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301] 모종의 도무지(1)

by 윤세영


김*교 씨가 사는 건물 1층에 작은 카페가 들어서는 모양이다. 오랫동안 비어 있던 자리에 갑자기 며칠 인테리어 공사가 이어지더니 어느 날, 적당히 저렴한 가격으로 나름 인기가 있는 프랜차이즈 카페의 간판이 설치됐다. 일하고 있는 안경점 근처에 마땅히 커피를 사 마실 만한 카페가 없어 아쉽던 차에 반가운 일이다. 나는 매일 아침 여덟 시, 근처 공영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이모의 표현대로라면 아장거리는 모양새로, 안경점을 향해 걸으며 김*교 씨의 빌라를 바라본다. 빌라를 지나기 약 다섯 걸음 전이면 어김없이, 김*교 씨가 그의 갈색 푸들과 함께 집 밖을 나선다. 나는 그의 이름도 알고 그가 살고 있는 빌라도 알고 그와 몇 마디 대화를 나눈 적도 있지만 기실 그와 나는 아무 사이도 아니다. 김*교 씨는 내게, 세상에 스며들어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고, 그 누구의 하루에도 끼어들고 싶지 않다면 규칙적으로 살아서는 안 된다는 가르침을 전하는 하나의 예시이다.




갑자기 웬 운전면허?

그냥. 너 면허 없잖아. 머리도 식힐 겸 면허 따둬. 엄마 차 줄게.

운전하는 거 상상해 본 적 없는데.

잘됐네. 상상해 본 적 없는 일을 해 봐. 그런 것도 필요해.


갑자기 면허를 따라니. 짐작 가는 바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날 나는 엄마와 통화를 하고 집을 나섰다. 엄마 30분 뒤쯤에야 도착할 거야. 도원이 오랜만에 만나네. 모처럼 즐겁게 시간 보내다 와. 엄마는 전화 너머로 다정하게 말했다. 올해로 세 번째인 임용고사에서 1차 문턱도 넘지 못한 채 누워만 지내던 겨울날. 시험 전 응원도 없었고 시험 끝난 후 넌지시 눈치를 살피는 연락도 없었던 도원은 며칠 전 불쑥 전화를 걸어선 설 전에는 얼굴 좀 보자, 하였다. 그래 만나자. 쉽게 대답하며 스스로 좀 놀랐지만, 우리는 대단치 않아서 오히려 실패할 확률이 낮은 흔한 메뉴를 잔뜩 시켜 먹고 시덥지 않은 대화를 나눌 것이다. 구차해 보일까 두려워할 필요 없는 친구가 한 명이라도 있다는 건 얼마나 다행인지. 몇 년째 겨울마다 내내 신는 발목까지 오는 부츠를 천천히 신으며 신발을 신는 게 얼마 만인지 헤아리다가 말고 문밖을 나서 엘리베이터를 탔다. 그런데, 엘리베이터가 1층에 도착하고 몇 걸음 뗐을까. 이제껏 한 번도 선택의 영역으로 의식해 본 적이 없는 하나의 질문에 두 발목이 묶여 버렸다.


뭘 타고 가지.


버스와 지하철 둘 중 하나를 골라야 하는 일, 그게 뭐라고 고를 수가 없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지는 모르겠지만 막연히 ‘한참’이라는 단어가 눈앞에 슬몃 나타났다 서서히 사라지는 것만 같았다. 이걸 이렇게나 오래 고민한다고? 어이없음에 당황하기 시작하자 심장이 큰 진폭으로 무겁게 뛰는 듯했다. 발가락에 힘이 들어가고, 종아리를 타고 허벅지까지 알 수 없는 불쾌한 압력이 느껴졌다. 내가 힘을 주고 있는 건지 무언가가 꼭 붙들고 있는 건지 움직이지 못하는 다리는 차츰 경직을 넘어서 후들대는 느낌마저 들었다. 막막함과 알 수 없는 통증에 왈칵 울고 싶었다. 그렇게 어찌할 바 모른 채 서 있다 끝내 엄마와 마주치고 만 것이다.


어, 아까 나가는 중 아니었어?

엄마, 나 뭐 타고 가지?

