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은 있는데, 왜 살아남지 못할까
2024년 기준, 지방 청년을 위한 창업 지원 사업은 연간 1,500건 이상에 달한다.
행안부 청년마을 프로젝트
중기부 로컬크리에이터 육성사업
귀촌·귀향 창업지원금
각 지자체의 예비창업패키지와 스타트업 보육사업 등
지원금 규모는 수천만 원에 이르고, 교육·멘토링·네트워킹까지 포함된다고 명시되어 있다.
그런데 문제는 단 하나다. 지원 이후 살아남는 창업이 없다.
중소기업벤처부에 따르면, 2023년 로컬 청년 창업자의 1년 생존율은 51.3%,
3년 후에는 **22.9%**만이 남는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정산을 마치고 끝나는 순간이 '실패의 시작점'이라는 것이다.
과도한 문서화, 수치 중심 성과 평가, 연결 없는 사후관리 구조는 청년을 ‘지원 대상자’로만 머무르게 만든다.
다수의 청년 창업자는 하나의 사업을 오래 이어가지 못한다.
대신 ‘다음 사업’을 준비한다.
한 해는 A기관, 그다음 해는 B지자체, 또 다른 해는 C부처의 사업.
결과적으로 창업이 아니라 ‘지원사업 수행자’로 남게 된다.
이는 구조의 문제다.
사업계획서가 현실과 동떨어진 ‘디자인’ 중심이 되기 쉽고
피드백 없이 선정과 정산만 반복되며
실제 시장에서 살아남는 모델을 검증할 수 있는 시간은 없다
‘MVP 제작’, ‘시장 검증’, ‘사용자 피드백’ 등 스타트업 창업의 핵심 언어는 공공 정책에서 잘 보이지 않는다.
대신 존재하는 것은
사업비 집행 가이드라인
수혜자 만족도 조사
SNS 홍보 포스트 개수
IR 피칭 데이 영상 촬영이다.
결과가 과정을 덮어버리는 시스템에서는 실패조차 하나의 학습으로 남을 수 없다.
이 구조는 창업이 아니라 ‘기획행정’에 가깝다.
지원사업은 종종 ‘도시 청년을 지역으로 유입시키는 방식’으로 구성된다.
하지만 문제는, ‘지역’은 유입되지 않는다.
청년은 외부에서 입주해 6개월~1년 운영 후 떠나고 지역 주민과의 접점은 홍보용 행사를 제외하면 거의 없다. 남겨진 건 지역 정서와 무관한 브랜드와 닫힌 점포뿐이다
결국, 창업은 지속되지 않고, 신뢰는 소진된다.
단순히 ‘지원을 줄이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지원의 방식을 바꾸어야 한다.
실험 기반 설계
1) 소규모 아이디어도 파일럿으로 실현할 수 있는 마이크로 그랜트 도입
2) 실패 사례 아카이브화 및 오픈 피드백 문화 조성
관계 중심 생태계 구축
1) 지역 내 커뮤니티 및 중간지원조직과 창업자의 일상적 연결
2) 주민이 고객이자 협업자가 될 수 있는 구조 설계
과정 중심의 평가 방식
1) 정량지표(매출, SNS 수치) 외에 실행과정, 전환능력, 회복력 등을 평가 항목에 포함
2) ‘기획자’가 아닌 ‘실행자’를 육성하는 구조 필요
지방 청년 창업은 단기적 성과가 아니라 생존 가능성의 실험이어야 한다.
사업계획서의 논리보다 현장의 맥락이 우선되어야 하며, 정산의 숫자보다 남겨진 관계와 영향이 중요하다.
‘지원’은 많지만 ‘살아남을 수 있는 구조’는 아직 없다.
이제는 그 틀을 바꿀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