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드의 HR 커리어 성장 시리즈
[Edited by iid the HRer]
※ 내가 쓰는 글들은 아주 개인적인 경험에 근거한 지극히 개인적 의견이니 편하게 봐주면 좋겠다.
올해도 역시 연초부터 안 좋은 소식들이 많이 들리고 있다. 비단 한국에서만이 아닌 미국 빅테크부터 시작된 바람이다. 호황기 때 제대로 수익구조나 안정적 재무구조를 만들지 못했던 회사들은 이 겨울바람에 직격을 맞고 있다. 물론 글로벌 관점, 금융/투자 관점에서의 해석과 시각은 다를 수 있겠지만 지극히 HR 관점에서 23년부터 이어지는 24년의 모습을 이야기해볼까 싶다.
아주아주 일반화해서 말한다면 기존 스타트업 HR이라고 한다면 좋은 인재, 자유와 책임, 넉넉한 복리후생, 경쟁력 있는 보상, 한방의 스톡옵션, 채용 브랜딩, 사람에 대한 긍정적 인식과 코칭, 재택 등 유연한 근무환경 등이었다. 2024년에 대한 평론일 뿐 절대적인 관점은 아니다.
이제는 빨리 확실하게 성과를 보여주어야 하며 그것이 확실해야 한다. 어쩌면 기존 우리가 말했던 스타트업의 HR이라는 것이 잘못되었을 수 있다. 기존에도 스타트업에서는 자유와 책임으로 대표되는 성과주의가 가장 기본이었을 수 있다. 단지, 그 부분에 대해서 정말 냉정하고 솔직하게 바라보고 받아들이기보다는 어느 정도 안전장치들과 쿠션들로 포장했던 것이다.
슬프게도 기사에 나오지 않지만 상당히 많은 스타트업들이 급여삭감, 임금체불, 퇴직금 미지급, 파산 등의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이전에도 스타트업들은 망하기 쉽고 그로 인한 이직들도 활발했지만 그와 달리 이제는 몇 년 전만 해도 멀쩡해 보였던 회사들마저 힘들어지고 있다. 좋았던 시절이 있었던 만큼 대표도 직원들도 현실을 받아들이기 힘들다. 그 결과, 비록 냉정하고 아프더라도 솔직해야 할 상황에서조차 그것을 회피하게 된다. 예를 들어 최근 '체당금'이라는 용어가 생각보다 많이 검색된다. '체당금'은 기업의 도산으로 인해 '퇴직'한 근로자가 임금 등을 지급받지 못한 경우 정부가 나중에 사업주로부터 변제받기로 하고 사업주 대신에 지급하는 금액이다. 기존 스타트업 HR을 생각한다면 비록 회사가 힘들어지더라도 직원들에 대한 의무까지 저버린다는 것은 상상할 수 조차 없다. 하지만 이제는 변제의 의무마저 버거워 그 의무마저 저버리는 상황까지 와버렸다.
구성원을 다 배려하고 존중해야 한다는 HR에서 성과를 푸시하며 인력 효율을 위한 구조조정을 담당해야 하며 필요에 따라 급여 삭감도 설득해야 했다. 그리고 회사의 장밋빛 미래를 약속하며 좋은 인재를 채용했던 리크루터들도 ROI를 강요받으며 좋은 인재에 대해서도 실제 성과를 낼 수 있을지에 대한 책임을 함께 가지게 되었다. 조직문화를 담당하는 컬처는 회사의 분위기 변화를 구성원들이 불만을 갖지 않고 수용하도록 문화를 조성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그리고 사내 행사는 매번 비용의 적정성을 검증받게 된다. 이제 그럴 싸한 이벤트, 멋져 보이는 굿즈 등은 무엇을 얻을 수 있고 왜 해야 하는지를 보여주어야 하게 되었다.
필수재인 HR을 사치재로 사용했던 그 보상이 이제야 돌아오고 있다. HR이 왜 필수재인지에 대해 이제야 제대로 인지되고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다는 것이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노무사는 구조조정 등의 이슈에 따라 노무 risk가 증가하여 단순 노무법인의 자문으로는 대응이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HRBP는... 슬프게도 내 개인적인 관점으로는 가성비다. 보상담당, 평가담당, HRM담당, 노무담당등을 다 뽑아야 할 바에는 차라리 돈 좀 더 주고 시니어인 HRBP를 뽑자인 것 같다. 왜냐하면 각 담당자 포지션들이 많이 사라지며 그 빈자리를 HRBP가 채우고 있기 때문이다.