뭐라고?

어느 쪽으로 가야 할지 못 정하겠어. 나 너무 답답해. 이상해.

엄마는 가만히 날 바라보다 내 손을 꼭 힘주어 잡았다 놓으며 말했다. 오늘은 버스 타. 볕이 좋다.




운전면허 학원을 통해 면허를 따는 과정은 아주 쉽고 편리했다. 학원에서 운영하는 셔틀버스는 살고 있는 아파트 단지 건너편에 와서 날 태우고 변두리의 한적한 교육장에 내려줬다. 같은 시간에 셔틀버스를 타는 수강생은 나 혼자뿐이었는데, 착실히도 약속된 시간마다 데리러 와주는 것이 고마웠다. 별게 다 감동인 시기네, 너 또. 얼마 전 만남 뒤로 전화 통화가 부쩍 잦아진 도원이 전화 너머로 웃으며 말했다. 면허 따면 어머님께서 진짜 차 주신댔어? 내가 신식 고사상 차려줄게. 요즘 신식이란 말을 쓰나, 신식이 뭐야 옛날 사람. 옛날 사람이란 말 진짜 옛날 사람 같다. 그런데 이미 엄마가 타던 차인데 고사를 지낼 필요가 있나. 그런 대화를 나누는 날들 틈으로 면허도 따고, 봄이 왔다.


면허증을 발급받은 날 엄마는 조수석에 앉으며 나에게 동네를 한 바퀴 운전하게 했다. 도로로 나서자마자 소리를 질러대며 운전하는 나를 보며 황당한 표정을 잠시 지었지만, 크게 염려하는 기색은 없었다. 오히려 운전하는 게 즐거워 보이네.라고 한마디 하고 그날 바로 차 키를 건네줬다.


정말로 엄마 차 운전해도 돼?

응. 처음부터 준다고 했잖아.

엄마는 그럼 앞으로 어떻게 다녀?

새 차 사고 싶어질 때까지 필요한 곳은 네가 데려다줘.

내가?

응 네가. 자식은 너뿐이잖니. 공교롭게도.


엄마는 웃으면서 방으로 들어갔다. 공교롭게도. 이 말은 긍정적인 문장에도, 부정적인 문장에도 사용될 수 있다. 의미의 줄다리기에 놓인 말이네. 오랜만에 작은 수첩을 펼쳐 연필로 공교롭다. 공교롭게도. 하고 끄적이다가 그날은 핸드폰을 하지 않고 그대로 잠들었다.



이모의 안경점에서 일을 하게 된 건 그러니까 면허를 따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올해는 그냥 이렇게 시간을 흘려 보내자. 대신에 네가 어디든 매일 같은 시간에 집을 나서고 같은 시간에 들어오고, 볕도 쬐고 그렇게 지냈으면 해. 이모 안경점에 사람 구하기가 쉽지 않은가 봐. 고게 이제 꾀가 나는지 그 작은 가게 하나 혼자 건사 못 하겠다고, 도와주는 사람 하나만 있음 좋겠는데 그렇다고 급하게 아무나 들이기는 또 싫다잖니. 네가 싫다면 어쩔 수 없지만, 당분간, 뭐 몇 달이라도 이모 도와주는 거 어때? 일요일 낮, 나란히 서서 함께 물이 폴폴 끓는 냄비에 수제비 반죽을 뜯어 넣으며 엄마가 그렇게 말했을 때 달리 싫다 할 이유가 생각나지 않았다. 일정한 속도로 쭉쭉 반죽을 뜯어 조물거리며 알겠어, 엄마. 대답하는 것으로 엄마의 제안을 수락했다.


