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 작은 걸로 주세요

내가 변한 건지, 아줌마가 되면 원래 이런 건지

by iima

카페에 갔서 음료를 주문했다.

디카페인 아메리카노랑, 카라멜 마끼아또 주세요.

아이스로 드릴까요?

카라멜 마끼아또는 아이스로, 아메리카노는 따뜻하게 주세요..

사이즈는 어떤 걸로 하시겠어요?

아, 제일 작은 걸로 주세요.


'허허, 나 참 많이 변했구나...'


며칠 전 별다방에서 음료를 주문하면서 나눈 대화다.

제일 작은 걸로 주세요라고 말하고 보니, 아주 어릴 때 별다방에 가서 음료를 주문할 때가 생각났다.


묵직한 별다방 문을 열고 들어가면 앉은자리도 꽉 차있고 줄 선 사람이 문 앞까지 있었다.

줄부터 서야 하는데, 줄 서기 전에 메뉴판 앞에 가서 메뉴를 한참을 보고 있었다. 내가 가진 쿠폰으로 어떤 음료를 마시면 더 저렴하게 마실 수 있을까를 고민하면서 음료를 고르고, 사이즈는 어떻게 말하는 건지 확인하고, 토핑은 뭘 추가하는 건지 또 확인하고. 내가 고른 음료이름을 몇 번이나 속으로 외우면서 그제야 줄을 섰다.


내 앞의 줄이 점점 짧아지면 심장이 콩닥거리고,

"주문하시겠어요?"

"네, 그린티 프라푸치노에 샷추가하고 자바칩 갈아서 주세요."

"사이즈는요?"

"그란데로 주세요"


내 순서가 되면 손가락으로 허공에 대고 메뉴판을 가리키며 조그마한 목소리로 또박또박 말했다. 마치 나는 여러 번 시켜봤고 이미 익숙해요 라는 느낌을 반드시 전달하고 싶어요.라는 마음의 소리를 온몸으로 표현하면서...


지금도 메뉴 이름을 틀리지 않고 말하려고, 애쓰는 편이긴 하지만, 그때만큼 쫄보는 아니게 되었는데...


많은 경험이 쌓여서 그런 건지.

아니면 진짜 아줌마가 되어서 그런 건지는 잘 모르겠다.

아줌마가 되면 없던 능력이 갑자기 생기는 것 같기도 하고...


여하튼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들에 참으로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고 살았던 것 같다.


귀엽지만, 귀엽지 않던 그 시절.

지금은 아메리카노면 충분하고 시그니처가 궁금하면 그저 이름 따라 읽거나 안되면 손가락으로 메뉴판을 가리키면 될 것인데... 디스, 디스!


찬 것을 찬 것이라 못하고 작은 것을 작은 것이라 말하지 못하는 소심한 그때야.


지금도 많은 귀여운 이들이,

메뉴 말하는 법을 연습하고 있진 않을까...?


그러지 않아도 된다고 그 주문하는 것 별거 아니라고, 그거 잘 못 말해도 내 인생에는 전혀 지장이 없다고 말해주고 싶지만... 그래도 그때는 그거... 별거일 수도 있지... 암요 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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