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드의 HR 개똥철학 시리즈
[Edited by iid the HRer]
※ 내가 쓰는 글들은 아주 개인적인 경험에 근거한 지극히 개인적 의견이니 편하게 봐주면 좋겠다.
개인적으론 운이 좋게도 여러 회사를 다니며 각 회사의 HR도 다양하게 경험할 수 있었다. HR리더 역할을 했으면서 왜 만들지 않고 경험했다고 말하는 것이 이상하게 느껴질 수 있다. HR이란 굉장히 복합적이며 근원적이라 사실 대표 / 회사 그 자체이기 때문에 내가 하는 것은 그 부분을 잘 제도도 구현해 주거나 혹은 잘 작동하도록 도와주고 컨설팅해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위험요소나 위기 상황은 예방 / 해결되도록 도와주기도 한다.
최근 약 10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지인들에게서 고민 상담을 요청받은 적이 있었다. 고민의 요지는 최근 이직을 했는데 해당 조직의 HR이 자기가 생각하는 정상적인 HR과 달라 이상하다는 것이었다. 상대적으로 주니어인 분들은 단순히 당위성의 영역으로 옳고 그름으로만 고민할 수 있다. 그 고민 또한 가볍지는 않지만 상대적으로 솔루션은 간단할 수 있다. 실제로 일을 경험해 보며 그 당위성을 스스로 한번 현실과 맞춰보며 판단하는 것이다. 하지만 경력자일수록 당위성의 영역이 스스로의 경험과 철학까지 결합되다 보니 단순 당위성이 아닌 합리성의 영역으로까지 발전한다. 그러면 사실 더 굳어지기 쉬우며 이해 혹은 적응이 쉽지 않을 수 있다.
개인적으로 회사가 달라지면, 대표가 달라지면, 심지어 회사의 성장 정도(스테이지)가 달라지면, 구성원이 달라지면 HR 또한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 옷을 갈아입는다는 의미는 HR을 바꿈이 나의 사상/철학/가치관을 바꾼다는 무겁고 심각한 의미보다는 상당히 가볍고 캐주얼하다는 말이다. 옷이란 것은 갈아입고 때에 따라선 버리기도 하고 리폼도 하고 필요하면 새로 사기도 하는 것이다.
• 옷은 내 개성을 드러내기 위해 입고 싶은 옷을 입을 수도 있겠지만 단순 추위/더위를 피함이 아니라면 사회적 의미에서 TPO(Time, Place, Occasion)를 고려해서 입게 된다. 옷이란 상당히 복합적인 관점과 환경을 고려해야 한다.
• 옷을 갈아입는다는 말은 결국 옷을 입는 독립된 옷걸이(몸)가 있다는 말이다. 옷은 바뀌더라도 몸은 교체할 수 없다. 하지만 그런 몸도 신체 사이즈가 변화하기도 하고 골격/유전 등의 영향으로 체형 특징도 있다.
※ 이번 글은 상당히 비유가 많아서 혹시나 이해가 어려울 수도 있는 점은 양해부탁한다.
난 평소 내 몸과 스타일에 맞는 편하고 좋아하는 옷이 있다. 특별한 상황이 아니거나 아직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황이라면 편하고 무난한 옷을 입고 가게 된다. 그게 나의 일반적인 스타일이다.
A 장소는 통유리에 환기 시설이 잘 갖추어지지 않아 온도가 매우 높다.
그곳의 사람들은 대부분 얇거나 짧은 옷을 가볍게 입고 있다. 나는 평소 니트류나 긴 옷을 좋아했다고 한다면 A라는 곳에서는 나를 이상하게 볼 것이다. 뭔가 너무 답답해 보이거나 더워 보이는 사람으로 인식된다. 실내 온도가 잘 조절되게 근본적인 환경개선 이야기를 한다면 A 장소의 사람들에겐 옷만 갈아입으면 되는데 왜 과한 투자를 요청할까 그리고 옷 갈아입기 싫어서 하는 핑계라고 생각한다.
B 장소는 사람들이 다들 멋 부리기보단 베이식하고 가성비 좋은 옷들을 입고 있다.
나는 막 명품 브랜드도 좋아하고 화려한 옷들을 좋아했다면 특이하게 보일 수 있다. B의 사람들은 그냥 무난한 이 정도의 옷을 입으면 되는데 왜 저렇게 옷에 과한 투자를 하고 또 왜 저렇게 특이한 것을 입을까라고 생각한다. 개성을 표현하는 것은 중요한 것이며 이런 멋도 부릴 수 있다고 말해도 당장 먹고 살기부터 챙겨야 하는데 여유 혹은 사치라고 생각한다.
C 장소는 야생의 정글이다.