안경점은 집에서 차로 십오 분 거리였다. 매일 왔다 갔다 하면 운전 금세 익숙해질 거야. 출근 전 시험 삼아 다녀오겠다고 길을 나서는 내게 엄마는 그렇게 말했다. 금세금시에의 줄임말이지. 금시바로 지금이란 뜻이고. 그런데 지금은 지금으로 충분하지 않나. 마치 글을 쓰는 속도로 또박또박 이런 생각을 꺼내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출근 첫날, 미리 알아두었던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차 문을 열고 나서자니 엄두가 나지 않았다. 이모의 안경점은 문을 연 지 십 년이 넘는 곳으로 그동안 내내 이모 혼자 운영을 했었다. 혼자서 잘만 해오던 일을, 그 까다로운 성미의 사람을 도와 내가 뭐 할 일이 있을까, 이제 와 이런 생각을 하다니. 갑자기 긴장이 되었다. 오늘부터 낯선 일을 하게 될 거야. 아무리 단순한 일이라 해도 완전히 처음 해보는 일이야. 생각도 해본 적 없는 일이야. 이런 말들을 중얼거리다가 간신히 차 문을 열고 걸음을 뗐다. 아침 여덟 시 삼십 분. 이모가 정해 준 출근 시간이었다. 그동안 말도 안 되는 수면 패턴으로 지낸 탓에 아침에 일어나기가 너무 힘들었지만 한 해 중 몇 날 되지 않는 쾌적한 계절의 아침 공기가 찹찹하게 두 볼을 건드리는 것이 기분 좋았다. 방금까지 말도 안 되게 초조했던 마음이 조금은 진정되는 듯했다.


주차장 입구를 나서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를 건너는 사이, 맞은편 빌라의 출입문이 열리고 강아지 한 마리가 건물 안에서 나왔다. 분명 보호자와 함께 나온 것일 텐데도 마치 강아지 혼자 나온 것처럼 보여 눈을 한 번 크게 깜빡이고 다시 보아야 했는데, 다소 나이가 든 듯한 어른이 강아지와 적당한 거리를 두고 뒤이어 나왔다. 털이 북실북실한 갈색 푸들. 모량이 아주 많았는데도 자세히 보니 정성껏 빗질이 된 모습에 짧게 탄성이 나왔다.


도도한 표정의 강아지는 자신이 줄에 메여 있다는 건 조금도 개의치 않고 멋대로 방향을 정해 이리저리 움직이며 냄새를 맡기 시작했다. 얼굴이 커서 사람 같아…. 나도 모르게 짧은 생각이 입 밖으로 나와 혹시 들렸을까 싶어 슬쩍 몸을 움츠렸다. 그들이 걷는 방향이 안경점 가는 길과 같아 마치 그들을 뒤따르는 모양새가 되었는데 최대한 산책하는 녀석의 걸음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천천히 거리를 두고 걸었다. 찬찬히 맡아 네가 만족할 때까지, 냄새 맡기에 열중인 갈색 푸들을 향해 마음속으로 그런 말을 건넸다. 그날이 내가 김*교 씨와 강아지의 산책을 목격한 첫날이었다.




이모와 엄마는 용모로는 닮은 데가 없는 자매다. 엄마는 할아버지를, 이모는 할머니를 닮았다. 따로 알려주지 않는다면 둘이 자매라는 걸 알아챌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전문대학을 졸업한 이모는 안과에서 검안사로 일하며 착실히 모은 돈으로 동네 작은 골목길 모퉁이의 꽤 괜찮은 자리에 안경점을 차렸다. 개업식날 엄마 손을 잡고 따라갔다가 너무 작은 안경점의 규모에 놀랐던 기억이 있다. 자그만 이모가 작은 안경점에 앉아 우리를 맞이했었지. 엄마는 좀 큰 데를 얻지 그랬냐며, 걱정 어린 핀잔을 줬지만, 이모는 선선히 웃으며 말했다. 언니, 여기가 나한테 딱이야. 이곳이 내게 꼭 맞는 곳이라는 거, 그런 확신을 갖는 건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어서 와. 시간 딱 맞춰 왔네.

내일부턴 더 일찍 올까? 문은 여덟 시에 연다며.

아냐, 앞으로도 오늘처럼 오면 돼. 마음에 쏙 들어.


싱긋 웃으며 이모는 나를 한동안 바라봤다. 넌 정말 날 많이 닮았어. 어느 날 내가 네 엄마다. 라고 해도 너무 놀라지 말고 순순히 받아들여라. 가끔 그런 싱거운 농담을 하는 이모. 이모는 내게만은 다정했다. 그것이 조카라는 존재에 대한 의무감에서 비롯된 애정일 수도 있겠지만.


