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제 Apr 25. 2022

이름들의 용도

매일 발행 22일차

글의 주어를 '나'가 아닌 '제이'로 쓰고 있다. 나 자신의 얘기를 솔직하게 하려고 들면 왠지 글쓰기가 더 부담스럽고 글 자체도 무거워지는 느낌이 들어서다. 내 얘기를 할 때보다 남 얘기 하듯 3인칭으로 거리를 둘 때 더 마음이 편하다. 그러니까 제이는 내 부캐이자 페르소나랄까?


실존인물인 내 삶에는 한계가 많지만, 가상의 주인공 제이는 뭐든 될 수 있고, 뭐든 할 수 있다. 나처럼 연말정산 환급금을 받거나 그릭요거트를 즐겨 먹을 수도 있지만, 나와는 달리 책장정리 전문가가 되거나 희귀한 마법펜을 구경할 수도 있다. 그리고 많은 이야기들 중에 어디까지가 내 얘기고 어디부터는 아닌지 독자들은 몰랐으면 한다.


글을 발표할 때 쓰는 필명도 있다. '이제'라는 이름을 7년쯤 썼지만 솔직히 아직도 확신이 없는 이름이다. 요즘은 서이제 작가가 활동을 많이 하고 있어서 혼동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바꿔야 되나 싶기도 하다. 요즘도 가끔씩 하릴없이 온갖 글자를 조합해보며 이름을 만드는 데 한세월을 보내곤 한다. 자기 이름을 스스로 짓는다는 건 의미있고 흥미로운 일이긴 하지만 나 같은 햄릿 증후군 환자에게는 정말 너무 매우 몹시 어려운 일이다............


하긴 어차피 꼭 지켜야 할 명성도 없는데 이 필명 저 필명 계속 바꿔봐도 괜찮으려나? 웹소설판에서는 필명갈이가 흔하고, 방정환 선생도 필명이 수십 개였다고 하지 않는가. 그래도 최소한 첫 단행본을 낼 때는 확정을 해야 할 것 같은데......라고 때이른 김칫국을 마셔보는 제이였다.


매거진의 이전글 가능성은 현실이 되었다, 공원 백일장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