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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i were there Mar 06. 2022

서울에 앉아 지역 걱정하고 앉았네

[01] 서울 쥐와 하동 쥐 이야기 - 서울 쥐 편

[편집자주]

"서울 쥐와 하동 쥐 이야기"는 서울 쥐와 하동 쥐의 주고받는 편지 형식을 띄고 있습니다. 한 주는 서울 쥐의 편지가, 그다음 주에는 하동 쥐의 편지가 실릴 예정입니다. 하지만 공간적으로 떨어져 있어 편지가 각자 이야기만 늘어놓는 푸념이 될 수 있습니다.

둘 다 지역을 위한 연구 및 실행을 수행하며 살다, 서울 쥐는 여전히 그 일을 하고 하동 쥐는 지역 현장에서 새로운 활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이런 배경을 가진 둘의 푸념들이 여러 청년(혹은 중년)들에게 조그마한 즐거움이 되길 바라며 글을 적어봅니다.





"프롤로그 형식으로 글 전체를 쓸 거 아니지? 남들 시선 신경 쓰지 말고 편지 형식으로 쓰자"


프롤로그만 쓰고 일이 바쁘다는 미명 하에 손을 놓고 있는 나에게 네 제안은 다시 한번 불을 붙여주었다네.. 물론 너 말고도 브런치 측에서 꾸준히 글을 썼으면 한다는 친근한 압박 알림을 보내기도 했지만..


문득 우리가 편지 형식으로 글을 쓴다고 하니 그럴 일은 없겠지만, '향후 우리의 글들이 故신영복 선생님의 글처럼 더 많은 이들에게 울림을 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네. 참 묘한 기대이면서 황당무계하고 무례하기까지 한 기대가 아닐까 싶네.. 그렇다고 마지막 문장으로 "가내 평안하시길 바랍니다"를 쓸 정도로 내 식견과 예의범절이 고도화되어있지 않으니 너무 걱정하지 마시게.(말투는 왜 이러는 걸까)


각설하고, 편지 형식을 고민하다 며칠 전 내가 브런치 서랍에 넣어두었던 풍경을 다시 꺼내며 내 오지랖, 푸념들을 조금 털어놓으며 시작을 해볼까해.


김포공항에 가기 위해 디지털미디어시티역에서 공항철도를 올라탔어. 그것도 간만에 남들 출근시간에 맞춰서 엄청난 인파에 파묻혀서..(사족: 시골 쥐는 출근시간이 10시에서 10시 반 사이라서 러시아워와 거리가 먼 인생을 산다).


알다시피 지하철이라고 해서 내리 지하만 달리진 않잖아. 가끔 어쩔 수 없는 환경 또는 효과적 교통 등을 위해 지하를 벗어나는 순간을 맞이하잖아. 디지털미디어시티역을 떠나 마곡나루역으로 가다 보면 열차는 지하를 조금씩 벗어나 지상에 다다르는데, 괜시리 펼쳐지는 바깥 풍경이 낯설었어. 근데 또 가만히 생각해보니 비단 그때만이 아니었던 것 같아. 지하철이 지하를 벗어나면 맞이하는 한강 혹은 도심의 풍경은 몇 년을 봐왔지만 생경해. 말해뭣하겠나만 아직도 이 한강이 이 도심 속 지상을 달리는 열차가 신기하면서 생경한 건 어디서부턴가 흘러와 서울에 정착한 구 시골 쥐들만 그렇지 않나 싶기도 하지만(물론 요즘엔 수도권 쥐든 시골 쥐든 갑자기 나타난 바깥은 아랑곳하지 않고 스마트폰만 들여다보고 있지만..).


생경함의 원인이 뭘까를 또 가만히 생각해보니 당시의 내 상황들 때문이 아닐까 싶었어. 알다시피 난 직주근접 실현으로 인해 도보 인생인데, 어딘가로 출장을 떠날 때만 지하철이든, KTX든, 비행기든 이용하거든. 지하철에 오랜만에 오른 난 뭔가 일이 많고 부산스럽게 어디론가 이동하고 있었겠지. 내가 바쁜 건 혹은 바쁜 척하는 것은 뭐랄까 수도권에 기생해 삶을 영위하면서 늘어난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아둥바둥과 허둥지둥에 허덕이고 있는 호수 위 오리 같달까. 그런 기분이 들었어.


