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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금코치 Aug 09. 2022

관계는 숙제다.

감정 & 관계

나에게 관계는 숙제이다.

평생 풀어야 하는. 그리고 풀고 싶은.   

 

관계 안에서 편하게. 솔직하게. 깊게. 멋지게 갈등을 극복하고 난 뒤 더 돈독해지는 경험을 하고 싶다. 


슬픔과 기쁨 상황에서 부둥켜안고 진심으로 함께 할 수 있는 그림을 꿈꾼다.

TV나 영화에서 본 그 관계가 궁금하다.     

하지만 나에게 관계는 어렵다.


어릴 때는 내성적이고 친구 사귀기가 어려워 새 학기만 되면 가슴이 두근거렸다.

아무도 모르게 입속에서 ‘ 도솔 미솔 도라 파라 시솔 레솔 도솔 미솔...... ’을 친다. 손

가락으로 치기에는 왠지 이상해 보일 것 같아서 입속에서 이를 건반 삼아 경쾌하게 딱딱 거려본다.

아무도 모르게 연주한다. 먼저 다가가서 말 걸어 보라고 엄마는 말씀하셨지만 그건 불가능했다.


의자에서 일어나려면 일단 지구가 네모네져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지구는 둥그니까 일어나다 넘어지고 말 것이라는 이상한 불안감이 들었었다.     


어쩌다 자연스럽게 친해지는 관계를 꿈꿨고, 그렇게 되면 너무 다행이었다. 괜찮은 친구들(?)이 나에게 먼저 다가와 주기를 항상 바랬다. 먼저 가서 이름을 묻거나 친구 하자고 말해 본적은 단언컨대 한 번도 없다.    

 

“ 나랑 같이 할래? 우리 친구 할까? ”


이런 말을 먼저 꺼내보질 못했다. 그건 너무 평범하고 인위적이고 가식적이며 친구는 그렇게 사귀는 게 아닌 것 같았기 때문이다. ‘ 친구 운명론 ’ 같은 것을 믿고 있었나 보다.     


친해지다 보면 서운한 일도 종종 있었는데 거의 내색하지 않았다. 나는 괜찮다고. 나도 친구도 속였다. 쿨 병에 걸렸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갈등을 해결해 낼 엄두가 나지 않았기에 시도조차 해보지 못했었다.     


그럼에도 어찌어찌하여 지금은 외향적이고, 유머러스하고, 관계에서도 쿨한 사람으로 변모(?)했다.

그렇게 보이고 싶어 나를 부단히 훈련(?)시켰다. 그러나 이제는 진짜 나의 성격을 인정하고, 조금 더 자연스럽게 살고 싶다.     




20대 후반 직장에 들어와서 깜짝 놀랐던 적이 있다.

한 직원이 월요일 아침마다 똑같은 질문을 해왔을 때였다.


“ 주말 잘 보냈어요? 주말에 뭐했어요? ”


‘ 이렇게 평범하고 형식적인 인사도 괜찮구나. 기계적 관심을 표하는 말이라고 생각했는데 듣는 내 입장에서는 기분이 좋구나. 남들도 그럴 수 있겠구나. 대화의 물꼬를 트는 말이구나. ’


평범하고 형식적인 것은 거짓되고 진실되지 않다고 생각해 온 내가 띵 – 하는 순간이었다.


어릴 적 나로 돌아가 본다면 그때 먼저 말 걸어준 친구들의 형식적 질문이 나를 안심시키고 기분 좋게 했을 것이다.


“ 이름이 뭐야? 몇 반이었어? ”


어쩌면 사람 사는 것 다 비슷할 텐데 나는 특별함만 찾고 있었다.


관계에서는 더욱 그러했다.


그러나 이제는 달라지려고 한다.  


맨살 부딪히고, 침 튀기며 땀 냄새까지 주고받는 진짜 관계 맺기에 도전하려고 결심했다.         


                            

-  1년 만에 대학 친구들과의 만남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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