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콜슨 화이트헤드 저)를 읽고
“죽으면 검둥이도 인간이 되었다. 그때에야 그들은 백인과 동등해졌다.(p.160)”
흑인 노예들의 시체를 도굴한 후 대학 실험에 사용하던 백인들의, 그들만의 대의를 작가는 이렇게 표현한다.
이 책을 읽기 전 흑인 노예의 참상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백인들이 흑인들을 노예로 부렸고, 인륜을 버린 잔인함의 정도였다고만 알고 있는 사람들이 꽤 있을 것이다. 나는 이 책을 접하기 전 노예 제도에 대해 무지몽매한 정도였다. 인터넷으로 접하는 정보로는 다소 극단적인 상황에서의 흑인 노예들의 생활상과 처우만을 설명하고 있다. 작가는 노예로 팔려나가 아침에 눈을 뜬 순간부터 밤에 잠이 드는 순간까지 생활상을 적나라하게 묘사하고 있다. 이것은 소설이기도, 동시에 현실이기도 하다.
소설의 구성은 코라라는 흑인 소녀가 랜들 가문 농장에서 일을 하다가 탈출하는 이야기로 전개된다. 조지아를 지나 사우스캐롤라이나로, 노스캐롤라이나로, 인디애나로, 계속해서 북부로 향한다. 첫 농장을 벗어났을 때 다소 이른 시점에 탈출에 성공하여 놀랐으나, 그것은 탈출이라기보단 이동에 불과했다. 흑인 노예들은 보이지 않는 족쇄에 묶여 있었고, 함족의 자손이라는 이유로 합당한 지배를 받아야 했다. 극의 전개 과정에서 노예들을 쫓는 백인 무리들의 사고방식이 부끄러울 정도로 적나라하게 묘사되어 있다.
랜들 농장에서의 노예 그 자체의 삶은 과장되어 그려지지 않는다. 찌꺼기를 먹고 채찍질을 당하고 시체가 작대기에 꽂혀있는 그 모든 모습은 이야기 곳곳에서 스며들어 전달된다. 그만큼 당연하고 일상적이었음을 드러내고자 함이 아니었을까.
처음 코라와 함께 탈출한 시저가 사우스캐롤라이나에 정착하고 싶어 했지만 알고 보니 그곳에는 자유가 없었다. 의사들은 흑인들을 치료가 아닌 실험 대상으로 삼고 있었던 것이다. 노스캐롤라이나에서는 도입부터 흑인 노예들의 시체들로 장식된 도로를 목격하게 된다.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일터와 기숙사를 활보하던 코라의 공간은 노스캐롤라이나에서 다락방 한 구석으로 좁혀지게 된다. 매주 열리는 행사에서 흑인 노예들을 무대에서 처형하는 장면은 더욱더 코라를 옥죄어 온다. 결국 숨이 턱 막힌 채로 사냥꾼에게 붙잡히게 되고, 이후 또다시 치열하게 탈출을 노리는 코라의 모습은 애잔함을 넘어 전투적이기까지 하다.
내가 인권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었는지 다시금 생각해 보았다. 내가 누리는 모든 권리는 태어날 때부터 당연하게 얻어진 것이었고, 그래서 더욱더 다른 사람의 인권에 무지했음을 인정하고 반성했다. 인간의 이기주의와 적대심, 그리고 사회에 만연한 혐오 감정. 우리는 인권에 대해 다시 한번 자각하는 시간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