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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창업, 시니어와 청년이 만나야 완성된다

by 이니프


청년이 빠진 시니어 창업은 브랜드화가 어렵고,
시니어가 빠진 청년 창업은 생산성이 약하다


수도권과 지방 시니어 창업의 출발점은 다르다


통계청이 발표한 「고령층 경제활동조사(2023)」에 따르면,
60~69세 수도권 시니어 중 약 23%는 자영업을 통해 소득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의 상당수는 퇴직 후 일정한 자본(퇴직금)과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프랜차이즈 카페, 소형 상점 등 ‘1인 경영 중심의 창업’을 택한다.

수도권의 시니어 창업은 자본 기반의 안정형 자영업에 가깝다.


반면, 지방의 시니어 창업은 성격이 뚜렷하게 다르다.
2022년 농림축산식품부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65세 이상 농업인 중 62%가 생계를 위한 영농활동을 지속 중이며, 이 중 약 30%는 ‘노후를 위한 유일한 수단’으로 창업을 택하고 있다.

요컨대 수도권 시니어는 경력을 연장하는 형태의 창업,
지방 시니어는 생존을 위한 지속이라는 전제가 다르다.


지방 시니어의 창업이 갖는 한계와 가능성


지방의 시니어들은 식품가공, 수공예, 재배 등 ‘손에 남은 기술’을 바탕으로 한 창업 역량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브랜드화, 유통 전략, 온라인 대응력에서 크게 밀린다.


디지털 리터러시 한계
1) 65세 이상 인구의 스마트폰 활용률: 약 50.2% (2023, 정보화진흥원)
2) SNS 기반 브랜딩/판매 전략 도입에 구조적 제약
단절된 유통 채널
1) 대부분 오프라인 위주로 거래, B2C 직거래 확장 어려움
2) 제품은 있으나 ‘팔거나 알릴 방법’이 없다
사회적 고립
1) 동년배 중심의 관계망 → 사업 확장에 필요한 이질적 네트워크 접근 어려움
2) 결과적으로 ‘마을 안에서만 팔리는 상품’으로 고립


이러한 한계는 단순 교육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기술-기획-브랜딩을 아우르는 협업이 필요하다. 여기서 청년이 등장한다.


청년과 시니어의 상호 보완 가능성


브랜드화의 핵심은 ‘기술 + 서사’

시니어가 가진 기술은 ‘제품의 신뢰성’을 만들고 청년이 기획한 브랜드는 ‘시장의 언어’를 만든다


시니어 없는 청년 창업의 생산 한계

청년 로컬 브랜드 중 상당수는 제품 제조 및 품질 안정화에 어려움을 겪는다.

농산물 가공 기준 미달 → 유통 기피

직접 제조 인력 부재 → 생산 일정 지연

스토리 기반 브랜드 → 실제 제품 가치와 괴리

시니어와 협업 시, 생산 안정성과 감각적 브랜딩이 동시에 가능해진다.


협업은 단순 분업이 아니다


시니어와 청년의 협업이 효과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일을 나누는 분업을 넘어서야 한다.
생산은 시니어가, 기획은 청년이 맡는 방식만으로는 지속 가능한 구조를 만들기 어렵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결정권의 공유’다.
제품의 방향성과 브랜드 정체성에 대한 결정 과정에 시니어가 배제된다면,
협업은 곧 일방적인 하청 구조로 귀결될 수 있다.
반대로, 청년이 생산 과정에서 아무런 권한 없이 단지 포장만 맡는다면 브랜드는 껍데기만 남게 된다.


수익 분배에 있어서도 ‘기여도 기반의 분배 원칙’이 명확히 설정되어야 한다.
제품 개발과 시장 확장에 누가 어떤 방식으로 기여했는지를 함께 평가하고, 성과는 모두가 인정할 수 있는 기준에 따라 나누는 구조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려면, 단순한 소통이 아닌 역할 간의 중재와 조율이 필요하다.


가장 이상적인 형태는,
청년-시니어 간의 중간에서 상호 이해를 돕고 협업을 매끄럽게 조율하는 ‘청년 코디네이터’나 협업 매뉴얼을 갖춘 운영 구조다. 협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관계의 밀도뿐 아니라, 결정과 책임의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


지역은 세대가 함께 움직여야 지속 가능하다


지방은 고령화와 인구 감소가 동반되는 공간이다.
단일 세대 중심의 창업은 지역 전체의 회복 탄력성을 담보하지 못한다.

청년이 빠진 시니어 창업은 브랜드화가 어렵고, 시니어가 빠진 청년 창업은 생산성이 약하다.


이제 필요한 것은 ‘세대 교차 기반의 창업 생태계’다.
청년은 기술을 기획하고, 시니어는 경험을 생산으로 환산하며, 그 만남이 브랜드가 되고, 시장이 된다.

지역의 재생은 ‘누가 하느냐’보다 ‘함께 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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