져갈 수 있다. 예를 들어 우리는 Senior를 Lv5로 부르겠다 할 수 있고 우리는 Lv7로 부르겠다 할 수도 있다. 이것은 원칙적으로는 그 구성원의 구성 현황과 인력정책/철학 그리고 회사의 정책에 따라 달라진다. 인도 카스트제도처럼 그냥 Lv7이면 다른 데서도 Lv7 그런 것이 아니다. (오늘은 배경에 대한 글이기에 실제 방법론이나 세부적인 건 다른 글에서 좀 더 설명하겠다)

그리고 거시적으로 주로 동일한 industry에서 (회사들은 다를 수 있지만) 직무들은 유사한 업무 영역과 요건들이 있다고 접근된다. 이는 노동시장 관점이다. 근로자들은 모든 회사별 포지션별로 특화되어서 본인의 역량/스킬을 키울 수 없기에 어느 정도 일반화/보편성이 필요하다. 여기에서 공채/인바운드 채용이 아닌 아웃바운드형태의 헤드헌팅 채용이 나타난다. 

그리고 중요한 market pay dat 개념이 나타난다.(Payband는 레벨과 Market data가 합쳐져서 나오는 개념이다). 참고로 가끔 내가 만나는 대표님들에게 말씀드리지만.... 한국 사회에서는 Market data 효과성이 적으니... 돈 주고 사지 말라고 매번 말씀드리긴 한다. 


뭔가 이렇게 정리해 보면 서양 철학/배경은 너무 드라이하고 사람을 중시하지 않고 이렇게 등등 볼 것 같다. 하지만 이것은 지극히 우리의 관점에서 서구권을 봤기에 그렇게 평가하는 것이다. 시민혁명이나 민주주의와 같은 인권을 중시하는 사상이 어디서부터 왔으며 참정권과 같은 권리에 대한 평등 개념도 어디서부터 왔고 다양성/여성 인권 등도 어디서부터 왔냐라고 생각하면 절대 서구권이라고 해서 사람을 등한시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HR 혹은 비즈니스에 대한 접근 방식의 차이일 뿐이다. 좀 더 합리적이고 전략적이라고 해서 또 서양이 무조건 좋다도 아니다. 오너형태의 재벌식 운영방식이 한국에서는 과거 여러 비리등 이슈로 지탄받기는 했지만 케이스에 따라 훨씬 긍정적 효과가 큰 경우도 있다. 




레벨링이라고 쓰고 왜 이리 철학개론 같은 이야기만 할까에 대한 답변은, 


이런 배경에 대한 이해 없이는 실제 회사에서 자주 쓰이는 레벨링/페이밴드 개념을 잘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근의 공식처럼 그냥 딱 정해져 있고 어느 문제에서라도 적용가능한 솔루션이 아니다. 여러 철학적 배경에 따라 나타난 접근법이기에 배경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어떤 상황이든 어떤 회사에서든 유연하게 적용이 가능하다. 


동양에 대한 설명을 적지 않은 것은 한국 사람이라면 너무도 잘 알고 있기도 하겠고 중간중간 설명을 했기에 그 정도로 충분하지 않을까라 쓰고...(너무 길어져서 그거까지 적으면 너무 루즈해질 것 같아서가 솔직한 답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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