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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영재 Apr 16. 2016

눈을 뜨다. 01

 나는 어느순간 문득, 물처럼 흘러가는 나를 느꼈다.

어디로 가는지 모른채 흘렀다. 눈을 떠보니, 여긴 폭이 좁은 강물이었다. 내 주변에 나와 같은 사람들이 보였는데, 그들은 눈을 감고 있었다. 강물이 흐르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수평선 지점에 사회가 보인다. 아마도 나보다 한참 이전에 도착한 기성세대들이 만들어 놓은 것이다. 현재 이 상황이 낯설었다. 무엇보다도, 나도 모르게 사회로 흘러가고 있단 사실에 경외감을 느꼈다. 배속이 간지럽고, 살짝 답답했다. 인상을 썼는데, 무엇때문에 내가 인상을 쓴 것인지 정확히 모르겠다. 하지만 이러한 방법으로 할러가기 싫다는 것은 확실히 알았다.


내가 있던 물속은 내가 알던 물속이 아니다.

이렇게 흘러가기 싫다는 생각이 들자, 지금껏 내가 몸담던 이 물속이 좋게 비춰지지 않았다. 그저 그들이 필요로하는 요구에 맞춰 내가 흘러가는 것 같았다. 나보다 앞서 도착한 이들을 비난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내가 삶의 주인이 되지 못함과, 나도 모르는 모습으로 나아가는 것이... 슬펐다. 나와 같이 흐르는 사람들 속에 다른 생각을 하는 내 모습이 이타적으로 느껴졌다. 다른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궁금해, 나는 내 생각을 크게 외쳤다. 눈을 감고 있던 사람들은 실눈을 뜬채 눈동자만 굴려 나를 쳐다봤고, 어떤 사람들은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몸을 돌려, 뚜렷이 나를 바라봤다. 그들은 나와 눈빛 부터가 달랐다. 그리고 나를 존중해줬다. 원한다면 생각을 잘 정리해 나의 뜻을 펼쳐 보라고한다. 내가 느끼는 이 물속이 다른이에겐 물속이 아니라는 것을 나는 알았다. 그들 앞에서 나는 더욱 작아졌고, 외로움이 물밀듯이 찾아와 나를 덮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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