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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진 Jul 10. 2019

[도의와실용③]정부, '약속 지켜야'vs '정치보복'

(지난 8일 작성한 글입니다)


일본의 아베 총리는 직접 입을 열고 지난 1일 발표한 수출 제한 조치와 검토 중인 한국의 '화이트리스트' 제외가 강제 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경제보복 카드'가 맞다고 밝혔습니다. 아베는 지난 3일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일반기자클럽이 주최한 당수(黨首) 토론회에서 최근 발표한 수출제한 조치와 관련해 "약속을 지키지 않는 국가에는 우대 조치를 취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정치논리에 따른 보복인 것을 인정한 셈입니다. 

한 언론인이 "역사 인식 문제를 통상 정책과 관련짓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과 같은 방식을 사용하는 것"이라며 "모두가 양국에 좋지 않다고 우려한다"고 질문했습니다. 실제로 아사히 신문 등 일부 언론이 사설을 통해 일본 정부의 결정을 비판하고 나섰습니다. 아사히 신문은 3일 자 조간에 '보복을 즉시 철회하라'는 제목의 사설을 실어 "G20 정상회의 의장으로서 '자유롭고 공정하며 무차별적인 무역'을 선언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던 일본이 이틀 후 발표에서 다국간 합의를 가볍게 여기는 자세를 보였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무역과 관련한 국제적인 논의에서 일본의 신용을 떨어뜨릴 수 있다"며 "자유무역 원칙을 왜곡하는 조치는 즉시 철회해야 한다"고 비판했습니다. 도쿄 신문도 같은 날 조간에 '서로 불행해질 것'이라는 사설을 실었습니다. 사설에서 "한일 양국 경제는 상호 의존 관계에 있다"며 "앞으로 한국 기업의 '탈일본'이 진행되는 역효과가 날 것이다"라고 우려했습니다. 

그러나 아베 총리는 "징용공(徵用工) 문제는 국제법상 국가와 국가의 약속을 지키느냐의 문제"라며 역사 문제가 아니라고 반박했습니다.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 때 양국이 서로 청구권을 포기했으며 2015년 위안부 합의도 정상 간 합의가 이뤄져 당시 유엔과 오바마 대통령으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는데 합의 내용을 지키지 않았단 주장입니다. 

청와대는 4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관으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었습니다. "최근 일본 정부가 우리나라에 취한 보복적 성격의 수출 규제 조처는 WTO 규범 등 국제법을 명백히 위반한 것"이라 규정하고 "일본이 이러한 조처를 철회하도록 외교적 대응 방안을 적극적으로 강구해 나가기로 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정부는 WTO 제소를 고려 중이며 국제적 여론을 환기하기 위해 일본 정부 조처의 부당함 등을 주요국에 설명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국내 30대 기업 총수들과 만나 한·일 통상 갈등에 대한 대통령의 첫 메세지를 내놓는 한편 대응책을 마련할 계획입니다. 문 대통령은 일본 정부가 수출 규제 조치를 발표한 뒤 그에 대한 공식 언급을 자제했습니다. 갈등의 확전을 피하기 위해 신증한 대응을 유지한 것인데 아베 총리가 "약속을 지키는 국가에 우대 조치를 취할 수 없다" "국제사회의 국제법 상식에 따라 행동해 주기를 바란다" "지금 공은 한국 쪽에 있다"며 연일 압박 수위를 높여 문 대통령 측의 맞대응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또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에 직접적 타격이 불가피한 반도체 산업이 수출 등 국가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으로 크다는 점, 그로 인해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시장에서 경제주체들의 불안심리가 확산될 수 있다는 점도 문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는 배경으로 풀이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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