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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바우작은도서관, 아이들, 주민들과 함께 동화속 꿈을

주민자치로 세운 작은 도서관, 그 속에서 펼친 책 여행

by 권단

전국 농촌 면지역 최초의 도서관 - 안남 배바우작은도서관의 탄생


2007년 7월 전국 농촌 면 단위에서 최초로 주민자치 의지로 만들어진 안남배바우작은도서관이 개관되었다. 주민들은 지역 아이들의 교육환경은 물론 공부하는 농민이 되려면 도서관 하나쯤은 있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의기투합을 했고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도서관 건립의 씨앗을 틔워 나갔다. 정말 아무런 물적 토대 없는 백지장에서 오로지 주민들의 의지만으로 도서관의 꿈을 키워 나갔고 전국 방방곡곡 이름난 도서관을 견학다니고 때로는 강사를 초청해 들으며 도서관 운영에 대한 준비도 착실히 해 나갔다. 용인 느티나무 도서관을 비롯해 제천 기적의 도서관, 청주 초롱이네 도서관, 보은 수정초등학교 도서관 등 곳곳을 다니면서 도서관과 관련한 전문가와 이용하는 주민들과 같이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안남면 청정리에 위치한 작은 도서관의 설계 역시 주민들의 공통된 의견이 반영되어 만들어졌다. 아이들을 위한 다락방과 늘 먹을거리가 풍부하게 준비된 부엌, 지역주민들이 언제나 모여 지역 일을 같이 논의할 수 있는 회의실도 주민들의 논의속에 탄생한 것이다.

도서관은 책 뿐만 아니라 아이들이 농촌에 대해 배우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 도서관 옆 작은 텃밭을 임대해 안남 아이들을 대상으로 주말농장을 운영하며 모내기도 하고 고구마, 감자 캐기, 수박 수확 등 다양한 농사일도 배우고 있다. 지역의 어르신들은 도서관 옆 정자에서 초가지붕 얹는 법을 아이들에게 직접 가르쳐 주시기도 하시며 안남 어머니학교 할머니들도 꾸준히 배운 한글로 그림책과 일반 책을 보러 가끔씩 들른다. 최근에는 도서관 순환버스가 생겨 안남면 12개 마을을 순회하면서 안남면 골고루 도서 혜택을 주고 있다.

도서관은 안남면 자치의 중요한 상징이기도 해 각지에서 오는 시민사회단체의 주요 견학코스로도 자리잡아가고 있다. 멀리 제주에서부터 평택, 완주, 대전 등에서도 안남면 자치의 힘을 견학하기 작은도서관을 필수 코스로 잡고 있다.


으랏차차! 배바우 도서관 책의 힘으로 다시 일어서자.


배바우작은도서관은 정말 주민들과 아이들의 중요한 사랑방이 되었다. 도서관이 없었더라면 어땠을까라는 상상을 하기 어려울 정도로 배바우작은도서관은 아이들과 주민들에게 중요한 요소로 자리잡고 있다. 귀농한 사람들도, 지역 학부모들도, 농민들도 서로 만나면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중요한 장소이다.

하지만, 배바우작은도서관의 고민이 하나 있다. 아이들은 도서관을 너무 즐겁게 방문하지만 책과의 연계성을 지속적으로 가질 수 있는 프로그램의 부재가 바로 그것이다.

어떻게 하면 즐겁게 책의 세계로 빠질 수 있도록 기반환경과 프로그램을 조성할까가 안남면 어른들의 또 다른 고민이기도 하다. 책을 즐겁게 같이 읽고 생각을 나눌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자꾸 만드는 것. 또 지역과 농촌, 고향에 대한 생각을 같이 나눌 수 있는 프로그램이 무엇이 있을까 고민하다가 이번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됐다.


고향을 모르는 아이들, 농촌을 잘 모르는 아이들


요즘 아이들은 고향과 지역, 그리고 농촌에 대해 무감각하고 무신경하다. 아이들은 여느 시골 어디에서나 볼 수 있고 접속할 수 있는 TV와 컴퓨터 인터넷에 의해 생각이 점령되다시피 했고 각종 미디어가 쏟아내는 도시 지향적인 정보를 보면서 자라면서 도시로 가는 꿈을 꾸고 있다. 아이들에게 안남과 옥천이라는 공간은 언젠가 벗어나야 할 공간일 뿐이지 평생 삶의 공간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을 하지 못한다. 어른들도 마찬가지다. 아이들을 어찌됐든 도시로 보낼 생각을 하지, 농촌과 지역에 남아 있는 아이들은 실패자라 생각하기 일쑤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안에 우리를 부정하는 생각들을 어떻게 떨쳐 버릴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안게 됐다. 그것은 바로 책과 사람을 통해 본 우리 지역과 농촌, 그리고 사람들의 생각을 다시 공유하는 것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배바우작은도서관은 그간 도서관 옆 주말농장을 지역 아이들과 같이 일구면서 농사거리에 대한 생각을 체험으로 해보았지만, 아직 많이 미진하다.

책을 통해, 작가를 통해 지역과 농촌의 이야기를, 그것도 동화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 든 이야기를 듣는다면 또 생각이 바뀌어지지 않을까?

그래서 이번 준비된 강좌에 같은 공간인 옥천에서 자라 동화작가가 된 <바나나가 뭐에유?>로 잘 알려진 김기정(옥천읍 옥각리 출신) 작가와 <재밌게 벌 서는 방법>의 유지은(청성면 장연리) 작가, <좀머씨 이야기>로 잘 알려진 유혜자(옥천읍 신기리) 작가를 초청해 고향의 이야기와 책의 이야기를 같이 듣는 이야기를 초반에 준비했다.

