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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제 Apr 07. 2022

매일 똑같은 글만 쓰게 된다면

매일 발행 5일차

“미쳐버리고 싶지 않다면 제 말을 들으세요. 당신은 몇 년 전부터 똑같은 글을 반복해서 쓰고 있어요. 지금은 47일마다 같은 글을 쓰는 수준이지만, 치료받지 않으면 그 주기가 점점 짧아질 겁니다. 결국엔 매일 똑같은 글을 쓰기 위해 매일 똑같은 창작의 고통을 느끼게 되겠죠. 최악의 경우에는 단 한 문장, 단 한 글자만 계속 반복해서 쓰게 될 수도 있어요.”


“이런 병도 치료가 되나요?”


“쉽지는 않지만 해봐야죠. 수술적으로 접근할 수도 있고, 상담이나 약물치료도 시도해볼 수 있지만 아무래도 수술보다는 효과가 느릴 겁니다.”


“수술 성공확률이 얼마나 되는데요?”


“반반이요.”


“......수술비는요?”


“이게 비보험이라서요, 입원비 포함 5천만 원 정도 예상하시면 됩니다.”


“...............치료를 안 해도 일상생활에 지장은 없나요?”


“글만 안 쓰면 상관없습니다.”




제이는 그날부터 치열한 고민에 빠졌다. 매일 다른 글을 쓰기 위해서 50%의 확률과 5천만 원의 비용을 감수할 수 있을까? 그 정도로 글쓰기가 내게 큰 의미일까? 5천만 원을 구하려면 대출을 받아야 했고, 그 빚을 갚으려면 5년은 꼬박 일해야 했고, 그 5년 동안은 시간이 없어서 글을 쓰지 못하게 될 것이었다. 혼자 고민하던 제이는 친구에게 이 일을 털어놓았다.


“사기꾼이네. 다른 사람들도 다 똑같은 생각 반복하면서 살거든? 가끔 썼던 얘기 또 쓸 수도 있지. 그게 뭐 별일이라고 겁을 줘.”


“그렇겠지? 나도 그렇게 믿고 싶다.”


“믿고 말고가 아니라 사실관계를 파악해서 이성적인 판단을 하렴. 그 의사는 면허증이 있는 사람인지. 그런 병, 그런 수술이 실제로 있는지.”


“......”


“그리고 매일 똑같은 글을 쓰면 또 어때? 네가 쓴 매일 똑같은 글이나, 대문호가 쓴 걸작이나, 지구 멸망하면 다 똑같이 없어질 텐데.”


“넌 그놈의 지구 멸망 얘기 좀 그만할 수 없냐?”




그 일은 제이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다시 의사를 찾아가지는 않았지만, 50%의 확률, 5천만 원의 비용, 그 구체적인 확률과 숫자가 뇌리를 떠나지 않았다.


그리고 문득 궁금해졌다. 내가 정말로 같은 글을 매일 반복해서 쓰게 된다면 그 글은 어떤 내용일까? 단 한 문장만을 되풀이해서 쓰게 된다면 그 한 문장은 어떤 문장일까? 내 인생의 최후까지 놓지 못하게 될 그 문장은 과연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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