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제 Oct 04. 2021

‘될 사람이면 진작 됐겠지’, 정말 그럴까?

예술은 평범한 사람들에 의해 이루어진다. 예술은 장점만을 지닌 인간들에 의한 것이 아니다. 결점 없는 존재는 예술을 할 필요도 없다. …… 예술 창조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난관을 극복해 나가는 것이며, 이를 통해 우리는 우리 자신의 방식으로 작업해 나갈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 예술 창조는 하고자 하는 것과 해낸 것 간의 피할 수 없는 간극을 그대로 보여주어 심기를 불편케 하는 과정에 다름 아니다. (데이비드 베일즈·테드 올랜드, 「예술가여, 무엇이 두려운가!」, 루비박스, 21~23쪽)


제이는 장편소설 완성이 평생의 소원인 작가지망생이다. 안타깝게도 그 소원은 16년째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수천 번의 결심과 계획과 습작을 반복했지만 모든 시도가 수포로 돌아갔다. 이쯤 되면 깨끗이 포기하고 현실을 살아갈 법도 한데,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대부분의 사람은 성공하기 직전에 포기한다’라는 말이 있다. 제이는 ‘지금이 바로 성공하기 직전이 아닐까?’라며 포기하지 않고 16년이라는 세월을 보냈지만 그 어느 순간도 결코 ‘성공하기 직전’이 아니었다.


사실, 원고지 1000매 분량의 소설 초고쯤은 첫 시도에 뚝딱 써내는 사람들도 꽤 있다. 쓰고 싶은 이야기를 하루에 A4 한두 장쯤 써서 석 달을 채우면 되는 것이다. 쉽게 생각하면 정말 쉬운 일이다. 그런데 왜 제이는 그게 안 되는 걸까? 


제이가 생각하는 가장 큰 원인은 ‘결정회피’이다. 그 기저에 불안과 걱정, 열등감, 눈치보기 등등의 다양한 심리적 문제가 깔려 있음은 물론이다.


소설 쓰기는 선택의 연속이다. 단편으로 쓸지 장편으로 쓸지, 연작으로 쓸지 기승전결식으로 쓸지, 어떤 인물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할지, 이 사건 다음에 어떤 사건이 일어날지, 이 상황에서 이 인물이 어떤 선택을 할지 등등. 그런데 제이는 선택지들 중에 하나를 고르지 못하고 죄다 저장만 해두는 습벽이 있다. 그렇게 해서 아이디어 창고가 터져나갈 만큼 복잡해지면 감당하지 못하고 다시 첫 단계로 돌아간다.


누가_누구와_산 넘고_물 건너_버스 타고_집에 가는 이야기 쓰기


그래서 제이는 이런저런 작법서도 읽어보고, 결단력 향상이나 습관 형성에 도움을 준다는 자기계발서를 찾아보기도 했다. 이럴 시간에 한 줄이라도 더 쓰는 게 맞다며 다시 원고로 돌아가기도 했다. 그밖에도 별짓을 다 해봤다.


제이는 정말로 ‘안 될 사람’인 걸까? 이번에 계획한 초고 마감일, ‘2022년 3월 13일’을 이번에는 과연 지켜낼 수 있을까? 그 과정에서 만날 어려움들을 극복해낼 수 있을까? 초고는 쓰레기다, 아무리 엉망진창으로 써도 괜찮으니 끝만 내보자는 마인드로 눈 딱 감고 앞으로 나갈 수 있을까?


어쩌면 평생 이렇게 살다 죽을지도 모르는 제이가 이제까지 어떤 별짓과 딴짓을 해왔고 지금도 하고 있는지 기록해볼까 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