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구트 꿈 백화점(이미예)』를 읽고
지금 가장 화젯거리인 책을 골라보라고 하면 바로 이 책을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시험이 끝나고 마음을 편안하게 해 줄 어떤 '책'을 찾고 있던 나에게 딱 맞는 책이었다. 비현실적인 소재가 다뤄지고 여러 사람의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점에서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과 꽤 비슷한 첫인상을 받았는데 막상 읽어보니 매우 달랐다. 작가가 한국인이라는 것도 색다르게 다가왔다. 대부분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라와 있는 책의 저자는 어디선가 한 번쯤 들어본 외국인의 이름인데, '이미예' 작가님이라는 게 뇌리에 박혔던 것 같다. 다른 책을 고르는 동안 계속해서 생각이 나 결국은 이 책을 사게 만든 이유 중 하나다. 요즘 세상이 참 어두워졌다. 늘어나는 취준생들, 낮아지는 출산율, 치솟는 집값 ··· 사회를 불안정하게 하는 요인은 여러모로 다양하고 많다. 그중에서도 코로나로 인해 우울증을 앓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이유는 단연 관계를 끊어버리기 때문일 것이다. 분위기가 참 많이 달라졌음을 실감하는 요즘이다. 베스트셀러에 있는 책을 훑어만 봐도 이제는 어떻게 성공하는지가 아닌 어떻게 살아남는지를 말하고 있다. 저마다의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을 담은 책들이 앞다투어 나오고 있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은 시중의 어떤 책보다도 나에게 힐링이 되어준 책이다. 어떤 게 인생이고 어떤 게 인간인지 정의하는 것 하나 없이 나를 위로해주고 있다. 나에게 어떤 길을 가라고 말해주지 않고 나를 따뜻하게 감싸주기만 했다. 외로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마음 담아 추천하는 책이다.
페니라는 직원이 달러구트가 운영하는 꿈 백화점에 취직하면서 이야기는 시작한다. 꿈 백화점은 말 그대로 잠이 든 사람들에게 다양한 꿈 종류를 파는 상점이다. 좋아하는 사람과 근사한 곳에서 데이트하는 꿈, 절벽 위에서 독수리가 되어 날아가는 꿈, 오감이 번쩍하는 야릇한 꿈··· 페니는 달러구트와 함께 다양한 손님들을 맞으며 상황에 맞는 어울리는 꿈을 판매하며 성장해나간다.
줄거리는 단순하다. 한 직원이 자신의 일터에서 일하는 이 단조로운 내용은 꿈을 사러 온 손님과 그 손님의 경험으로 풍부해진다. 책을 읽으면서 여러 생각이 들었다. 그중 하나는 '정아영'이라는 인물이 등장했을 때이다. 페니, 달러구트, 그리고 웨더 아주머니의 이름을 계속해서 보고 있으면 외국 작품을 읽고 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이다. 갑자기 등장한 한국식 이름은 상당히 나를 당황스럽게 했다. 그만큼 내가 한국인 작가가 쓴 판타지에 익숙하지 않다고 해석할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다양한 판타지 소설이 많이 나오길 바란다. 아마도 지금은 형형색색의 다채로운 꿈을 꾸기 힘든 시대일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어딘가에서 별은 빛나고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책을 읽는 내내 '내가 한번 이 꿈을 꿔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이따금 들었다. 하늘을 나는 꿈도 그렇고, 좋아하는 사람과 근사한 곳을 가는 꿈도 그렇고. 여운이 남는 꿈을 꾸면 노트에 꼭 적어두는 편인데 지금까지는 고래가 나오는 편 딱 하나만 적어두었다. 워낙 무서운 꿈도 자주 꾸고 심장이 철렁하는 꿈을 많이 꿔서 그런지 신나고 설레는 꿈을 꿔보고 싶은 마음이다. 어떤 꿈보다도 가장 탐이 났던 건 바로 '숙면캔디'였다. 밤늦게 커피를 마셔 잠이 오지 않을 때, 내일 일찍 일어나야 하는데 자꾸만 뒤척이고 있을 때 침대 옆에 숙면캔디가 잔뜩 있다면 얼마나 든든한 일인가! 아기자기한 상자에 종이로 포장해서 잔뜩 쌓아두고 싶은 마음이다.
이 책을 읽다 보면 결국 꿈은 현실에서 도피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꿈만 꾸는 사람에게 현실을 직시하라고 조언 아닌 조언을 하는 세상이다. 물론 거기에 들어있는 진심을 어느 정도 모르는 바 아니지만 사실 무엇보다도 필요한 것은 현실을 버텨낼 힘이다. 꿈을 꿈으로써 현실을 살아갈 힘을 얻고, 현실에서 엉켜버린 실타래를 풀게 되기도 한다. 꿈에 빠져 사는 사람을 우리는 흔히 몽상가라고 한다. 이룰 수 없는 헛된 것을 꿈꾸는 사람이라고 사전에서는 정의한다. 하지만 이룰 수 없기에 꿈이라고 하는 것 아니겠는가? 모두가 이루어질 수 없는 이야기를 마음속에 품고 살아간다. 우리는 살아 있는 한 충분한 꿈을 꾸고 충분히 여운을 느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