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 은행들 잇따라 자구책 마련...'고객 신뢰' 회복 위해 발벗고 나서
DLF를 판매한 우리은행과 KEB 하나은행에 이어 국민은행, 신한은행 등이 <고객 자산관리 보호 강화 방안>을 발표하고 나섰습니다. 우리은행은 원금 손실의 위험이 있는 상품의 판매 한도를 정하는 한편, 15일 내로 고객이 계약을 철회할 수 있도록 규정을 바꿨습니다. 수익률 높이는 데 몰두하다 고객들 자산만 날렸다는 세간의 비판에 대한 자구책이란 평가가 나옵니다.
[개념어] 은행들의 바뀐 규정을 살피기 전에 먼저 DLF 사태에 대해 짚겠습니다!
- DLF : 파생결합증권(DLS)를 주로 운영하는 펀드. 파생결합증권은 기초자산인 금리, 원자재, 환율 등의 가격에 연동돼 투자수익이 결정되는 유가증권을 말합니다. 금리와 주가지수, 통화(환율)뿐 아니라 금, 원유, 구리, 철강, 곡물, 부동산 등의 실물자산들도 기초자산의 대상이 됩니다.
자산의 가치 변동에 따라 일정 수익을 얻을 수 있게 설계한 상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자산 가격에 큰 변동이 없으면 약속한 수익률을 보장받지만, 미리 정해둔 원금 손실 구간(knock-in)에 들어가면 원금 전액을 손실 입을 수도 있다.
투자자들 손실로 이어진 DLS 사태는 독일 국채 10년물의 금리와 연계한 파생결합증권입니다. 8월 14일부로 독일 채권의 금리는 -0.6499%까지 하락했습니다. 금리가 0.3%보다 낮아지면 그 차이에 333배만큼 원금손실이 발생하고, 0.6%보다 낮아지면 원금 전액 손실 가능성이 있었습니다. 우리은행은 올 3~5월 해당 DLF를 1250억원어치 판매했습니다. 만기가 4~6개월이기 때문에 9월 19일부터 차례로 도래하는데, 펀드 모두 손실 구간에 진입한 상태입니다.
우리은행이 판매한 DLF는 사모상품으로 최소 가입금액이 1억원이었습니다. 중도환매 수수료는 약 7%인데, 이미 손실을 본 상태에서 중도 환매하더라도 투자자는 700만원 수수료를 지불해야 합니다.
- 집합투자상품(일명 펀드) : 자금의 집합체. 헷징, 리스크 분산 등 위해 투자자들이 자금을 모아 집합 투자 하는 것입니다. 투자자로부터 모은 자금을 자산운용회사가 주식 및 채권 등에 대신 투자해서 운용하고, 그 결과를 투자자들에게 돌려주는 방식입니다.
- 중도환매 : 만기가 되기 전에 구입했던 펀드를 해지하고, 입금한 돈을 찾아가는 것을 말합니다. 계약할 당시 약조한 만기를 지키지 않은 거기 때문에 환매수수료를 떼입니다.
DLF 사태로 투자자들 손실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수수료 없는 중도환매·만기연장 등이 대안으로 거론됐습니다. 하지만, 관련 업계에선 현실성이 없단 지적이 나옵니다.
참고 : https://news.mt.co.kr/mtview.php?no=2019081812111512188
- 불완전 판매 : 펀드는 투자자가 눈으로 보거나 만질 수 없고, 사전 테스팅도 불가능합니다. 이에 판매직원의 설명과 권유가 절대적인 힘을 발휘하는데요,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선 규제가 불가피한 이유입니다. 이에 '금융시장과 자본시장의 통합에 관한 법률'이 펀드 판매와 관련해 5개 조항을 만들었는데 이를 위반할 시 불완전판매라 합니다.
해당 규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1) 펀드 전문 지식이 있는 자격을 갖춘 직원만 펀드를 판매할 수 있습니다.
(2) 투자자의 투자에 대한 인식, 투자목적, 투자경험, 재산상황 등의 정보를 파악해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되는 상품을 권유해서는 안됩니다.
(3) 권유하는 펀드에 대하여 투자에 따른 위험과 투자설명서의 내용 등을 투자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야 합니다.