그래서 또 가만히 생각해봤어. 대체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이리 바쁜 척을 하고 지낼까. 그건 안타깝지만 수도권에 기거하면서 지역을 향한 어떤 마음 때문이 아닐까는 결론에 도다르게 됐어. 실제 그렇잖아. 서울특별시 마포구에 앉아서 OO시의 정책을 고민하고 대안을 만들려고 하고 있으니 응당 바쁠 수밖에..


오늘날 우리 사회가 맞이한 지역의 위기는 그 어느때보다 심각한 것 같아. 정부는 나름대로 인구감소가 심각한 지역을 지정하여 2022년부터 10년 동안 해마다 1조 원가량의 "지방소멸대응기금"을 지원하고, 다양한 상생형 일자리를 추진하기도 하고, 국회는 「고향사랑 기부금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는 등 전방위적 정책과 제도들이 쏟아지고 있지만(자세한 내용은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국가법률정보센터 등의 내용을 참고해보시길), 뭔가 근본적인 것들을 놓치고 자꾸 무너지는 둑에 손가락 꼽는 정책들이 아닐까라는 비관적 상황에 직면하게 돼.


문제는 과도한 수도권 집중걸 누구나 다 아는데, 우린 여전히 눈 가리고 수도권에 신도시 지정해서 좋~은 아파트 계속 지어주고 있으니 답답하다. 국가를 전체로 놓고 고르게 발전시키는 전략을 펼치며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모두가 원하는 지역(물론 누군가는 수도권이 워너비일 수도 있겠지)에서 거주하고 일할 수 있게 해야 할 텐데. 표 떨어진다고 수도권 신도시는 계속 조성하고, 심지어 서울에서는 그동안 규제해왔던 재건축 단지 용적률을 푼다고 하고 있어...


물론 이 편지를 받아보는 너에겐 더 큰 문제는 나 같은 인간이겠지? 지역 걱정에 언제나 관련 뉴스를 찾아보고 다양한 연구 및 실행으로 지역을 위해 일하지만 왜인지 모를 이유로 서울에 앉아있는 나 같은 인간들 말이야. 어쩔 수 없는 사람들도 있겠지. 최근 공정위 자료를 보니까 대기업집단 소속회사의 광역지자체별 종업원 비율을 보니까 전체를 100%으로 보았을 때 서울에만 61.61%, 경기도에 22.63%가 몰려있었어. 본사의 수도 서울에만 908개, 경기도에 327개가 모여있었어(전체 1742개).


누군가들은 불가항력으로 수도권에 있는 것이겠지만, 내 경우는 그렇진 않으니 혼자 고민만 하고 이렇게 글로 푸념만 하는 나란 인간은 내가 생각해도 답답하다. 그렇다고 내 역량이 엄청나서 지역에 정착해서 지금과 유사한 업무를 할 수 있을 것이란 자신도 없으니 참 더없이 비루하다.


이제 몇 년이 지났으니, 네 이야길 다시 한번 묻고 싶어. 물론 '잘 모르겠고 부딪히면 되지' 같은 여포 같은 마음가짐도 있었겠지만, 오랜 기간 서울에 기생하다 지역으로 U턴을 결정했을 때 네가 남 몰래 했던 너만의 고민들과 너만의 정답들이 궁금하네. 내가 특히 듣고 싶은 포인트는 요즘 영웅시되어 신문지상에 오르내리는 청년들의 사례가 아니라, 진짜 우리네 삶 속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평범한 친구의 지역 U턴에 대한 고민과 결정의 순간이라네.


쓰다 보니 뭔가 다음 글을 규정하여 요청하는 방식으로 마무리하게 되었지만, 이건 천천히 풀어줘도 돼. 아니 알려주지 않아도 돼. 궁금하긴 하지만 난 궁금해서 물어볼 자유가 있고, 넌 씹을 자유가 있으니 말이야.


추운 서울의 오후를 지나며 글을 쓰니, 기차역사를 나서면 훈풍이 는 네가 있는 그곳이 괜시리 그리워지는구나. 코로나와 상관없이 일이 좀 안정되면 찾아가겠네. 그때까지 가내 평안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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