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드의 HR 개똥철학 시리즈
[Edited by iid the HRer]
※ 내가 쓰는 글들은 아주 개인적인 경험에 근거한 지극히 개인적 의견이니 편하게 봐주면 좋겠다.
과거 캐쥬얼한 미팅자리에서 한 코파운더분이 나에게 이런 질문을 했던 추억을 떠올렸다.
그 질문을 듣고 먼저 나를 탑티어 HR이라고 얘기해준 것은 감사했다. 나는 개인적으로 HR에서 특히 tier가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물론 기본적인 지식의 유무는 고려할 수 있지만 그냥 색깔과 크기가 다를 뿐 그것은 능력보다는 경영진의 선호/선택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질문에서 뭔가 모를 불편함을 느꼈다. 불편함의 본질은 내가 탑티어냐 아니냐의 영역은 아니었다. 과연 HR이 능력이 있다고 한다면 어떤 것이 능력이라고 할 수 있을까? 에 대한 고민에 가까웠다.
• 제도를 잘 설계하는 것?
• (경영진포함) 구성원과 커뮤니케이션을 잘하는 것?
• HR 리스크를 잘 해결하는 것?
• 뛰어난 우수 인재를 잘 채용하는 것?
• 회사 비즈니스에 직접적인 도움을 주는 것?
• 회사 브랜딩을 잘하는 것?
• HR조직을 잘 관리하는 것? 등등
이런저런 고민을 하다가 결국 답을 드렸다.
"먼저 저는 스스로를 탑티어 HR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탑티어 HR이 존재할지도 모르겠지만, 만약 있다면 뭐 대기업 HR 최고임원 정도지 않을까요? 그냥 저는 좀 더 유연하고 덜 현타받는 프로페셔널한 HR일 뿐입니다."
"그리고 저의 가장 큰 장점이나 역량은 스태미너와 인내심입니다.
운 좋게도 다양한 회사/대표/구성원들을 겪으며 왠만한 일에는 이제 놀라지도 않고 불안해하지도 않습니다. 어떻게든 시간이 걸릴 순 있어도 제가 속한 조직의 범HR 영역을 잘 이끌어갑니다. 그리고 어떤 대표님들을 만나도 놀라거나 스트레스를 받기보단 선입견을 가지지 않고 인정하고 거기서부터 시작합니다. HR 중에서도 가치관류에 의한 현타를 제일 안 받는 내구성이 뛰어난 사람에 속합니다.
또한 개선해야할 영역에 대해 조바심을 느끼거나 스트레스를 느끼기보단 실제 안정적인 개선이 되도록 기다릴 줄 압니다. 그 과정에서 회사가 흔들리거나 폭파가 되더라도 그것 또한 해결합니다. 적어도 제가 근무하는 동안에는 최악의 상황으로 가더라도 회사 자체가 망하지는 않게 그래도 어떻게든 채용되고 인력이 돌아가게는 만들어줍니다. 그렇게까지 안해도 되는 상황이 최선이지만 그 부분은 저의 영역이 아닐 때가 많았습니다. 굳이 제 말을 왜 그때 안들었냐 탓하지도 않습니다.대표님의 잘못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냥 그때의 선택일 뿐이니깐요. 결국 알면 되죠"
답을 하고 보니 첫 직장인 현대모비스에서 1차 직무면접을 볼 때 비슷하게 답했다는 것을 떠올렸다.
"HR을 잘하기 위해서는 야근을 버틸 체력과 보고서를 계속 갈아엎어도 버티는 인내심이 필요합니다."
어느덧 시니어가 된 내 입장에서도 참 말도 안되는 답변이었지만 그때 이드를 좋게 봐주고 합격을 주신 선배님들께 감사하다. 스태미너와 인내심의 개념이 좀 바뀌긴 했지만 10년 넘게 나의 관점은 바뀌지 않았구나 생각이 들었다.
이전 브런치 글에 나온 개념을 차용해서 나는 과연 어떤 옷들을 입어왔고 또 입을 수 있을까 생각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