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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id 이드 May 08. 2023

[iid] HRBP가 도대체 뭔가요? 꼭 필요한가요?

HRBP이 나오게된 스타트업들의 배경과 HR의 자세 

[Edited by iid the HRer]

※ 내가 쓰는 글들은 아주 개인적인 경험에 근거한 지극히 개인적 소견이니 편하게 봐주면 좋겠다.




요즘 HR에서 보면 HRBP란 포지션들이 생각보다 많이 쓰이고 있다. 내가 최초 야놀자에서 HRBP를 할 때만 해도 스타트업에서도 HRBP를 쓰는 곳은 거의 없었다. 그나마 쿠팡 정도? 그래서 HRBP라고 소개하면 뭐냐고 매번 설명을 하기도 해야 했고 다른 회사들에서도 꽤 신기해했었다.


HRBP란 Human Resurces Business Partner로써 사실 우리나라에는 잘 없었던 포지션이다. 글로벌 기업에 주로 있는 직무로 기존 HR 직무들이 기능 중심으로 분류되었던 것에 비해 HRBP란 조금 더 조직 구조 중심적인 포지션이다. 담당 조직/영역에 대해 HR전반적으로 담당하는 포지션으로 어느정도 독립성이 유효한 조직단위에 배치된다. 전사차원에서만 대응하게 되면 각 조직에 대한 유연함과 즉시성이 떨어지는 것을 HRBP를 통해 대응한다. 

HRBP란 포지션과 세트로 존재하는 조직이 CoE (Center of Excellence)인데 HRBP가 각 조직을 프런트에서 담당한다면 백오피스에서 지원 서포트해 주는 조직이 CoE다. CoE는 각 영역별로 스페셜리스트들로 구성된 조직으로 제도/가이드 등을 수립/운영하는 곳이다. 뭔가 너무 이론적이고 전문적이라 생각할 수 있어 오늘은 그냥 좀 더 이드스타일대로 원초적으로 HRBP로 대표되는 HR 영역에서의 변화들이 왜 갑자기 이렇게 나타나고 있을까를 한번 얘기해볼까 한다. (지극히 나의 개인적 관점에서의 의견일 뿐이다)





왜 기업들은 HRBP들을 많이 원하고 있을까?


일단 가장 큰 이유 중에 하나는 조직들도 HR이 더 이상 기능식 접근이 아닌 문제해결 관점으로 Full Stack 관점에서 대응해 주길 바라고 있다.

조직에서의 이슈나 솔루션은 너무 복잡하고 다양하다. 이런 이슈들을 기존 기능식 접근으로 하면 평가는 누구, 노무는 누구, 조직문화는 누구 이런 식으로 개별화해서 대응해야 한다. 사실 숫자나 공식이 아닌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기에 이런 이슈들은 굉장히 복합적이고 상호의존적이다. 기능식 접근은 문제의 본질적 해결이 어렵다 보니 결국은 전체 기능을 통합적으로 보는 누군가가 대응해야 한다. 하지만 그 누군가는 대부분 HR리드가 되며 리드는 한 명인 상황에서 그 대응력의 한계도 있을뿐더러 결국 리드 밑의 각 담당자들은 정작 문제의 본질과는 점점 멀어지게 된다.

사실 이 니즈들은 지극히 스타트업의 정상적인 모습들인데 아이러니하게 경영지원에는 그 여파가 좀 뒤늦게 온 것 같다. 물론 작은 곳에서는 직무 구분 없이 뭐든 일단 다 해줘도 있긴 했지만 HR/재무/법무 등 영역이 구분되면서부터는 묘하게 그 영역에는 안전지대를 존중해 주는 경향도 있다. 왠지 이렇게 하자고 하면 안 될 것 같고 이렇게 해달라 하면 안 될 것 같은 그 묘한 긴장감..

문제 해결 관점에 대해서도 첨언을 하자면 HRBP는 조직 내에서 컨설턴트이자 의사결정자이자 실행자 역할도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아주 크고 중요한 의사결정은 당연히 상위 직책자들과 논의하겠지만 프런트에서 대응한다는 그 의미는 그만큼의 권한 또한 가지고 대응한다는 의미이다. 조직 내에서 일하는 수많은 이슈와 문제들은 매 순간 의사결정을 요한다. 이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것은 그 조직의 Head도 있겠지만 HR과 조직측면에서 같이 의사결정을 해줄 파트너가 필요하다. 그것이 바로 HRBP이다.

이런 변화와 함께 좋은 점이라면 기존에는 스타트업에서도 HR을 (성장을 위해 매우 중요하고 HR로 유명해지고 싶다고 등등 말을 하는 곳은 많았지만) 실제로는 단순 기능식 조직으로 보고 있었던 상황에서 좀 더 비즈니스와 조직 성장에 더 중요하고 깊게 연결되어 있는 조직으로 보게 된 계기도 된 것 같다. 그러다 보니 HR에 대해서도 점점 더 높은 기대와 능력치를 요구하고 있다.

