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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행성에는 거대한 뿔이 집 모양으로 자라는 공룡이 있다. 뿔 속에는 방도 있고 문도 있고 화장실까지 있다. 그 행성의 외계인들은 모두 뿔 속에서 거주하며, ‘뿔’이라는 단어는 곧 ‘집’을 뜻한다.
어린 공룡의 작은 뿔이 자라서 어엿한 원룸 크기가 되면, 그때 마침 성년이 된 외계인이 가족과 함께 살던 큰 뿔을 떠나서 작은 뿔로 이사한다. 공룡과 외계인은 공생관계다. 공룡이 외계인에게 살 자리를 내주는 대신, 외계인은 뿔 속에서 수시로 자라는 병균과 암세포 따위를 청소해준다.
뿔 속에서 문제없이 생활하기 위해서는 공룡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청소를 게을리 하거나 지나치게 발을 굴러 공룡의 두통을 유발하는 등등의 트러블이 생기면 공룡은 갑작스레 벌떡 일어서거나 머리를 마구 흔들며 뜀박질을 한다. 그러면 뿔 속의 외계인은 디스코팡팡을 탄 듯 정신없이 나뒹구는 수밖에 없다.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외계인들은 최대한 공룡과 사이좋게 지내지만, 만일을 대비한 손잡이를 뿔 속 구석구석에 단단히 설치해두고, 벽에도 말랑말랑한 매트를 벽지처럼 둘러 놓는다.
그러니 그 행성에는 집값 상승이니, 전세금 대출이니, 부동산투기니 하는 개념이 존재할 수조차 없다. ‘내 뿔’이라는 단어를 발음하면서 외계인들은 피식 미소를 짓는다. 웬수 같지만 항상 붙어 다니는 평생친구를 떠올릴 때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