거기 원주민들은 아직 옷이라는 개념도 없고 그저 중요 부위만 가리면 된다고 생각한다. 나는 상의, 하의에 조끼도 있고 액세서리까지 했다. 옷이라는 개념도 없는 곳에서는 수치심이란 개념조차 최소한이다. 그곳에서 내가 사람은 교양을 가져야 하기에 옷을 입어야 한다고 주장했을 때 불편해서 거부 / 반대를 한다면 다행이다. 그냥 C에서는 그런 개념/상식 자체가 아직 제대로 형성되지 못한 곳이기에 인지조차 되지 못한다.
D 장소는 드레스코드가 있는 고급스러운 장소다.
여기서는 정장을 기본적으로 입어야 하는데 정장도 그냥 일반 수준에서 셔츠는 커프스를 차야하며 소매길이나 바지길이도 가이드가 있으며 구두 / 양말에 대해서도 가이드가 있다. 명함을 교환한다고 했을 때도 다들 명함에 대한 눈높이가 있는 장소다. (명함에 대한 인식은 '아메리칸 사이코'영화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여자분들의 경우는 사실... 내가 잘 몰라서 하여간 가이드와 원칙이 많다 정도로 같이 표현하겠다. 이곳에서는 내가 편한 캐주얼 옷을 입고 간다면 입장부터 거부되거나 가더라도 쉽게 무시당한다.
사실 더 많은 예시를 들 수 있을 것 같다. 이 상황들 속에서 결국 나의 선택은 나는 어떤 옷까지 입을 수 있고 어떤 상황까지 수용가능할까이다. 모든 장소에 다 내가 적응하고 옷을 다르게 입을 수 있다면 완벽하겠지만 그것은 이상적일 수 있다. C의 예시처럼 나의 기존 상식마저 다 포기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각 사람마다의 마지막 포기할 수 없는 영역들은 존재한다. 그 부분이 뭐일까 고민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 영역이 너무 큰 것도 힘들다. 왜냐하면 결국 내가 갈 수 있는 장소/상황들이 너무도 제약적이기 때문이다.
내 몸의 체형은 일반형일 수도 있고 상체형일 수도 있고 하체형일 수도 있다. 또 근육형일 수도 있고 슬림형일 수도 있다. 내가 내 몸의 특징을 정확히 알아야 내 몸에 맞는 옷의 스타일이나 혹은 사이즈를 맞출 수 있다. HR스타일도 결국 내가 소화를 할 수 있어야 한다. 내 성향 그리고 내 가치관, 그리고 내가 잘하는 영역과 내가 못하는 영역을 잘 알아야 하는 것이다.
몸은 또한 변화한다. 성장하면서 사이즈가 커질 수 있고 체형이 바뀔 수도 있다. 나의 성장과 변화에 대해서도 잘 알고 그것에 대해 평가해야지만 내 몸에 맞는 옷을 입을 수 있다. 기존에 입던 옷이 편하다고 해서 내 몸 자체가 변했는데도 그대로 입고 있으면 결국 옷이 찢어지거나 몸이 불편해지게 된다.
①번과 ②번이 나의 옷 / 나의 몸이라면 번외로 상대의 옷을 변경하는 법을 써볼까 한다.
상대라고 한다면 다른 구성원이 될 수도 있고 회사 그 자체가 될 수도 있고 대표가 될 수도 있다. 옷을 바꾸게 하려면 일단 벗겨야 한다. 그래야지만 다른 옷을 입힐 수 있다.
해와 바람이 나그네의 옷을 벗기는 이야기를 알고 있을 것이다. 먼저 바람이 나그네의 옷을 벗기기 위해 차고 강한 바람을 불었다. 강한 바람을 불면 불수록 나그네는 더 강하게 옷을 여몄다. 다음으로 해는 따뜻한 온기를 나그네에게 비추었다. 그러자 나그네는 더위를 느껴 저절로 옷을 벗었다는 내용이다.
이 이야기와 같이 내가 어떤 옷을 입히기 위해 환경을 변경한다고 했을 때 그 환경이 상대에게 너무 공격적이라면 상대는 더더욱 방어적으로 옷을 단단하게 여미게 된다. 아무리 환경을 이상적으로 바꾸었다 해도 그 환경이 상대에게 충분히 받아들여질 만큼 편안하지 않다면 절대 옷은 벗겨지지 않는다. 옳은 이야기 / 맞는 이야기를 한다고 상대가 그것을 듣고 스스로 반성해 자발적으로 옷을 갈아입을 상황이었다면 처음부터 그 옷을 스스로 단단히 여미고 있지도 않았을 수 있다.
앞에도 말했지만 상대적으로 캐주얼하다 해도 HR에 대한 가치관이나 스타일은 쉽사리 바뀌기 힘들다. 환경을 다 조성하고 결국 스스로 그 옷을 벗도록 기다려주고 또 변화되도록 만들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