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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금코치 Aug 09. 2022

나의 긍정은 한쪽 눈을 질끈 감는 것이었다.

감정 & 관계

나의 긍정은 한쪽 눈을 질끈 감는 것이었다.


마주하고 싶지 않은 곤란한 현실을 외면하는 것이었다. 한쪽 눈을 감은 채 머리로는 미래의 모습을 그리고 있었다. 그때는 그것이 최선이었지만, 지금은 그것이 최선이 아님을 안다.     


마흔이 되고, 그동안 속아주었던 나의 긍정성에 의심이 생긴다. 정확히는 더 이상 속아주지 않기로 한다.     


회피.

모르는 척. ‘그럴 수도 있지’ 하고 이해하는 척하지 않고 살기로 한다.    


설정.

사람들의 기대와 반응이 좋아 지속한 ' 캔디 역할 ' 은 그만두기로 한다.

    

비겁.

“ 저는 괜찮지만......” 으로 시작하는 것이 아닌 “ 저는 의견이 다른데요......” 라고 시작해 보기로 한다.     


대응. 맞섬. 용기. 분명함. 솔직함과 같은 단어를 옆에 끼고 살아보기로 했다.

더 이상 나의 긍정이 회피. 설정. 비겁함으로부터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초등학교 때 일이다. 비겁함을 고백한다.

비가 오는 날 나에게 우산을 가져다주러 온 두 살 아래 여동생.

교실 문 밖에서 기다리다가 우리 학년에서 잘 나가는 남자애랑 시비(?)가 붙었다.

화가 난 그 애가 내 동생을 발로 걸어 넘어뜨렸는지, 밀었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또래보다도 작았던 내 동생은 풀썩 넘어지고 말았다.

달려가서 본 장면이 이미 넘어진 상황이었고, 당황해서 동생을 일으켜 세우지도 못하고 쳐다보기만 했던 것 같다. 그리고 약간 책망했던 것 같기도 하다.


“ 그러기에 왜 그랬어...... ”


그럼에도 불구하고 악다구니를 써대는 동생을 보며 부끄럽기도 했지만, 지나고 보니 나에 대한 부끄러움이 되었다. 지금까지도 그 일이 생각나는 것은 마음의 빚으로 남았기 때문이다.      

동생은 기억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지만 동생에게 너무 미안했고, 용서를 구하고 싶었다.

그래서 이번 동생 생일에 선물과 함께 편지를 보냈다. 여느 자매보다는 형제와 같은 느낌의 우리 사이에 큰 용기를 낸 것이다.


“ 비겁해서 미안했어. 다시 그 순간으로 돌아간다면 네 편에 서서 끝까지 너를 도울 거야. ”

라고 적어 보냈다.

    

이것이 얼마 전에 시작한  ‘ 감사 & 사과 프로젝트 ’의 시작이다.

이로써 나의 비겁했던 과거를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남은 삶은 그렇게 살지 않으려고 다짐한다.     

회피하지 않고 사건에 대응하고, 맞서고, 결백을 주장하고, 해결하고, 사과하고, 사과를 받으며 살아가고 싶다. TV 드라마 여주인공처럼 말이다.

그러다 실패하거나 오해를 사게 되면 괴로워하기도 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위로도 받아보고, 그 힘으로 훌훌 털고 다시 걸어가 보고도 싶다.      


그것이 진짜 진실한 삶이 아닐까? 마흔부터는 그렇게 살고 싶다.

두 눈을 똑바로 뜬 채로 현실에 마주하며 해결해 나가고 싶다.

내가 직접 해결했을 때의 짜릿한 쾌감을 긍정으로 느끼며 살아가고 싶다.  


내가 다시 초등학교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동생을 일으켜 세우며, 그 남자아이에게 화를 낼 것이다.


“ 말로 하면 되지, 왜 밀어? 질 것 같아서 겁나냐? ”


그리고 멋진 언니가 된다. 그리고 내 삶은 달라질 것이다.

미움받거나, 외로워질 수 있었겠지만 진짜 내 삶을 살게 될 것이다.  


지금껏 후회 없는 삶을 살았다고 생각했었다. 그렇게 생각하려고 애썼다.

하지만 후회의 순간은 있었다. 마음에 솔직하지 못했던 순간이다.     

고상하게 화가 나고 화를 내야 멋진 사람이 되는 것 같았기에 그런 흉내를 내느라 애썼다.

이제는 내 진짜 감정을 알아채고 느끼고 다루며 표현하며 살아봐야겠다.     

더 리얼하고 재밌는 삶을 살고 싶다.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나니까. 그리고 나는 어른이니까.        


- 그때로 돌아간다면 너의 우산이 되어주고 싶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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