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하겠습니다.

아니요, 열심히 하지 마세요.

by iima

열심히 하겠습니다!

아니요, 열심히 하지 마세요.

앗 네, 열심히, 열심히 하지 않겠습니다.

아니요 그냥 열심히 하지 마세요.



열심히 하겠다는 말, 열심히 하겠다는 다짐. 안 해본 인생이 있을까?

면접 때만 해도 시켜만 주시면, 뽑아만 주시면 열심히! 최선을!... 같은 식상한 말. 요즘도 하나?


내가 아이를 낳자 엄마는 으레 '응, 열심히 키워.'라고 말했다.

어우, 통화로 하는 이야기지만 온몸으로 거절의사를 밝히면서 "아니, 나는 열심히 안 하려고."라고 말했다. 엄마의 평생의 열심히가 필름처럼 스쳐가면서, 나는 정말 그러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내 나름의 방법대로 열심히 살고 있겠지. 무엇이든 해보려 하고 있겠지.

그러나 그놈의 열심히가 하루를 살아가게도 하지만, 그놈의 열심히가... 나를 멈추게도 한다는 사실.



초반에 아주 으쌰으쌰 해가지고 에너지 넘치고 막 무엇이든 해낼 것 같은 신입이 있다. 그래서 평가도 좋고, 직원 참 잘 뽑은 것 같고, 보기만 해도 흐뭇하고, 밥 한 끼 사주고 싶고, 나도 한때 그런 날이 있었지 생각이 절로 들게 하는 직원.

그리고 언제 들어왔는지 모르게 조용히 앉아가지고 신입인지 있던 있던 직원인지 모르겠는 존재감 없는 신입이 있다. 그냥 주어진 일 하고, 알겠는지 모르겠는지도 모르겠고, 왔는지 갔는지도 모르겠는, 저분은 원래 계시던 분 같지...?라는 이야기가 어색하지 않은 직원.


누가 오래갈 것 같은가?


물론 케바케 사바사겠지만, 나는 후자가 오래갈 것 같다.

전자는 막 으쌰으쌰 해가지고 온 에너지 다 쏟아냈다가 안으로도 밖으로도 방전돼서 껍데기만 덜렁덜렁 남은 듯한 모습이 그려진다. 그리고 그만두겠습니다. 말이 그냥 터져 나오는... (내가 그랬으니까... 아주 많이 자주!) 그래서 막 신선하고 상큼하지 않아도 무던하게 오래 묵묵히 있던 사람이 더 끝까지 오래 살아남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


요즘은 무엇이든 최선을 다하지 않고, 열심히 하지 않고, 내가 정한 선에서 할 수 있는 만큼을 해내는 사람이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내가 가고자 하는 길도, 아이 옆에서 함께 하는 일도 막 으쌰으쌰 해가지고 달리다가 하루 밤새고 사오일 쓰러져 비몽사몽 하면 큰일 나는 일이니까. 정말 무던하게 적당하게 할 수 있는 만큼을 정성스럽게 해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이제

'그냥, 열심히 하지 않는 사람이 되겠다'는 다짐을 했다.


정말 무던하게, 적당하게, 할 수 있는 만큼을 정성스럽게 지속해 나갈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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