유저가 모이면 돈이 될 수 있다는 패러다임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단순히 그것만으로는 더 이상 효과적이지 않다. 시장의 자금들도 충분하지 않을뿐더러 너무 많은 서비스들이 출시됨에 따라 유저들도 이제 피로도가 높아졌고 모바일 초기에 비해 유저들 또한 현명해지고 까다로워졌다. 유저라는 표현도 개인적으로는 이제 맞지 않다고 본다. 이제는 고객이라 해야 한다. 유저도 결국 돈을 직접적으로 내거나 간접적으로나마 내게 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지만 이 패러다임들이 틀렸다가 아니다. 단, 지금의 시대상황에선 유효하지 않다일 뿐이다.
• 개벌 패러다임의 변화로 일단 좋은 개발자를 많이 뽑으면 된다는 메이커중심 정책이 신중해졌다. 그러다 보니 가장 후순위일 거라 생각했던 개발자들에 대한 인력효율도 시작되었다. 이제는 MVP 마저도 손익을 고려해야 하고 단순 시장/고객 니즈 탐색을 위해서 진행하기 부담스러워졌다. 한번 한 번의 개발과 테스트 자체도 다 인건비와 여러 부대비용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조건 프로덕트/서비스의 확장 기조에서 이제는 돈 되는 것만 선택과 집중을 하게 됨에 따라 개발자들에 대해서도 인력 생산성이 고민되게 되었다.
• 마케팅 패러다임의 변화로 모든 회사들의 마케팅 예산이 확! 축소되었다. 물론 전조현상으로 개인정보/쿠키 이슈들로 더 이상 퍼포먼스 마케팅이 과거처럼 하기 힘들어졌고 매체가 너무 많아졌고 고객들이 더 이상 SNS 마케팅을 믿거하게 된 것도 있지만 그럼에도 그로쓰에 대한 희망과 마케팅에 대한 희망이 있었던 것이 확연히 사라졌다. 이제는 그 고객들이 유입되었다 해도 실제 돈을 쓰지 못한다면 단순 유저 획득의 마케팅은 유효하지 않다.
HR담당자로서 솔직하게 말하자면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온갖 네임드회사에서 빅오퍼를 받았을 능력자분들(개발, 마케팅, 전략, 재무, HR 모든 영역)이 쉬고 있거나 조직 내 고민거리가 되고 있다. 이유는 단순하다. 몸값이 비싸기 때문이다. 그분들의 능력자체가 부족하다는 말은 아니다. 단지 그것을 판단했던 시장자체가 너무 인플레이션이었던 것이다. 현재 시장의 연봉 수준을 바라보는 시선들도 최소 30% 정도는 절감되었다 봐야 할 것 같다. 심지어 투자사에서조차도 포트폴리오사들에게 몸값에 대한 가이드를 전달하고 있다. 이직 시장에 나와서 변화된 상황을 직접 겪지 않다 하더라도 회사 내에서 몸값을 유지한다는 것 자체가 부담으로 작용되는 시대가 되었다.
영업은 명확하게 본인의 기여가치가 보인다. 하지만 높은 직책의 포지션일수록 그것이 눈에 구체적으로 명시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러면 사실 그 평가는 효력을 잃기 쉽다. 능력의 부재보다는 그 능력치의 결과물에 대해 과거대비 지금의 현실이 더 박해졌다고 보는 것이 맞겠다. 왜냐하면 이제는 그것을 믿고 선투자 혹은 기다려줄 자금여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래서 C레벨급의 관리자 포지션 자체가 줄어들고 있다고 생각이 든다. 각 영역의 관리자 역할의 필요성과 로드가 절대 적지 않음에도 대표가 많은 것을 부담하고 실무 하이레벨 관리자급이 실무적인 부분을 더 가져가고 있는 현상도 보인다.
여담으로 대표라는 포지션은 사실 너무 명확하다. 그 회사의 결과/실적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안 했거나 혹은 모든 것을 했거나 어쨌든 회사가 성장하고 어떤 실적을 내면 그것은 대표의 결과물이다.
• 미국 시장의 보상을 누군가 이야기한다면 미국의 물가와 생활비 등을 고려해 보라고 한다. 해외 보상 수준을 책정할 때는 Cost of Living이 핵심적으로 포함된다. (개인적으로는) IT회사들이 글로벌 체제가 급격히 되면서 CoL이 약하게 반영되며 일부 한국에 있는 글로벌 IT회사들이 일부 한국 현실이 덜 반영되기는 한다고 생각한다.
