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벨링과 잘 맞는 HR모듈들은 어떤 모습일지 살펴보자
[Edited by iid the HRer]
※ 내가 쓰는 글들은 아주 개인적인 경험에 근거한 지극히 개인적 소견이니 편하게 봐주면 좋겠다.
레벨링 단기속성 버전 이후 어쩌다 보니 글 전체에 대한 계획 없이 그동안 10여 년간 일을 하며 쓰고 싶었던 이야기들과 그때그때 미팅등에서 느꼈던 바 위주로 시작을 하다 보니 시리즈 물들의 1편들만 나오고 시리즈 물들을 잘 마무리 못했던 것 같다.
사실 나는 또 새로운 시리즈 [HR제도의 빛과 그림자]를 기획하고 있었는데 내 글을 열심히 읽어주고 있는 지인이 레벨링 (중급 편) 요청을 주어서 해당 내용을 먼저 진행해보려고 한다.
'HR제도의 빛과 그림자'는 사실 HR제도를 설계할 때는 항상 직원을 위한 제도만을 설계하지도 않고 회사에게만 좋은 제도를 설계하지도 않기에 그 부분에 대해 재밌게 이야기해주려고 한다.
- 예시를 든다면 연차 무제한? 식대무제한? 이직 시 연봉의 일괄 몇 배? 시장 상위 수준보상? 전 직원 스톡옵션 지급? 이런 너무 좋아 보이는 HR제도들이 과연 정말 빛만 있을까? 혹은 정말 그림자만 있을까?를 이야기해 보는 시리즈다.
[참고] 잘 몰랐겠지만 '이드의 스타트업 HR 모험기' 시리즈물
1. 이드의 다시 쓰는 이력서 (https://brunch.co.kr/@shineastkim/6)
- 이드의 커리어에 대해 간략히 소개하는 시리즈. 다음은 '토스 시절' 예정
2. 회사별 HR 분석 시리즈 (https://brunch.co.kr/@shineastkim/14)
- 이드가 직접 경험하거나 혹은 간접적으로 경험한 회사들에 대한 HR 생각 이야기. 다음은 '야놀자 HR에 대한 생각' 예정
3. HR에 대한 동상이몽 시리즈 (https://brunch.co.kr/@shineastkim/16)
- 다양한 분야/업계 분들과 이야기하며 나눈 HR에 대한 시각차 / 온도차에 대한 이야기. 다음은 '컨설팅 업계' 예정
4. 채용 시리즈 (https://brunch.co.kr/@shineastkim/31)
- 채용에 대한 생각/노하우/스킬 등을 이드의 버전으로 작성. 다음은 '채용 트렌드' 예정
5. 레벨링 시리즈 (https://brunch.co.kr/@shineastkim/28)
- 레벨링과 관련한 실제 회사에서 활용가능한 이야기들. 다음은 '레벨링(중급 편)_레벨과 연계된 HR제도들)' 예정
단기속성 편을 쓰며 정말 다른 거 모르고 그냥 레벨링 자체만을 세팅하는 속성법을 소개하며 초급 편이라 말하며 어떤 것이 중급일까 스스로 한번 고민해 보았다.
정말 직무분석을 방법론적으로 설명하며 어떤 항목과 기준들로 분석하는지 등등의 이야기는 고급 편이어야 할 것 같아 중급 편에서는 초급 편에서 세팅된 레벨링을 기반으로 다른 HR시스템에서 반영하고 운영하는지를 써보아야겠다 정리하였다.
HR 시스템은 세부 모듈(채용, 승진, 평가, 보상 등)들이 다 연계되어 하나로 구성되어 있다. 이또한 하나의 연계된 세계관이다. 그렇기에 서로간에 상성이 좋은 제도들이 있다. 제일 좋은 예시는 기성 한국 HR로 대표되던 연공서열 관료제와 최근 IT 쪽에서 많이 거론되는 직무급/직무분석이 될 것 같다.
물론 위의 예시는 극단적으로 이분화하여 정리를 했을 뿐 둘 사이의 하이브리드 형도 있고 연공서열 중심이지만 절대평가를 할 수도 있고 조직 예산형태로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전반적인 경향 (철학/사상이라 표현할 수도 있을 것 같다)에 따라 좀 더 잘 맞고 동일한 제도들을 분류했다고 생각해 주면 좋겠다.
그러면 레벨링은 무엇이냐. 앞 글에서도 말했지만 레벨링은 그냥 말 그대로 직무분석 결과 나오는 여러 아웃풋 중에 하나의 data이다. 그런데 이것이 마치 사람들 사이에선 제도인 것처럼 쓰이고 있긴 한데 정확히는 직무분석에 따라 이루어진 하나의 결과물이다.
직급과 레벨/포지션은 다르다고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대다수 회사들의 레벨은 딱딱 레벨별로 모든 직무들을 줄세우기처럼 맞춰서 다 넣어두었기에 직급과 무엇이 다르냐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 회사의 레벨 제도는 얼핏보면 과장 대신 Lv6 / Lv7 명칭만 썼다고 볼 수 있다.