스타트업의 조직적 변화 과정에서도 빠른 스피드와 애자일함이 무기였던 스타트업들이 조직과 인력들이 성장하게 되면 쉽게 대응력이 떨어질 수 있다보니 최근 스타트업들에서는 프로덕트 단위든 혹은 function단위든 점점 조직을 나누어가며 해당 조직장(C레벨 / Head / PO 등)에게 권한과 책임을 위임하는 경우도 있다. 권한의 핵심적인 영역은 당연히 비즈니스/프로덕트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부분도 있지만 인사권도 있다. 그 인사권에 대해서도 독립성을 어느정도 인정해주느냐에 따라 실제적으로 그 조직은 독립적으로 살아움직일 수 있다. 


다음으로 유의미한 배경 중 하나는 HR인력의 효율성/경제성 관점이다.

앞에도 말했지만 진짜 HRBP가 제대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CoE라는 조직도 균형적으로 존재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시장상황에서는 CoE보다는 HR Ops(계약, 급여, 행정 등)와 리크루터 인력만 있고 나머지는 전체 다 HRBP로 하려는 곳들도 많이 있다. 그렇다고 기능식 조직 체제로 하면 조직 성장 단계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보통 각각의 1인분 업무량이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몇 개의 직무들이 뭉쳐져서 포지션이 형성되다 보니 그 직무명이 HRBP로 쓰이기도 한다.






그렇다면 HR은 이런 요구에 어떻게 변화/대응해야 할까


① 일단은 무조건 공부하고 자신의 시야를 확장해야 한다.

HR에 대한 공부에 앞서 무엇보다 비즈니스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단순히 우리 회사는 이런 것을 하는 회사고 채용을 위해 설명을 할 수 있는 정도가 아닌 적어도 해당 도메인에 대해서 진짜 일하고 있구나를 느낄 수 있을 정도여야 한다. 그리고 나의 파트너는 그냥 실무자가 아닌 해당 조직의 Head나 C레벨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적어도 그네들에게 파트너로 존중받을 정도는 준비되어야 한다. (HR적 역량은 기본이다)


언젠가 쓸 내용이지만 리크루터로서 일을 잘하기 위한 필수 역량 중 하나도 바로 스터디이다. 산업 / 회사 / 비즈니스 모델 / 직무 등 스터디해야 할 영역은 무궁무진하다. 예전에 마케팅 조직 HRBP로 담당할 때는 마케팅의 역사(ATL/BTL부터 퍼포먼스 마케팅/CRM 등)부터 마케팅 Tool들에 대해서도 다 공부를 했었다. 그리고 개발조직 HRBP를 담당할 때는 아키텍처에 대한 구조부터 개발 언어의 종류, 주요 스타트업 회사들의 개발 언어들 등을 또 공부했었다. 직무들에 앞서서는 내가 속한 산업과 회사, 회사가 제공하는 상품/서비스도 기본적으로 스터디되아야 한다. 경쟁사들은 누가 있고 우리는 경쟁사와 비교해 어떤 강점/약잠이 있는지 등등 적어도 투자사들보다는 잘 알아야할 것이다. 이 정도 스터디는 당연히 기본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내가 HRBP로서 어떤 미팅에 들어가서도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대화를 이해하고 그 속에서 HR적 솔루션이 필요할 시 의견을 줄 수 있어야 한다. 내가 비록 직접 그런 업무를 해보지는 않더라도 그네들과 Partner의 관점에서 동등한 눈높이를 가지려면 그런 노력은 당연하다.

다음으로 내가 노무를 했다고 해서, 평가/보상을 했다고 해서 등등 하나의 영역을 안다고 해서 인정되는 시기는 지났다. 여전히 기능단위를 뽑는 곳이 있다고 해서 과거처럼 그것을 안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위험하다. 이제는 HR담당자라고 한다면 전체 프로세스, 전체 function에 대해서는 깊지 않더라도 다 알 수 있어야 하고 극단적으로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특수 직무라 할 수 있는 리크루터조차도 지금 같은 혹한기에는 다른 직무 경험이 필요하다. Recruiting Business Partner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더 이상 채용을 한다고 조직과 떨어질 수 없음을 더 강조하는 말로 이해해도 좋을 것 같다.

안타까운 점 한 가지는 시장과 회사들이 HR에 좀 더 넓은 영역을 바라기 시작하면서 각 개개인들의 성장에 대해서는 이제 스스로가 책임져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회사는 기다려주지 않는다. 회사에서 필요한 상황을 제시하고 할 수 있는지 없는지, 한다면 잘하는지 못하는지를 보는 시대로 점점 바뀌고 있다. 이것이 경력직 중심의 상시 채용 구조이다. 각 개인들이 그다음 커리어, 그다음 직무를 사전에 준비해 가가며 공부하고 준비해야 한다. 한 가지 팁을 준다면 새로운 직무에 대한 경험은 새직장에서 경험하기보다는 그 전 직장에서 새로운 직무로의 확장을 도전해 본 뒤에 이직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적어도 현재 직장에서는 원래 직무에 대해서는 인정하고 있기에 추가 새 직무의 도전을 어느 정도 받아줄 여유가 있기 때문이다.