• 삼성을 제외한 주요 대기업 임원들의 기본급이 1억 중후반이고 중간임원급은 되어야 2억이 된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임원들은 기본급보다는 성과급 구조가 크다라고 누군가가 반론한다면 죄송합니다. 그거까지 포함해서 말하려면 스톡옵션과 등등 너무 많은 요소를 고려해야 해서.... 이드 그렇게 복잡하긴 싫습니다. 그리고 그분들은 적어도 40~50대는 되어야 임원이 됩니다)
언젠가 레벨링 고급 편에서 보상에 대한 언급도 할 예정이다. 왜냐하면 한국의 Market Price는 근거가 없고 고용시장이 유연하지 않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이 1.5억의 연봉이라고 한다면 적어도 비슷한 레벨/역량 인원들이 동일 수준이라는 레퍼런스라도 있어야 하는데 일단 비슷한 레벨/역량 자체를 판단할 근거와 자료도 없을뿐더러 그 이후 내부에서 진행되는 보상 조정이 결과적으로 Market과 연동되지 않는다. 정확히는 Job Market이 존재하지 않다고도 볼 수 있다. 이는 절대 틀리거나 잘못된 것이 아니다. 이것은 한국 문화 결과물일 수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 신입 공채 문화에서는 절대 Job Market이 형성될 수 없다. 그리고 모두가 입시 공부를 하고 좋은 대학을 가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문화 속에서는 포지션(직무)에 따른 차별성이 존재하기 어렵다.
부흥기 때 회사들이 잘 나가는 것을 비교하는 지표는 아이러니하게도 재무 성과가 아니었다. 조직의 규모(인원수)와 빅테크/유명회사 출신들의 프로필이었다. 그 이후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투자액 규모는 사실 규모가 커짐에 따라 어쩔 수 없이 회사 운영을 유지하기 위한 돈에 가까웠다. 그리고 한창 목적형 조직 열풍부터 매트릭스 조직, 프로덕트 조직 등 다양한 시도들이 많이 있었다. 문제는 이 조직에 대한 고민들이 실제 회사의 효과성을 높이기 위한 치열한/근본적인 고민이기보다는 유행이나 트렌드형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왠지 우리도 스타트업이니 이렇게 해봐야 한다 같은.
요즘 뉴스들에서 흑자 전환 기사들이 많이 나온다. 흑자 전환은 실제 사업 자체의 건전성보다는 비용을 많이 줄였을 가능성이 크다. 그 방식 자체가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단지 예전 같았으면 굳이 흑자 전환을 위해 조직 규모를 줄이는 등의 원초적 액션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거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 목적형 조직이나 수평형 의사결정에서 상당히 탑다운 방식의 조금은 딱딱한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 이유는 단순하다. 더 이상 그럴 여유와 돈이 없기 때문이다.
이번 글의 마무리를 사실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되었다. 왜냐하면 이드가 바라보는 현재의 모습 그 자체에 대한 평론이기 때문이다. 이 현실이 더 냉혹하고 우울한 것은 과거의 호황기와 비교되기 때문이다. 너무 T 같은 이야기일 수 있지만 어쩌면 이것이 정상이다. 냉혹한 현실이 정상이다라는 말이 아니라 시대와 환경은 계속 변한다는 것이다.
현재 60대 분들은 88 올림픽을 기점으로 한국의 고속 성장, 컴퓨터 시대, 닷컴 시대, IMF시대, IT시대, 코로나 시대 등을 다 겪은 분들이다. 사실 이 모든 것들에 시대라고 명칭 하는 것이 맞는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변화란 당연한 것이고 개인, 인간이란 그 변화에 적응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현재를 부정하고 미련을 가지고 저항한다는 것은 결국 본인에게만 마이너스가 되며 지금의 현실 또한 언제 또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 그저 하루하루 현실에 최선을 다하며 그 순간순간에 적응해 나가며 나를 진화시켜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상황을 위로해주지 못하고 다른 솔루션을 주지 못해 미안하지만 이것이 이드가 줄 수 있는 가장 최대의 위로가 아닐까 싶다. 현실이 가장 지옥일지언정 우리는 행복해하며 나를 믿고 살아나가야 한다. 단순히 살아야한다가 아닌 살아나가야 한다해서 나아간다가 추가됨을 알아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