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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i were there Jan 05. 2021

[06] 이미 자가격리 중인데 난 재검을 받아야했다

2020년 말 격리 속 나들의 이야기 - 06


몸 컨디션은 썩 나쁘지 않아요. 인후염 증세만 있고.


자가격리 중 확진 판정을 받는 그는 우리를 위해서인지 심각한 증세는 없단 말을 연신 반복했다. 사실 그는 계속 불안해했다. 직장 내 코로나19 확진자와 ‘초’밀접접촉자였기 때문에 더 불안해했다(앞선 글에서 말했다시피, 최초 코로나19 확진자를 포함한 총 4인은 함께 오랫동안 회의를 하고 저녁까지 먹었다). 이미 선별진료소 검사 결과 음성 판정을 받고 자가격리를 시작했지만, 그의 불안은 끝나지 않았었다.

 

그의 불안 지점은 이랬다. 아직 바이러스가 온전히 퍼지지 않은 감염 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운 상태에서 최초 확진자의 확진 소식을 듣고 너무 일찍 검사를 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불안은 자꾸 자기 의사 친구에게 이것저것 상담을 받으며 더욱 가중됐다.


그랬던 그가 결국 직장 내 두 번째 코로나19 확진자가 되었다. 어쩌면 코로나19가 이미 감염되었지만 잠복 상태일수 있다는 그의 가설이 맞았던 걸까.


그의 코로나19 확진 판정은 또 다른 ‘초’밀접접촉자인 나와 다른 동료의 일상을 흔들었다. 자가격리 해제까지 단 3일이 남은 시점이었다. 


자가격리는 생각보다 힘들다. 행동반경이 급격하게 줄어들어서 아무리 홈트를 열심히 한다고 해도 몸의 기운은 어디론가 사라져만 갔다. 그런데 만약 확진 판정을 받게 되면 (몸이 아픈 것을 차치하더라도) 시설에 약 10일을 더 격리되어야 한다. 기존 자가격리 기간까지 합산하면 약 24일이다. 끔찍하다.


하지만 실무적인 일을 먼저 처리해야 했다. 새로운 확진자가 발생했기 때문에 직장 구성원들에게 해당 사실을 알리고 전체 재검사를 받도록 해야 한다.


자가격리 해제 전에 담당 공무원에게 이야기하면 하루 전에 검사받을 수 있답니다.


새로이 확진 판정을 받은 그는 자가격리 기간에도 보건소 등에서 검사를 받을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해당 사실이 지방자치단체마다 다를 수 있다. 관련하여 정부 지침을 확인해보니 증상이 없으면 사실상 재검은 불가능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대응 지침 (지자체용)"에 따르면, (자가)격리해제 전 추가검사가 가능한 이들을 ▲의료기간 종사자, ▲사회복지시설 중 생활시설 입소자 또는 종사자, ▲확진환자 동거가족, ▲만 65세 이상 접촉자 등으로 규정하고 있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대응 지침 (지자체용) p.45


당장 나조차 증상이 없었고 지침에서 규정한 추가검사 대상자도 아니었다. 그래도 혹시 코로나19에 감염되었을 수도 있을 구성원들에게 해당 사실을 빠르게 알려야 했다. 또 다른 구성원의 확진 사실과 함께 자가격리 중인 구성원들은 담당 공무원에게 빠르게 연락하여 재검을 받을 수 있게 소통할 것을 권하였다.


나 역시 바로 담당 공무원에게 연락했다. 내가 거주하는 OO구는 담당 공무원 휴대전화를 공유해주어 연락이 쉬웠다(새로이 확진자가 발생한 날은 공휴일이었다. 비상연락망으로 일반전화를 알려준 곳들은 연결이 어려웠다). 


“확진자와 함께 밀접접촉했던 동료가 음성 판정을 받았었는데, 자가격리 중 증상이 나타나 검사를 받았더니 양성 판정을 받았습니다. 저도 재검을 받으려고 하는데 내일 보건소 방문이 가능할까요?”


문자를 보낸 지 5분도 지나지 않아 답이 왔다.


넵!! 방문 시 대중교통 이용하지 마시고 출발 전 담당 공무원에게 검사받으러 간다고 말하거나 (자가격리자 안전보호) 어플 메모란에 재검 받으러 간다고 적고 나오시면 됩니다.


다행이다. 비상상황에서는 마련된 지침보다 유연하게 재검 등을 실시하고 있었다. 그런데 뭔가 의문점이 생겼다. 담당 공무원이 이야기했듯이 어떤 상태인지 모르니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건 당연하다. 의문점이자 불편하게 느낀 지점은 바로 이것이다.



보건소나 임시 선별진료소가 너무 멀리 있으면 어떡하지?



지금 거주하는 곳이 보건소나 임시 선별진료소까지 도보로 이동할 수 없고 자가용도 없다면 막막한 상황에 부닥치게 된다. 실제 최초 확진자 발생했을때 검사를 받았던 한 동료는 유사한 난관에 봉착한 바 있다. 그가 검사를 받고 직장 내 확진자가 있다고 하니 검사를 해주시는 분이 대중교통을 타지 말고 이동하라고 했다고 한다. 그가 당황해하며 그럼 어떻게 집에 가느냐고 물어보니 걸어가라고 했다고 한다. 안타깝게도 임시 선별진료소에서 그의 집까지는 10km 가까이 떨어져 있었다. 그는 비닐장갑을 착용하고 택시기사에게 양해를 구하고 택시를 탈 수밖에 없었다.


나는 다행히 보건소가 집 근처에 있어서 이런 문제를 피해갈 수 있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도저히 도보 이동이 불가능한 시민들에 대한 대책이 미흡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불의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가 보유하고 있는 관용차량 등을 자가격리 중 재검이 필요한 이들을 위한 임시 이송 차량으로 배치하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료의 추가 확진 사실을 알게 된 다음날, 나는 보건소를 방문했다. 11일 만에 첫 외출이었다. 걷는 것만으로 행복하다는 감정을 온전히 느낄 새도 없이 최대한 사람이 없는 길만 골라 보건소로 향했다. 휴일이라 검사를 받는 이들도 적었다. 내 앞에 딱 3명이 있었다. 임시 선별진료소와 달리 보건소에서는 이름, 생년월일 등 기본적인 개인정보를 확인했다. 왜 임시 선별진료소와 달리 개인정보를 확인하는지 물어보지 않았다. 혹시 내가 확진자면 어쩌지라는 마음이 개인정보를 지켜야 한다는 마음보다 우선했다. 그렇게 나는 거의 논스톱으로 재검을 받고 외출한 지 15분여 만에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난 재검에서도 음성 판정을 받았다. 재검 다음날 지방자치단체 명의 카톡으로 결과를 통지했다. 또 다시 다행이라는 위선적인 생각과 동시에 '임시 선별진료소는 결과를 문자로 줬는데 보건소는 카톡으로 주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차이는 개인정보를 확인하고 수집했기 때문인가' 라는 생각과 함께 전날 거두었던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문제제기가 필요한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휴일에도 시민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빠른 문자 답장을 보내주고, 추위 속에서 코를 정성껏 후벼주었던 의료진들이 떠올라, 이게 바로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해줬더니 보따리 내놓으라는 격인건가'라는 자기 반성과 함께 쓸데없는 생각의 확장을 거뒀다. 


그렇게 나의 코로나19 자가격리는 마무리를 향해 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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