공부하기 위해서는 요즘 워낙 아티클 / 강의 / 책들이 다양하고 많아서 지식을 습득하기에도 좋고 그리고 만약 지식을 습득한다고 한다면 이론 30% + 실무 경험 70% 정도로 공부하길 추천한다. 실무경험의 의미는 직접 해보라는 말이 아니라 (그러면 베스트지만 일반 회사에서 학습을 위해 그런 기회를 주기는 힘들기에) 자료들 중에도 단순 좋은 이야기/좋은 이론이 아닌 실무 중심으로 실제 어떻게 해야 하는 지를 써놓은 내용들을 말하는 것이다. 요즘은 미디엄이나 브런치 등 좋은 아티클들이 너무도 많기에 잘만 찾아봐도 많은 도움을 얻을 것이다/ 

이론을 공부하는 것은 가장 기본 골격이 되어야 할 원칙과 원리 그리고 고려해야 할 리스크 등을 의미하는 것이지 철학과 사상, 성악설/성선설과 같은 내용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철학과 사상은 공부를 하기보다는 자연스럽게 본인이 일을 하며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을 나는 추천한다. 처음부터 너무 철학/사상에 갇히게 되면 나의 시야와 범위 자체가 제약되어진다.



② 업무 할 때의 관점과 사고방식을 바꾸어야 한다

분명 HR로서 원래 지켜야 하는 원칙과 기준은 있지만 지금까지는 그것을 기반으로 HR이라는 업무를 해왔다면 이제는 조직의 문제/이슈를 해결함에 HR측면에서 접근하는 관점으로 변경해야 한다.


쉽게 말하면 기존 방식은 HR이라는 큰 틀과 구조가 있다면 그 안에서 현재의 이슈에 해당하는 부분들을 확인하고 그 틀 안에서 전형적인 HR의 방식대로 해결해 왔다. 하지만 앞으로는 문제 자체를 깊이 있게 바라보며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를 고민하며 조직/인력/프로세스/비즈니스 등의 측면에서 복합적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약간 다른 예시를 들어 볼까 한다. 과거 대기업에서는 예산을 담당하는 재무팀에 예산을 승인받기 위해서는 매번 프로젝트나 사업계획서를 프린트해서 그것을 들고 직접 재무 담당자에게부터 실장한테까지 직접 다시 한번 설득의 보고를 했었다. 재무에서 자기들도 설득이 되고 허가가 된다면 도와준다의 관점에 가깝다. HR도 과거에 그런 느낌과 크게 다르지 않았을 수도 있다. 단지 좀 더 service 마인드가 더 강했을 순 있다.

더 이상 HR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별도로 문제를 정의하고 HR적으로만 접근하기보다는 그냥 다른 헤드들과 있는 자리에서 같이 논의하며 그것을 HR적으로만 접근하면 되는 것이다. 그래서 HRBP체제로 바뀐 이후 특징 중 하나라면 HR도 이제 비즈니스 현안 미팅에 같이 들어오며 매출을 증가하기 위한 방안을, 경쟁사를 이기기 위한 방안을 등등 같이 논의하고 이야기할 수 있게 요구되었다.



여기까지 HRBP의 배경이나 기초적 자세에 대해서는 지극히 개인적 의견을 써보았다.

그런데 강조하고 싶은 것은 HRBP의 실제 역할과 범위는 회사마다 매우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단순 코디네이터에 그치는 곳이 있다면 해당 조직 내에서의 COO와 같이 권한이 강한 곳도 있다. 또 어떤 곳은 재무적 영역까지 담당해 주길 바라고 어떤 곳은 조직문화 측면을 담당해 주길 바랄 수도 있다. Business Partner가 붙은 만큼 뭐 그건 그 회사 마음이기 때문이다. 단지, 그 단어가 붙은 무게감과 의미는 단순히 가볍지 않기 때문에 이 직무는 대체로 시니어이길 요구된다.


모든 HR이 HRBP처럼 좀 더 프런트로 나가면서 전향적으로 바뀌는 것은 장기적으로는 좋다고 생각한다.하지만 진짜 역할과 그리고 그 역할을 수행하기 위한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타이틀만을 HRBP로 사용하게 된다면 도리어 그 직무 타이틀이 또 다른 장애물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예전에 어떤 투자사 경영진으로부터 "HRBP는 꼭 필요한가요? HRBP체제로 꼭 바뀌어야 하나요? HRBP에게는 어떤 권한을 주어야 제대로 작동될까요?" 란 질문을 받은 적이 있었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을 하면서 HRBP가 유행처럼 하면 좋은 것으로 인식되게 되면 그에 적합한 인재를 더더욱 채용하기 어려울뿐더러 조직 내에서는 더 많은 혼란과 비효율이 발생할 수 있다고 답을 드렸다. HRBP 또한 하면 좋은 것이 아닌 전략적 선택의 영역이다. 


비록 HRBP가 아니더라도 HRer에게는 더욱 비즈니스에 대한 이해도, 프런트라인에서 일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유연성/의사결정력이 요구될 것이다. 시대는 기다려주지 않는다. 이미 채용공고에 오픈된 포지션들 대부분이 BP라는 타이틀이 붙어 있는 것만 해도 대표적 예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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