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드의 HR 커리어 성장 시리즈
[Edited by iid the HRer]
※ 내가 쓰는 글들은 아주 개인적인 경험에 근거한 지극히 개인적 의견이니 편하게 봐주면 좋겠다.
여러 기술과 환경의 발전으로 이제 어느덧 수명 100세 시대를 앞두고 있다고 한다. 100세가 기대수명이라는 말은 여러 의미를 가지고 있지만 이번에는 커리어 관점에서 바라볼까 한다.
나이가 들어가고 있는지 지인들과 술 한잔 하다 보면 어느덧 은퇴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하게 된다.
재미 삼아 아주 단순한 시뮬레이션을 통해 지금 당장 엑싯을 한다면 얼마가 있어야 평생 일을 안 할 수 있을까를 계산해 보았다.
자녀에게 별도 유산을 물려주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합계는 약 50억 수준이 된다. 문제는 이 금액들이 다 세후금액이라는 것이다. 종합소득세 세율을 고려한다면 최소 약 80억 수준의 자산이 필요하다.
※ 누군가가 왜 자본의 현재가치(PV)를 기준으로 고려하지 않느냐고 이슈를 제기한다면 이건 그냥 재미를 위한 시뮬레이션이라고 얘기해드리고 싶다. 그리고 경영학을 전공했지만 Finance는 개인적으로 좋아하지 않은 과목이긴 했다. 그렇다고 HR이 평생의 길이 될지도 몰랐다.
생각보다 스타트업에서 엑싯을 한다 해도 80억 규모는 쉽지 않다. 최근 카카오 경영진들이 비난받는 과정에서 공개된 엑싯규모를 생각한다면 대한민국의 카카오 경영진인데도 그 정도인 것이다.
이 시뮬레이션을 했던 이유는 현실에 좌절감을 느끼자는 의미는 절대 아니다. 생각보다 우리는 꽤 오랫동안 일을 해야 하고 돈을 벌어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인식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면 어떤 자세로 이 긴 커리어를 맞이하고 또 준비를 해야 할까?
사실 이 이야기의 시작점은 C레벨인 친한 동생에게 커리어 조언을 하면서 시작했었다.
개인적으로 여러 회사를 거치며 많은 C레벨들과 직접 일해볼 수 있었다. 적어도 그 회사 내에서 C레벨을 수행한다는 말은 어떤 일반 구성원들보다도 의무와 책임감을 강하게 부여받았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난 그들의 성과를 떠나 그 역할을 담당하고 수행한다는 그 자체를 인정하고 또 리스펙 한다.
스타트업에 와서 더 강해진 철학 중 하나는 리더의 가장 큰 의무는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라는 것이다. 실제 실무 영역의 지식은 그 밑의 시니어들이 가지면 된다. 리더는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물론 의사결정에 따른 책임 또한 져야겠지만 진다는 의미가 책임지고 사퇴한다 이런 말은 절대 아니다. 책임을 진다는 말은 그 의사결정이 잘되면 잘된 대로 못되면 못된 대로 끝까지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말이다.
스타트업의 C레벨은 시장에서 범용적으로 쓰이기보다는 소속 회사에서 인정받았다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대기업에서 상무나 부사장과 같은 임원을 경험한 분들에게는 그 회사만의 인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적어도 20여 년에 가까운 시간과 경험들이 녹아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회사 내에서는 동일 역할을 한다고 쳐도 대기업의 임원과 무게감이 동등하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위 글은 절대 C레벨을 비난하기 위함이 아니다. C레벨 또한 하나의 역할이나 직무로서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한다는 말이다. 우리의 긴 커리어 속에서 언젠가 C레벨을 할 수도 있고 또 때로는 안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회사의 스테이지, 사이즈, 인력 구조 등이 다를 수 있고 나의 전문성과의 fit도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ex)페이스북 COO인 쉐릴 샌드버그가 2012년 HBS에서 한 졸업 축사(https://www.youtube.com/watch?v=OJaqgKLwTYo)를 알 것이다. 20여분의 영상 속에는 굉장히 중요한 메시지들이 많이 들어있다. 오늘은 그중에서도 위의 내용과 관련된 이야기를 꺼내볼까 한다.
