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심파괴 현실잔혹 HR 시리즈 ①
[Edited by iid the HRer]
※ 내가 쓰는 글들은 아주 개인적인 경험에 근거한 지극히 개인적 소견이니 편하게 봐주면 좋겠다.
▶ 제목에는 리더라고 표현하긴 했지만 회사 내에서 가장 대표적인 리더인 대표를 상징적으로 하려고 한다.
다양한 회사 경험을 하면서 답답하거나 혹은 안타까움을 느낄 때가 종종 있다. 그것은 대표에 대해 구성원들이 잘못 알고 또 믿고 있을 때다. 사람에 대한 배신 이런 것보단 어떤 이미지에 대한 막연한 기대/맹신에 가까울 것 같다.
사람을 중심으로 하고 존중해야 한다는 HR에 관심 많다고 해서, 실리콘밸리 IT회사들처럼 신뢰 기반으로 권한을 위임하고 수평적이어야 한다고 해서 절대 대표가 착하거나 인격적으로 성숙한 것은 아니며 꼭 그래야 할 필요도 없다. 이것은 전혀 상관관계가 없거나 아니면 굉장히 낮다.
참고로 이 말은 반대 경우도 있을 수 있다. 내가 겪었던 대표님 중 한 분은 회사에서는 엄청 업무적이고 드라이하고 날 서고 터프한 스타일의 HR/경영을 하지만 사적으로는 엄청 여리고 정이 많은 분이었다. 그분은 출근하면서 회사 대표모드로 변했다가 퇴근하면서 다시 돌아온다는
HR은 회사를 경영하기 위한 정책이자 전략이고 그리고 철학/비전과 같은 메시지들은 HR을 이루는 여러 요소들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물론 실제로 대표가 자신이 말하는 대로 고민하고 행동할 수 있지만, 그것이 곧 대표의 본래의 인성/성격과 연동된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대표는 역할이지 개인으로서의 대표 본인이 그대로 투영되지는 않을뿐더러 그렇게 된다면 위험하다.
대기업처럼 제도와 시스템이 고도화되어 있다면 대표 개인의 개성이 생각보다 많이 나타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회사라면 최종 의사결정은 결국 대표 개인의 성격/철학에 의지하게 될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
다른 글에서 한번 더 다루긴 하겠지만 HR은 뭔가 도덕이나 정의/선과 같은 가치의 영역이 아님을 다시 한번 말하고 싶다. HR 또한 어떤 조직/기업을 경영하기 위한 하나의 영역일 뿐이다. 실제로 수행하는 과정에서 명분이나 표현 방식의 하나로 어떤 메시지나 색깔을 품을 수는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회사는 영리를 추구해야 하는 이익집단이기에 어떤 도덕/정의/선을 추구함이 목적이 되면 안 된다. 그런 조직은 자선단체나 공공기구가 되어야 한다.
뜬금없을 수 있지만 실리콘밸리 빅테크 회사들에 대한 사람들의 아이러니한 인식을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 대부분의 사람들은 애플의 스티븐잡스의 인성은 (노년에 죽기 전을 제외하고는) 비판하지만 그의 경영철학과 방식은 추앙한다.
▶ 구글의 구성원들을 믿고 bottom up의 아이디어에서부터 새로운 비즈니스들이 이루어지는 일하는 방식은 추앙하지만 최근 힘든 경기 등으로 인해 피차이 CEO가 복지나 인력을 줄일 때 보였던 모습과 메시지는 인정하지 않는다. (그리고 여담으로 구글의 OKR/레벨링은 추앙하지만 실제 평가제도에서 나타나는 수많은 비효율적이고 OKR 철학과는 차이가 나는 평가를 위한 평가 운영형태는 인정하지 않는다.)
▶ 아마존의 경영방식 그리고 사업적 성공은 다들 추앙하지만 제프 베이조스가 추구했던 탑다운 방식과 수직적인 조직문화는 인정하지 않는다.
▶ 넷플릭스의 무한에 가까운 자유와 보상, 그리고 그로 인한 우수 인재들과 그 일 하는 문화는 추앙하지만 그 과정에서 누구라도 아웃될 수 있고 그 사람이 내가 될 수 있음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는다. 그리고 일의 힘듦이 내 자의가 아닌 다른 사람들의 평가/시선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은 인정하지 않는다.