이를 초반에 준비한 것은 같은 공간, 같은 고향이라는 공감대를 통해서 아이들에게 좀더 지역에 대한 풍부한 이야기를 해줄 것 같아서이다. 이 작가들은 단지 고향출신 뿐만 아니라 동화작가로서 당당한 입지를 가지고 있는 작가들로 좋은 이야기를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농촌과 지역에 대한 이야기를 해 줄 강좌로 <서울로 간 허수아비>의 동화작가 윤기현 선생을 모시고 농촌과 도시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이외에 <씨앗을 지키는 사람들>의 동화작가 안미란 선생을 초청해 농사짓는 일의 소중함에 대해 다시 생각할 수 있게 한다.


방치된 아이들, 책 속에 상상력을 키워야 할 아이들


농촌의 아이들은 열악하다. 도시처럼 피씨방이나 각종 유해업소에 노출되어 있지는 않지만 방치되어 있고 혼자 고립되어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다문화가정이 증가하면서 이혼하는 가정이 늘고 있고 엄마 없이 커가는 아이들의 문제는 지역으로서는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큰 문제가 되어가고 있다. 그렇게 방치된 아이들은 정서상으로는 물론 건강에도 큰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커 하루 빨리 보호와 나눔이 필요하다. 방치된 아이들은 어렸을 때부터 아이 스스로 감당하기 힘든 외로움에 직면한다. 그런 상처를 어떻게 보듬어줄까?

책속의 상상력이 답이라고 생각한다. 책속의 내용을 같이 공유하고 상상력을 펼 수 있다는 것은 어깨동무하면서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고 생각한다.

이번 강좌에서는 아이들의 상상력을 키워줄 수 있는 동화작가 서정오 선생의 <팥죽할멈과 호랑이>라는 책을 주제로 강좌가 준비되어 있고, 이 강좌는 지역에 남아있는 전설과 재미난 이야기 거리를 다시 돌아보게 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서로를 배려하고 더불어 사는 세상을 위하여라는 주제로 고정욱 작가의 <아주 특별한 우리 형>이란 책도 준비했다. 이 책은 장애아동이나 가난으로 어려운 아이 등 지역사회에 소외된 아동들을 서로 배려할 수 있게 하는 심성을 길러 줄 것이다. 관계의 중요성을 알려주기 위해 <문제아>의 작가 박기범씨도 초청할 계획이다. <상계동 아이들>의 동화작가 노경실 선생은 도시와 농촌에 똑같이 방치된 아이들을 통해 문제점이 무엇이고 지역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같이 고민하게 해 줄 것이다.


롤모델이 없는 아이들, 꿈을 꾸고 싶은 아이들


농사일에 하루종일 바쁜 어른들, 퇴근시간 되면 지역을 떠나기 바쁜 선생님들, 아이들에게는 되고 싶은 꿈꾸고 싶은 역할 모델이 실제 삶의 공간에 많지 않다. 그래서 아이들은 TV속에 언제나 친근하게 나오는 연예인을 꿈꾸는가 보다. 이는 청소년기 중요한 자극과 지향성을 놓치게 되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아이들의 꿈 뿐만 아니라 자아를 찾는 훈련은 청소년기 방황을 그만큼 줄여줄 것이다. 그래서 준비한 강좌가 청소년들의 권리와 자아찾기를 주제로 쓴 김해원 작가의 <열일곱살의 털>과 나의 주인은 바로 나라는 주제로 책을 쓴 <내 짝궁 최영대>의 작가 채인선 선생을 모시고 강의를 듣는다.


아이들만 위한이 아닌 모든 주민을 위한


이번에 준비한 12강좌는 단지 아이들만을 위한 동화 강좌는 아니다. 부모와 지역주민, 할머니, 할아버지, 아이들이 모두 같이 읽고 같이 듣는 그런 강좌이다. 같은 책을 같이 읽고 이야기를 나누게 되면 서로를 이해하는 폭도 넓어지게 된다. 도서관에 있는 책이 한정되어 있다 보니 이번 강좌에는 매 강좌마다 해당되는 책 30권을 구입해 아이들과 주민들에게 책꾸러미를 선물할 계획이다. 안남어머니학교 할머니 학생들도 같이 동참해 강좌를 들을 수 있다. 책을 먼저 읽고 그 책을 쓴 작가를 만난다면 강좌에 대한 호기심은 물론 책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정지용 시인의 고향이라는데.....


옥천은 <향수>와 <고향>을 노래한 정지용 시인으로 유명한 곳이다. <문향 옥천>이라는 말도 그래서 생겨났고 해마다 20회가 훌쩍 넘어간 지용제를 성대하게 치루는 것도 다 이 때문이리라. 하지만, 우리 고장의 열악한 문학 기반 시설 현실은 제 2의 지용이 나오기가 어렵게 만든다. 그나마 최근 군민도서관이 생기면서 조금이라도 해소가 됐지만, 하드웨어 뿐 아니라 아이들과 주민들을 기를 수 있는 소프트웨어적인 프로그램이 절실하게 필요한 때이다.

안남 배바우 작은도서관은 옥천에 뿌려진 지용의 씨앗을 잘 거둬들여 조금씩 조금씩 잘 키우려 하고 있다. 이번 강좌는 그런 면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꿈을 잃지 않고 책 속 상상력의 나래를 펼쳐 행복한 꿈을 꾸는 아이들, 지역과 농촌을 긍정하고 자부심을 느끼는 주민들이 서로 모여 행복한 안남을 만들고, 행복한 옥천을 만들것이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오래 전에 옥천을 떠난 지용선생이 바라는 옥천도 바로 이런 것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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