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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i were there Jan 11. 2021

[끝] 자가격리가 끝났다

2020년 말 격리 속 나들의 이야기 - 마지막


두 번의 검사.. 두 번의 음성 판정..


자가격리 마지막 날 아침이 밝았다. 흔들렸던 일상은 빠르게 정상으로 돌아오는 듯했다. 머릿속엔 회사에 밀려있을 내 일들로 가득했다. 실제 자가격리가 끝나는 날 오후에는 사무실에 나갈 계획을 세웠다.


14일이 더디고 더뎠다. 중간에 추가로 직장동료가 확진 판정을 받아서인지 괜스레 더 길고 더뎠던 듯하다. 괜히 자가격리를 두 번한 기분까지 들었다. 실제 보통사람들과 동일한 14일을 보냈고, 자가격리를 두 번하는 것은 중간에 확진 판정을 받은 동료이다(괜히 글로 적으니 미안해진다).


자가격리가 끝나기 하루 전 거주하는 지방정부에서 안내 문자가 날아왔다.


[자가격리자 종료 안내문자] 

안녕하세요. OO구청 자가격리관리팀입니다.
귀하의 자가격리 해제일시는 12월 00일(O) 12:00(정오)입니다. 

☞ 다만, 필수(의무) 해지 전 검사 대상은 검사 결과 통보받은 이후
격리 해제 후 어플은 삭제해주시고, 쓰레기는 배출일자에 맞게 소독 후 이중 포장하여 버려 주시기 바랍니다.

격리기간 고생 많으셨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귀중한 협조에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14일 동안 문자 저편에 있는 누군가와(어쩌면 다수일지도 모르지만) 함께 고생한 기분이 몰려온다. 주말과 휴일을 개의치 않고 서로의 상태를 확인하고 협력했다. 알지 못한 동료로 인해 14일을 잘 버틸 수 있단 기분이 드는 문자였다.


자가격리가 끝났다고 별도로 누군가가 통보해주진 않는다. 당일 정오에 스스로 자가격리자 안전보호 앱을 삭제하고 다시 사회로 나가면 된다. 시작할 때 격렬함과 다른 뭔가 쿨하다. 그렇다고 아쉽거나 투정 부릴 일은 아니다. 나는 이렇게 자가격리가 끝나지만 나와 함께 고생했던 누군가는(어쩌는 누군가들) 동일한 일을 끊임없이 반복해야 한다. 어쩌면 새해가 와도 그 일은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똑같을 것이다. 다시 한 번 글로 적으니 누군가에게(어쩌면 누군가들에게) 미안해진다.


자가격리가 끝나고 나면 필수적으로 해야 할 일은 문자에서도 상세하게 안내해주었듯이 14일 동안 발생한 쓰레기를 소독하고 이중 포장해서 버리는 일이다. 지방정부에서 자가격리 시작과 함께 지급한 의료 폐기물 전용봉투에 각종 쓰레기를 담아서 1차 포장한 후, 종량제 봉투에 2차 포장을 해서 우리 동네 쓰레기 배출일자에 맞춰 내놓으면 된다. 


우리 동네는 폐기물 안전처리 가이드를 문자로 보내주었다. 손글씨가 눈에 띈다. 방역물품과 함께 온 가이드에는 없는 내용이다.





자가격리를 지나 보니 그간 낮은 수준에 머물렀던 나의 경각심을 돌아보게 된다. 딱히 위험한 일은 하지 않았지만 지금도 여러 현장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을 누군가를 생각하며 딱히 방역을 위해 최선을 다하진 않았던 것 같다. 창피하다. 그래도 깨달아서 다행이다. 


상반기부터 백신 접종이 시작되더라도 코로나19는 어쩌면 2021년 전체를 우리와 함께 할지도 모른다. 조금씩 줄어들겠지만 코로나19로 인해 확진이 되었던 되지 않았던 격리생활을 해야 하는 이들도 지속하여 발생할 것이다. 


2020년 말 자가격리를 지나며 글로 그 시간들을 정리하다 보니, 마지막에 자연스레 이런 말을 쓰게 된다(어쩌면 '뭔가 마무리가 교훈적이어야 하나'라는 관념에 사로잡혔을지도 모른다). 



코로나19가 우리 곁에 있는 한 서로가 서로를 우선순위에 두었으면 한다.



격리기간 중 욕지거리가 입안을 맴돌던 기사가 있다. 바로 MBC뉴스데스크에서 보도한 "[오늘 이 뉴스] "택배 그만 보내세요" 코로나19 현장의 호소"이다. 기사 속 코로나19 전담병원에 입원한 이들은 함께 병을 이겨내고 있는 의료진은 본인의 우선순위에 없었다. 자신의 안위와 자신의 평안만이 마음속에 가득한 듯 보였다.


나도 자가격리가 끝나고 그들도 언젠간 병원 밖으로 나오게 될 것이다. 하지만 앞서 강조한 것과 같이 우리와 함께 했던 의료진들은 여전히 그 현장에 머무른다. 적어도 그들은 우리의 최우선 순위에 두는 것이 옳다고 본다. 인도주의적인 생각이 잘 안 든다면 '뒤에 올 진상 환자를 대비하여 적어도 나라도 젠틀하게 생활하자'라는 생각 정도를 해보는 건 어떨까..


글의 마지막을 놓자니 아쉽고 사족이 사족을 낳는다. 다시 돌아갈 내 일상 속에선 예전과 다른 수준의 경각심을 갖자는 다짐과 함께 글을 끝내고자 한다. 


안녕~ 자가격리!! 안녕~ 자가격리 속 나들!!


아!! 한 가지 더!! 


안녕~ 자가격리자 안전보호 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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