▶ 테슬라의 일론머스크도 그의 천재성과 도전정신은 다들 추앙하지만 트위터를 인수하면서 했던 인력 조정 정책이나 재택에서 사무실로의 복귀를 진행하며 했던 행동들은 인정하지 않는다.
사실 대표적으로 예를 든 실리콘밸리 회사들은 다들 HR을 잘하고 본받을 만하다고 사람들이 말한다. 그런데 위의 예시들에서 자기들이 좋다고 생각하는 부분에 대해서만 칭송하고 따르고 싶어 한다. 사람들이 피하고 싶은 단점은 해당 스타일의 HR을 실행하면 당연히 나타날 수밖에 없는 단점 혹은 side effect이다.
한 회사의 HR은 좋은 것, 나쁜 것을 나누어서 볼 수 없이 한 덩어리로 봐야 한다. HR은 하나하나 좋은 글귀들, 좋은 제도들이 모여서 이루어질 수 없다. 이전 레벨링 글(https://brunch.co.kr/@shineastkim/32)에도 나와있듯이 HR은 레고가 아니고 하나의 유기체에 가깝다. 각 조합에서 서로 좋은 것들만을 선택해서 모으면 결국 괴물이 되어버린다.
그리고 빅테크 회사들에 대해 정리된 HR도 사실 어느 정도 성공을 이루고 그동안 이루어왔던 정책/제도 등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결과중심적으로 위인전처럼 정리된 부분도 분명히 존재한다. context와 과정을 알지 못한 채 결과적 논평만 보고 HR을 평가하는 것은 교과서에 나오는 이론을 대함과 다르지 않다. 이런 측면에서 사람들이 존경한다고 하는 위대한 경영자들도 분명 그 과정에서는 때로는 독하고 때로는 나쁠 수도 있고 때로는 냉정한 의사결정들을 해왔을 수도 있다. 결과적으로 정리된 혹은 표방하고 있는 HR이 선하고 이상적이라고 해서 대표들 모두 착하거나 옳은 the saint는 아닐 수 있다.
공자의 유가 사상과 한비자의 법가 사상이 있다.
구체적으로 각 사상을 설명하는 것은 굳이 내 글에서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중국 춘추전국시대를 통일한 것은 결국 법가사상을 채택한 진나라였다. 하지만 현재까지 영향을 주고 있는 사상은 유가이다. 이 예시를 비유한다면 회사를 경영해서 성공한 것은 결국 법가인 것이고 회사와는 별개로 사람들에게 조금 더 수용적이고 이상적일 수 있는 사상은 유가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대표가 구성원들을 좀 더 설득하기 쉽고 그리고 좀 더 부드럽게 다가가기 위한 포장과 명분은 분명히 필요하다. 굳이 딱딱하게 사측과 근로자 측이란 입장을 나누어서 그렇지만, 둘의 이해관계는 명확하게 다르다. 물론 성숙한 근로자 그리고 이상적인 근로자는 본인의 일도 수행하지만 회사의 상황/미래도 함께 고민한다. 하지만 이는 시장이 좋고 경영상황이 긍정적일 때이다.
(미리 말하지만 나는 사람을 보는 관점이 조금은 시니컬할 수 있다). 극한의 상황일 때 각자는 자신의 이해관계가 제일 중요해진다. 대표는 회사의 생존, 그리고 근로자는 커리어와 생계를. 이 상황에서는 앞에 말했던 아름다운 HR이 유지되는 것은 매우 어려워진다. 결국 현재의 상황에 기반한 가장 합리적이며 이성적인 판단들이 이루어진다. 그때 되어서야 진면목을 알게 되는 것은 사실 너무도 위험하며 낙관적인 태도긴하다.
시니어일수록 회사/대표가 내세우는 이상적 가치 (ex. 비전, 미션, 컬처 등)보다는 그것이 실제로 발현된 모습이나 결과를 중시한다. 왜냐하면 좋은 캐치프레이즈는 어디에서든 다 말할 수 있지만 그것을 실제로 어떻게 실행하고 운영하는지는 너무도 다르기 때문이다.