(4) 펀드를 권유하면서 정해진 판매비용 외에 다른 대가를 받을 수 없습니다.
(5) 판매 상담 중에 얻은 투자자의 정보를 다른 목적으로 이용할 수 없습니다.
- PB(Private Banking) : 금융전문가가 소수의 제한된 고객에 최고의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일종 금액 이상의 자산을 보유하는 부유층 고객을 대상으로 주식,채권,부동산 등에 대한 투자상품 제공을 물론 운용상담,사업승계,자산상속 등에 대한 법률 및 세무컨설팅에 이에 부가되는 여러 철차의 대행까지를 패키지로 제공하는 자산종합서비스입니다.
우리나라는 외환위기 직후인 2000년부터 PB 서비스가 본격화됐는데 아직 금융 선진국들 대비 많이 활성화되진 않았습니다.
[최근 시사] 시중은행 잇따라 <고객 자산관리 보호 강화 방안> 발표 ... DLF 사태 은행 책임 통감한듯
금감원에 따르면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이 판매한 해외금리 연계 DLF 가입 금액은 7얼 7일 기준 7950억 원(3243명)에 달합니다. 이 중 지난달 25일까지 중도환매와 만기도래로 이미 혹정된 손실률은 54.5%입니다.
2000년대 중반 KIKO 사태 후 금융 투자자들 막대한 손실에 시중 은행들이 신뢰 회복 위해 자구책 마련에 나섰습니다. DLF 판매 손실이 처음 확정된 지 1개월 만인 지난 16일 사태의 장본인 우리은행이 '고객 중심 자산관리 혁신 방안'을 발표하며 포문을 엽니다. 앞으로 DLF 등 집합투자상품에 가입한 고객은 15일간 투자 결정을 재고하고, 손실이 우려되면 계약을 철회할 수 있습니다. DLF 사태로 시중 은행이 일단 자구책을 내놓은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입니다. 우리은행은 또 초고위험 상품의 판매를 한시적 중단하는 한편, 고객별·운용사별로 원금손실형 투자상품의 판매한도를 설정하기로 했습니다.
3천억원 가량의 DLF를 판매한 KEB 하나은행이 뒤를 이었습니다. 하나은행은 고객별로 예금자산 대비 고위험 투자상품의 한도를 신설합니다. 직원들이 고객의 투자성향을 분석하는데, 왜곡될 위험을 감안해 본사가 검증에도 나설 방침입니다.
DLF를 판매하지 않은 은행도 잇따라 자구책을 내놓으며 금융권 신뢰 회복 위해 발바르게 나섰습니다. KB 국민은행은 지점 수익성에 초점을 맞췄던 영업점 평가 체계를 고객 수익률 중심으로 개편합니다. 이어 상품 판매 전 심의 단계를 강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신한은행은 PB 평가방식을 고객 수익률을 높이는 방향으로 개편하고, 고객이 리스크를 제대로 파악하도록 PB 대상 교육을 강화합니다.
IBK 기업은행은 상품 운용정책을 주기적으로 점검하는 '투자상품관리기구'를 신설하고, 고위험 DLF를 판매할 때 가입자 대상 상담 내용을 녹취하기로 했습니다.
- 고객 신뢰는 은행권 생명... 회복 절실
우리은행·하나은행을 비롯해, DLF를 팔지 않은 은행까지 정책 개편에 나선 데에는 '제2의 DLF 사태'가 터질 경우 금융권이 신뢰를 크게 잃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고객의 신뢰는 금융회사의 생명과도 같습니다. 눈앞의 실적에 급급하다 신뢰를 읽을 수 있단 위기 의식이 사태 이후 금융권에 퍼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 영국 등 금융 선진국에서도 잘 나가던 글로벌 은행 웰스파고(미국·고객 동의 없이 '가짜 계좌' 350만 개를 개설), 도이체방크(독일·2005~2007년 주택저당증권(MBS) 판매 관련 공시의무를 어긴 데 이어 2012년 리보 금리 조작 사건이 터졌다)가 '고객 신뢰'의 가치를 과소평가해 위기에 빠진 전례가 있습니다.
링크 : http://www.donga.com/news/article/all/20191016/9791211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