사실 그럴 때 제일 쉽게 보여주는 것이 포지션 맵이다.
아래 예시는 실제 존재할 수 있을 법한 조직이다. (사실은 내가 예전에 컨설팅해 주었던 회사를 참고했다). 일단 아래 포지션맵은 어느 정도 직군단위로 레벨은 전체 하나의 기준으로 합쳤고 대신 payband는 레벨차이도 반영할 수 있지만 직군단위로도 어느 정도 payband 설계자체는 차이가 나게 되어있다.
이 포지션 맵을 보고 처음에 이해를 바로 하는 분이 있다면 사실 중급 편은 스킵해도 된다. 하지만 이게 이게 뭐지?라고 생각이 든다면 직무분석/레벨링에 대해 개념부터 다시 한번 정리해 볼 필요가 있다.
레벨 자체는 앞에서 말했듯이 회사에서 넘버링하는 결과물이다. 그보다는 조직/업무를 구성하고 있는 직무단위를 어떻게 구분할 것이며 각각에 대한 scoring을 어떻게 하여 map을 그릴까 가 사실 더 근본적이고 중요한 사항이다.
동일한 실/팀이더라도 회사 내에서의 중요도와 업무 난이도 등등을 고려해 레벨은 달라질 수 있다. 그 밑의 세부 실무 직무 또한 동일하다.
보통 이 맵을 보게 되면 아니 나랑 쟤랑 똑같이 4년제 대학 나와서 경력도 비슷한데 무슨 신분제처럼 직무가 다르다는 이유로 레벨까지 달라라고 불만을 가지게 된다면 지극히 정상이다. 한국에서는!
레벨과 포지션은 사람을 기준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 정말 각각의 포지션을 구성하는 사람은 쏙 다 빼고 구조만 보자는 말이다. 직무의 레벨은 직무자체의 난이도/중요성 등을 보기도 하지만 시장에서의 희귀성(대체 가능성) 또한 보게 된다. 그런 다양한 관점을 고려해 아래와 같이 직무를 보게 된다.
이제 이 맵을 보고 난 다음이라면 왜 구분기준과 승진관점에서 직무중심은 달라지는 가를 조금은 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연차가 쌓이고 실력이 쌓였다고 Lv2 포지션이 Lv3이 되지 않는다. 저 그림은 맵이다 맵! 맵이 변경되는 것은 전체 맵을 조정 해야겠다 판단이 들었을 때지 그런 이유로 맵에 새로 포지션이 그려지고 포지션의 레벨이 임의로 변경되지 않는다. 즉 내가 Lv2 포지션에서 올라가려면 상위의 Lv5 포지션에 Fit 해야 한다.
그런데 뭔가 대리에서 과장이 된다고 하면 4년 정도의 체류연한을 채우고 평가를 어느 정도 받고 영어점수 몇 점 이상 받고 이렇게 되면 될 것 같은데 Lv5의 시니어 포지션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되지란 게 막연할 것이다.
쉽게 설명하면 시장에서 Lv5 시니어 포지션 JD를 내고 뽑는 경력직과 그냥 맞붙어서 이겨서 합격하면 된다. 즉 내가 Lv2 주니어 포지션에서 얼마나 잘하고 얼마나 오래 있었던 것과 별개로 Lv5의 자격요건을 내가 만족하냐 아니냐가 중요한 것이다.
그리고 추가적으로 포지션맵이 나와 설명을 하자면 조직마다 전략이나 업무 방식에 따라 맵은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맵 또한 고정적이지 않다.
영업 (예시)
우리 회사는 B2B 기술 영업을 하는 곳이기에 기술 영업이 가능한 소수의 시니어 핵심 영업인력으로 조직해야 한다. 그렇다면 나는 팀원으로 시니어 영업담당자(Lv4) 3명을 구성한다.
우리 회사는 B2C로 어렵지는 않지만 공수가 많이 드는 영업을 해야 한다. 그렇다면 나는 팀원으로 신입금의 주니어 영업담당자(Lv1) 7명을 구성한다.
HR (예시)
나는 인사팀장이다. 나는 좀 더 각 기능별로 구성되어 전문성 있는 업무 진행이 되면 좋겠다. 그렇다면 나는 채용담당자 시니어(Lv4)/주니어(Lv1) 2명, HRM 담당자 주니어(Lv2) 2명, 보상/운영 담당자 주니어(Lv2) 1명, 노무담당자 주니어(Lv2) 1명 전체 6명의 팀원으로 구성한다.
나는 인사팀장이다. 나는 좀 더 조직단위로 대응하며 시니어 중심의 조직운영을 하고 싶다. 그렇다면 나는 리드급의 HRBP(Lv6) 2명, 보상 /운영 담당자 주니어(Lv2) 1명, 전체 3명의 팀원으로 구성한다.
고급편에서는 조금 더 레벨 기준에서의 사업계획에 따른 조직개편 그리고 그 조직개편에 따라 각 조직별 전략적 가중치가 달라질 때 인력/예산 등의 변동을 어떻게 변동시켜 연동할 수 있을지도 얘기해볼까 한다.