가게가 좁아서 손님 몇 들어온다고 정신없을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손님맞이를 해줄 사람이 있으면 편하고 좋겠더라고. 지우 네가 선뜻 도와준다고 하니 너무 잘됐지 뭐야. 너랑 일하면서 내가 다른 사람이랑도 일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면 사람 바로 구할게.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을 거야.

나 딱히 할 일도 없는데, 뭐. 내가 도움이 안 될까 그게 걱정이지…. 다른 걱정은 마요.


이모는 잠시간 나를 바라보다 내 손을 잡고 진열대 안쪽으로 이끌었다. 바퀴가 달려 있는 작은 의자를 가리키며 달리 일이 없을 땐 여기에 앉아 책을 읽거나 소일거리를 하라고 하였다. 한쪽 벽에는 하얀 천으로 가려진 아치형 문이 있었는데 문을 여니 자그만 창고 자리였다. 튼튼하게 잘 짜인 장 안에 여러 가지 비품과 재고들이 쌓여 있었다. 여기 있는 물건 정리하는 것도 만만치가 않아. 일 익숙해지면 지우 네가 좀 도와줘. 이미 잘 정리가 되어 있는 걸로 보였지만, 이모의 눈에는 그렇지 않은 모양이었다. 어찌 되었든 할 일이 없는 것보다야 있는 편이 나았다. 자그마한 박스들, 렌즈며 안경집이며 이런저런 물건들을 집어 구경하다가 부르는 소리에 창고 문을 닫고 이모에게 갔다. 오늘은 진열대 좀 닦아줘. 손자국이 잘 나서 그때그때 닦아주면 좋거든. 내가 일하고 있을 때 다른 손님이 오면 네가 인사도 하고 잠시 응대해 주고. 거기서부터 시작하자.




안경점은 일주일 중 월요일 하루를 쉬고 화요일에서 일요일까지 영업했다. 영업시간은 아침 여덟 시부터 오후 여섯 시. 적어도 밤 여덟 시, 혹은 열 시까지도 하는 곳을 꽤 봤던 것 같은데, 이모는 밝을 때 문을 닫고 퇴근해야 안전하다고, 돈을 많이 버는 것보다 중요한 건 안전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며칠 이모와 일하며 느낀 건 생각보다 이상한 사람이 많다는 것이었다. 어딘지 어색하게 느껴지는 행동 양식을 가진 사람들이 꽤 있었다. 안경테만 환불해 달라는 손님이 있는가 하면 — 이 손님은 결국 원래 쓰던 안경테와 렌즈의 사이즈가 맞지 않아 그냥 돌아가야 했는데 돌아서며 아주 분명하게 상스런 욕을 뱉고 나갔다. — 돈이 없으니 어려운 이웃 돕는 셈 치고 아무 안경이나 하나 그냥 좀 달라는 사람도 있었다. 시력 검사만 받고는 자리를 털고 일어나 뭐 아직 안경 쓸 필요는 없겠네, 하고 유유히 자리를 떠나는 사람은 그나마 신사적인 편에 속했다. 적어도 소리를 지르거나 하는 폭력적인 태도를 보이진 않았으니까.


이게 맞나. 싶더라니까.

그 사람들의 세상에는 그런 개념이 없어. 그들은 옳고 그름 사이에서 무언가를 선택하고 행동하는 게 아닐 거야. 필요에 의해 움직이는 거지.

필요가 유일한 동기라면…. 그런 사람의 마음 풍경은 잘 상상이 되질 않네.

마음의 풍경이라…. 가끔 지우 말은 이해가 잘 안 된다니까. 재미있어.


도원은 아는 대로 말하고 모르는 건 모른다고 한다. 그런 사람은 귀하다. 나에겐 그렇다. 처음 일주일 정도는 이해할 수 없는 손님들의 요구나 행동에 당황을 많이 했지만, 그때마다 도원처럼 굴어보기로 했다. 그저 알 수 없는 일이다, 모르는 일이다, 하고 넘어가는 습관을 들였다. 하나하나 반응하며 이해되지 않는 일을 두고 생각을 뻗어대자니 힘이 들었고 가끔은 스스로 깜짝 놀랄 정도로 낯설고 불쾌한 표정을 짓고 있단 걸 거울로 확인하게 됐기 때문이다. 안경점의 조명은 밝았고 앉은 자리의 맞은편에는 네모 반듯한 거울이 조명빛을 반사하며 날 비추고 있었다. 자신을 단속해야만 할 것 같은 기분이었다.


