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주말 저녁에 전화가 한 통 왔다. 고등학생이었다. 선배들이 시켜서 어쩔 수 없이 밤샘 택배 노동을 해야 한다고 하소연하며 제보를 했다. 선배들의 끈은 워낙 공고해서 학교와 집에 이야기하면 일은 해결되지 않고 오히려 또 보복당할 것 같아 겁이 나 이야기를 못 한다 했다. 밤 9시부터 새벽 2~3시까지 컨베이어벨트에 쏟아지는 택배물량 상하차를 하면 진이 다 빠진다. 평일에도 주말에도 그들은 불려나갔고 원치 않는 강제노역을 피하기 위해서는 후배들 간 가위바위보에서 이기는 수밖에 없었다. 국토의 중심이라 유독 택배회사가 많은 옥천에서 다들 모르는 ‘어두운 풍경’이다. 근로기준법 제70조 2항에는 ‘사용자는 임산부와 18세 미만자를 오후 10시부터 오전 6시까지의 시간 및 휴일에 근로시키지 못한다’고 되어 있지만,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불법이 엄연히 자행되고 있었던 것이다. 고용노동부 청주지청은 멀고 일상의 관리감독이 전혀 이뤄지지 않는다.
#2. 민선 7기 군정이 시작되고 나서 조직개편 이후 1월 대규모 인사를 앞두고 자기 사람 꽂기가 알게 모르게 이뤄진다. 보조금 지원단체의 일자리에도 이미 내정된 사람이 공모 혹은 지명 방식으로 꽂히기 시작하고 이는 무성한 소문을 낳는다. 군수가 회장으로 있는 옥천군체육회 사무국장 자리가 그러했다. 나름 공모의 방식을 거쳤으나 2년 전 자격기준을 체육회 이사들 모르게 변경해놓고 그때 기준이라면 응시 자격조차 없는 퇴직 공무원을 뽑았다. 이 또한 조용한 제보가 있었다.
#3. 삼양초등학교 등굣길이 위험하다는 제보가 몇차례 들어왔다. 신문에서는 올해 1월에 한차례 보도를 하고, 3월에 새 교장이 부임하면서 이에 대해 물어보는 인터뷰를 했다. 4월에는 교육지원청이 학생 안전보다 재산 관리에 치중한다는 비판 기사를 한차례 써 보냈다. 그 후 12월 옥천군과 충북도교육청이 행정안전부 지침에 따라 삼양초 앞 인도를 개설하기로 하면서 인도 개설 문제는 해결의 물꼬를 만들었다.
종합일간지와 티브이 뉴스에는 한 줄도 언급되지 않았지만 이런 뉴스들은 지역의 중요한 이슈다. 옥천의 제보들은 대부분 <옥천신문>으로 수렴된다. 물론 보도가 된다고 다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청소년 불법 밤샘 택배는 보도 이후 바로 해결돼 청소년들에게 ‘고맙다’는 전화를 받았지만, 체육회 사무국장 채용 건은 보도에도 불구하고 이사회에서 그냥 가결돼 임명됐다. 하지만 참여한 이사들은 신문에 미안하고 부끄럽다고 고백했다.
1995년 지방자치제가 다시 부활하기도 훨씬 전인 88년부터 시군 곳곳에 <홍성신문>을 필두로 지역신문이 들불처럼 생겨나기 시작했다. 사실 국가가 생기기 전 언론이 먼저 생겨났고 사람의 목소리를 기록하면서 지역의 역사가 만들어지고 지역사회가 재구성됐다. 풀뿌리 언론은 풀뿌리 민주주의의 초석이자 마지막 보루다.
그런데 여전히 차별이 존재한다. 대부분 시·군 단위의 작은 풀뿌리 신문은 주간지인데 일간지와 주간지의 우편발송비 지원이 현격하게 차이 나고 고시·공고도 대부분의 법률에서 일간지에만 고시·공고를 할 수 있게 해놓았다. 적어도 옥천에서는 어떤 일간지와 티브이보다 <옥천신문>의 구독률과 열독률이 높은데도 우편발송비에 대한 정부 지원에서 차별받을 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옥천에 관한 고시·공고를 읽을 기회를 아예 박탈당하고 있다.
그래서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제대로 된 역할이 중요하다. 몇해 전부터 끊임없이 이야기한 독립 사무국이 반드시 필요하고 공동체언론(커뮤니티저널리즘)센터와 연구소, 학교 설립이 절실하다. 요란하게 소리내지 않지만, 그나마 풀뿌리 민주주의가 작동하는 것은 건강한 지역신문이 있기 때문이다. 열악한 환경에서도 고군분투하는 풀뿌리 언론 노동자를 위해서도, 변방의 서자 취급 받는 시·군 단위 주민들의 풀뿌리 민주주의를 위해서도, 정부는 특히 풀뿌리 지역주간신문의 정책에 관련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귀담아들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