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희미한 빛으로도(최은영 저)

토막글 기록

by 휘휘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 나와 닮은 누군가가 등불을 들고 내 앞에서 걸어주고, 내가 발을 디딜 곳이 허공이 아니라는 사실만이라도 알려주기를 바랐는지 모른다.

어디로 가는지 모르지만, 적어도 사라지지 않고 계속 나아갈 수 있다는 걸 알려주는 빛, 그런 빛을 좇고 싶었는지 모른다.


"몫"


- 가끔씩 언니들의 마음이 너무 가깝게 다가와서 내가 언니들의 마음을 알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정윤 언니의 말을 생각해.

죽었다 깨어나도 나는 모른다고. 착각하지 말자고.


"일년"


- 다희와 만나고 그녀는 지금껏 자신이 해 온 대화가 사실은 서로를 향한 독백일 뿐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시간을 메우기 위해, 혹은 최소한의 사회적인 관계를 위해,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했던 말들이 어른이 되고 나서 그녀가 나눈 대화의 전부였으니까.


- 그제야 그녀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조용한 자기 방에서 온전히 혼자가 되기를 바랐던 마음, 그 누구의 목소리도 듣기 싫었던 마음 안에도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는 걸 알게 됐다.


- 서운하다는 감정에는 폭력적인 데가 있었으니까. 넌 내 뜻대로 반응해야 해, 라는 마음. 서운함은 원망보다는 옅고 미움보다는 직접적이지 않지만, 그런 감정들과 아주 가까이 붙어 있었다.


- 사람들은 때로 누군가에게 진심을 털어놓고는 상대가 자신의 진심을 들었다는 이유때문에 상대를 증오하기도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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