출근 첫날 마주쳤던 푸들과 그 보호자는 그날 이후 같은 시간, 비슷한 상황으로 매일 만나게 되었다. 그들은 날 조금도 의식하지도, 신경을 쓰지도 않았으므로 나 혼자 그들을 목격했다고 하는 것이 맞는 표현이겠다. 나는 매일 아침 거의 같은 시간에 차를 주차하고 십 분에서 십오 분쯤 그대로 차에 가만 앉아 있다가 이모의 가게를 향해 걸었다. 첫 번째 횡단보도에 이르기까지 약 삼 분. 길을 건너다 보면 살이 토실 오른 푸들 한 마리와 그의 보호자가 함께 빌라에서 나오는 중이거나 이미 산책을 시작한 강아지가 나무둥치의 냄새를 자못 엄숙한 표정으로 몰두하여 맡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거의 매일 정확한 시간에 산책을 나서는 둘. 처음 며칠은 잠시 반가운 정도였지만 마주치는 날들이 쌓이자 출근할 때부터 그들의 안부가 궁금한 지경이 되었다. 어느 순간부터 나는 그들을 좀 더 자세히 관찰하기 시작했다.


강아지의 보호자, 그러니까 이후 그의 이름을 알게 된 바, 김*교 씨는 거의 비슷한 복장으로 산책을 나섰는데 아무래도 입은 옷이 편해야 강아지와 동행하고 챙기기 수월하니 그건 당연한 일일 것이었다. 등산복으로 보이는 길거나 짧은 소매의 윗옷에 꼭 조끼를 걸쳤다. 내가 본 그의 조끼는 총 세 벌로 그 조끼들은 등 부분에 **물산, **전기와 같은 상호명이 쓰여 있었다. 그가 이제까지 다닌 직장들이었을까.


언젠가부터 엄마와 저녁을 먹을 때면 나도 모르게 그와 그의 강아지에 대해 이야기를 하곤 했다. 엄마, 그분은 멋을 내는 건 아닌데 되게 깔끔해. 몇 벌 안 되는 옷을 돌려 입는데 같은 옷을 이틀씩 연이어 입지 않아. 강아지도 있잖아, 정말 정성껏 돌보는 게 분명해. 강아지 이름을 들어 보진 못 했지만, 그 강아지 가끔 되게 귀여운 가방을 메고 나오는 날도 있어. 엄마는 김*교 씨보다 강아지에 더 관심을 가졌다. 콩이가 무지개 다리를 건넌 지 이제 오 년, 엄마는 더는 강이지를 기르지 않겠다고 했다. 그런 사랑과 그런 이별을 다시는 겪을 수 없다고. 콩이가 떠나고 처음 몇 달은 길가에 강아지가 보이면 한참을 바라보며 눈물짓던 엄마였다. 엄마 울지 마. 하면 엄마는 말했다. 우는 거 아니야. 그리워하는 거야.


처음에는 내 이야기를 듣고 단순한 반응들만 보이던 도원은 어느 날 이렇게 물었다. 그러니까 그 할아버지와 강아지를 네가 그렇게 열심히도 보는 이유는 뭘까? 어떤 마음이야? 내가 열심히 보는 것 같아? 응, 그냥 마주치고 바라보는 느낌은 아냐. 호기심도 있겠고, 그 사이 혼자 정도 쌓은 것 같은데. 정을? 응, 정을. 그러고 보니 추상적인 마음을 두고 쌓는다든지 무너진다든지 하는 표현들 참 신기한 것 같아. 이야기의 방향을 조금 달리 틀어버리네. 내가 그분과 강아지를 열심히 보고 있다는 걸 알아채지 못했던 것 같아. 그런데 네 말을 듣고 안 거지. 생각을 할 시간이 좀 필요해. 도원이 웃었다.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웃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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