레벨을 부여했다고 생각하면 이제 해당 레벨/포지션 기준으로만 사람들을 봐야 한다. 레벨은 동일한데 이 사람이 연차와 나이가 더 높고 이런 고민은 이제 없이 동일 레벨/동일 포지션이면 같다고 보고 그 안에서 기대수준에 대해 어떻게 성과를 내는지만 보는 것이다.
① 레벨을 1차적으로 부여했다고 하면 한번 각 조직장들과 함께 포지션 맵을 짜보길 추천한다.
리더의 기본적인 의무이자 책임 중에 하나는 조직관리이다. 사실 조직관리라는 말은 실제 성과관리에 사람들의 동기부여 관리 등 굉장히 포괄적이지만 여기서는 상당히 구조적 관점에서의 조직관리능력을 의미한다.
내 조직을 포지션으로 구성하기 위해서는 내 조직의 목표와 업무에 대해 매우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그래야 어떤 단위로 어떻게 나누고 어떻게 각 포지션별로 구성할지를 그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그 조직의 조직도가 결국 완성된다. (이 버전이 정말 이상적이며 원론적인 조직도 구성의 방법론이긴 하다)
왜 승진/기준을 고민하면서 포지션맵을 짜보길 원하냐면 현재 내 조직에서 수행하는 업무 영역에서 필요한 사람들의 인원수/숙련도 등이 어느 정도인지를 파악하기 위해서이다. 당연히 능력이 뛰어나고 시니어인 사람들이 많으면 좋겠지만 그 또한 최종적으론 조직에 비효율과 갈등만을 가져올 수 있다. 어렵지만 현재의 버전에 가장 적합한 수준으로 (필요하면 조금만 여유를 가지고) 구성을 해야 한다.
내 조직의 전체 업무는 100인데 각 인력들의 capacity가 150이면 내 조직의 업무를 확장하거나 혹은 각 인력들에게 업무량을 능력대비 적게 배정해야한다. 그리고 해당 포지션 또한 그 사람의 온전한 역량을 그대로 반영하기 어렵게 된다. 아직 여기서는 그정도 역량을 다 쓸 필요 없다는 말은 반대로 그만큼 회사도 개인도 낭비하고 있는 것이다.
② 이제 내 조직으로 돌아가보자.
Lv2 주니어 포지션으로 3년여 동안 성실하게 업무를 수행하며 평가도 나쁘지 않은 구성원 A가 있다. 평가에 따라 보상은 꾸준히 어느 정도 반영되어 왔다. 정말 드라이하게 말한다면 그러면 끝이다. 하지만 정서상 뭔가 왠지 이 친구에게도 시니어 포지션도 줘야 할 것 같고 역할도 확장해줘야 할 것 같다 생각이 들 수 있다. 보상만으로 대하는 것은 왠지 너무 속물적이니 뭔가 역할적이고 기대를 주고 비전을 주고 싶어질 것이다.
③ 이제 다시 한 발짝 떨어져서 다시 내 조직을 본다.
우리 조직이 그사이 전체적인 규모나 역할/가치가 증가했는가? 그래서 주니어 포지션을 시니어로 Position Change 할 만큼 당위성과 영역을 확보했는가?
다른 시니어 담당자가 퇴사를 해서 해당 포지션이 공석이 되었는가?
시간이 지나며 내가 조직구조나 업무 방식을 변경할 의지가 생겨 A를 시니어로 변경해도 전체적인 영역에서 동일하게 유지되는가? (이 사람을 변경하는 만큼 다른 데서 그만큼 효율성이 생기는가?)
위의 3가지 질문 중 어느 하나에도 yes를 할 수 없다면 사실 현재 당신의 조직에선 position change를 할 근거나 여유가 없다.
A가 주니어 포지션을 수행하지만 본인의 업무를 성실히 수행하고 평가를 잘 받아 어느 정도 보상 조정이 되는 것을 만족한다면 A는 당신의 팀에 있을 것이다.
하지만 A는 더 상위 포지션을 수행하고 싶고 혹은 할 준비가 되어있는데 그런 상황적 제약이 있다면 A는 결국 이직을 하거나 당신의 조직이 아닌 회사 내 다른 조직의 포지션을 도전해야 한다.
그렇다 레벨링을 한다는 것은 바로 이런 현상을 말한다. 냉정하다 표현할 수 있지만 굉장히 이직이 자유로운 유연한 노동시장을 전제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④ 그렇다고 Position Change (단순 Level up이라 표현하기에는 positno 자체가 바뀌기에)가 절대 불가능하니 포기하라는 것이냐? 그건 아니다.
단지 기존 우리 정서상의 접근보다는 실제 조직과 업무 체계 관점에서 접근을 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리고 조직의 전체적인 리소스를 관리한다는 측면에서 연공서열 방식처럼 시간이 지남에 따라 계속적으로 증가만 하는 형태는 '관리'는 아니다. 냉정할 수 있지만 이는 다른 헤게모니의 HR방식이자 경영철학이라 이해를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