• 로켓에 올라타세요. 회사가 빠르게 성장할 때에는 많은 충격이 있고 커리어는 알아서 성장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회사가 빠르게 성장하지 못하고 회사의 미션이 별로 얘기가 안될 때에는 정체와 사내정치가 시작됩니다. 로켓에 자리가 나면 그 자리가 어디 위치했는지 따지지 마세요. 우선 올라타세요
• 커리어는 사다리가 아니라 정글짐이라는 거예요. 성장을 찾으세요. 임팩트를 찾으세요. 미션을 찾으세요. 옆으로 움직이고, 내려가기도 하고, 시작하기도 하고, 그만두기도 하세요. 이력을 쌓지 말고 직무 능력을 쌓으세요. 다른 사람들이 여러분에게 준 직함을 평가하지 말고, 여러분이 뭘 할 수 있는지를 평가하세요. 진짜 일을 하세요. 계획만 너무 많이 하지 마세요. 수직 승진 같은 거 생각하지 마세요. 제가 여러분 자리에 앉아있었을 때 제 커리어를 짰더라면 지금 제가 하고 있는 일들을 다 놓쳤을 겁니다.
커리어의 끝이 수직의 사다리라면 그 커리어의 완성은 대표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그 대표 또한 내가 창업자가 아닌 직장인으로서의 대표라면 사실 시기의 끝을 내가 마음대로 정하기 어렵다. 특히 100세 시대에서!!
수직과 수평이 엮이어 있는 정글짐과 같다면 위로도 가고 옆으로도 가고 때로는 내려도 가고 그래야 한다. 100세 시대에서 우리는 어쩌면 적어도 60세까지는 일해야 할 수도 있다. 급여 생활자로 지낼 수도 있고 자영업이 될 수도 있고 사업체를 운영할 수도 있다. 그런데 내가 30대 그중에서도 30대 특정 시기에 가진 직함은 사실 정말 긴 커리어 속에서 너무나도 순간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
가벼워진다는 말은 책임질 것을 줄여라는 말이 아니다. 나의 진짜 능력과 전문성에 대해서 집중하고 그것에 의지해야지 어떤 조건들(ex. 학력, 직함, 전 직장, 네트워크 등)에 갇혀있지 말라는 것이다.
조건들 속에 있을 때는 사실 너무도 편하고 행복하다. 내가 뭘 하지 않아도 그것들이 저절로 나에게 여러 도움을 주고 혜택을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 긴 커리어 기간을 고려한다면 분명 그 요소들의 유효기간이 도래하거나 환경이 변할 수 있다. 내 진짜 무기들을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다면 나는 맨몸으로 추락하는 이카루스가 될 수 있다. 결국은 내가 가장 중요하다. 내가 어떤 사람이고 내가 어떤 것을 잘할 수 있냐는 것이다. 그 외의 모든 요소들은 나의 것이 아닐뿐더러 내가 진정으로 소유하고 있는 것이 아닐 수 있다.
나, 이드 또한 이런 생각을 가진 것이 오래되지는 않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한 이후로 나는 커리어를 보는 관점이 매우 바뀌게 되었다.
• 나 자신의 Career Life Cycle을 어떻게 이어가고 만들어갈까?
• 그러면 그 순간마다 어떤 요소들을 고려하고 선택해야 할까? 또 포기해야 할까?
• 나의 goal은 무엇일까? 결국 내가 죽기 전에 후회하지 않을 수 있는 나 자신에 대한 믿음이다
여담으로 언젠가 이직 조언에 대한 글을 쓸 수 있지만 이직 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소인 연봉에 대해서도 난 커리어 관점에서 중요한 선택이라면 주저하지 않고 양보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많은 이직을 하며 매번 연봉이 올랐다고 생각하겠지만 난 사실 이직 시에는 연봉이 유지되거나 때에 따라선 깎기도 했다. 주요한 연봉 상승의 시기들은 이직보다는 회사 내에서의 성과에 의해서였다. 현대차에서 토스 이직시도 (지금의 토스와 달리) 난 연봉을 깎고 이직했다. 난 그 선택을 지금도 잘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