아래의 예시를 한번 살펴보자. (실제 사례는 아니고 가상의 사례이다)
A라는 스타트업 대표님은 SNS상이나 외부 강연에서는 너무도 인격적이고 성숙하며 사람을 너무도 존중하며 모든 사람은 소중하고 다 가능성이 있다는 메시지를 준다. 그러면 그분이 실제로 운영하는 회사는 어떨지 살펴보자. 물론 실제로 그 대표님의 생각이 진심이기에 회사 운영 시에도 그렇게 하고 싶을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재무 상태와 비즈니스 상황에서는 그런 생각이 들어갈 여지자체가 없을 수도 있다. 혹은 자신이 하고 싶은 HR을 반영하게 되면 회사 경영자체가 휘청이기에 할 수 없을 수도 있다. 그렇다 이상과 현실은 다른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모든 영역에서 이상화가 되기를 바란다. 앞에도 말했지만 대표의 제일 첫 번째 의무는 경영을 하는 것이다. 좋은 이야기를 하고 자선/복지를 하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구성원 입장에서는 아름답고 정의롭고 이상적인 HR이 구성원 자신에게는 제일 중요한 생계 혹은 가치관과 연계된 일일지라도 대표입장에서는 그것을 온전히 다 존중해야 할 책임은 없는 것이다. (물론 경영을 제대로 못해서 회사가 망하는 경우는 좀 다르게 볼 것 같다)
B라는 스타트업 대표님은 항상 구성원을 성숙하게 존중해야 하고 실리콘밸리 HR을 추앙한다. 하지만 실제 회사운영에서는 탑다운에 복지에 대해서도 타이트하게 관리하며 규율 중심으로 운영한다. B에게 왜 말하는 것과 실제 실행하는 것이 다르냐고 물어본다. B 대표님은 당연히 그런 HR을 위해서는 성숙하고 뛰어난 인재들로 구성된 인재밀도 높은 조직이어야 가능한 것 아니냐고 도리어 반문한다. 즉 현재 B대표님 회사의 구성원들은 본인이 추구하는 HR을 하기에는 구성원들의 수준이 맞지 않기 때문에 현실에 맞는 HR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B대표님은 자기가 진정으로 추구하고 하고 싶은 HR은 성숙한 HR이라고 끊임없이 SNS에서 그리고 공식자리에서 어필한다.
내용들이 다양하게 서술되긴 했지만 맨 앞의 내용을 다시 받는다면 나는 종종 안타깝고 또 답답할 때가 있다. 회사/대표가 말하는 좋은 메시지와 명분/취지는 회사가 잘되기 위해서 그리고 구성원들에게 동기부여를 하고 비전/미션을 심기 위함이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이는 또 하나의 전략적 수단으로써 사용됨이다.
일련의 행동과 말을 한 대표라는 사람은 그와는 전혀 다른 차원에 있다고 봐야 한다. 그는 끊임없이 회사의 생존을 걱정하며 언제든 경영상황에 따라 자신이 말할 수 있는 메시지와 태도는 변경될 수 있다. 어떨 때는 예수님처럼 말하기도 하고 또 때로는 스파르타가 될 수도 있다. 이미 우리가 알고 있는 수많은 본받아야 한다고 말하는 그런 경영자들도 그래왔다. 단지 내가 인정하고 싶지 않은 모습은 안 보고 싶을 뿐이지 그 모든 모습이 다 복합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대표라는 역할이자 존재이다. 대표도 자신의 입장에서 자신의 관점에서 고민하고 판단하는 존재다. 인류를 구원하는 예수님이 될 수 없다.
이 글은 구성원에게는 씁쓸할 수도 있다. 결국 그냥 세상은 다 그래/ 어차피 대표마음이야라고 느껴질 수도 있다. 부정하지는 않겠다. 하지만 내가 추구하고 싶은 아름다운 가치들과 정의/선만이 존재하는 곳은 실제 비즈니스 상황에는 존재하지 않을 수 있다. 가끔 너무도 아름다운 미담들로 성공했다고 알려진 회사도 조금만 더 깊게 들여다보면 아름다운 미담들로만 존재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만약 정말로 그렇게로만 성공했다면 (HR인 이드가 말하는 것도 이상하지만) 그저 로또 확률에 가까운 운이다.
또한 이 글이 마치 리더/대표를 비판하는 글처럼 보일 수 있지만, 한국 사회에서 착한 사람증후군 / 위인전 증후군에 갇혀서 과한 기대감을 갖는 구성원을 대하며 스스로 갇혀있는 리더/대표들을 좀 더 해방시켜 주고 자유롭게 해주고 싶은 마음도 있다.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해야 할 때는 해야 한다. 자신이 했던 말에 도리어 얽매여서 회사의 어려운 상황에서도 냉정해져야 할 때도 못한다면 그것은 대표로서의 제1 의무를 저버리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