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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제 May 01. 2022

이렇게 귀한 책이, 『은송, 적다』

매일 발행 28일차

제이는 독립서점 '헬로인디북스' 블로그에 매주 올라오는 책방일지를 즐겨 읽는다. 책방지기 보람님이 기록한 소소한 에피소드가 재밌다. 읽다보면 가끔 좋은 책도 발견하게 된다. 『은송, 적다』도 여기서 알게 되었다.(헬로는 온라인서점이 없어서 스토리지북앤필름에서 산 게 함정...;;;)


칠순에 글을 배운 지은이 '송삼남' 님이 20년 동안 쓴 1800장의 일기를 엮은 책인데 책날개부터가 감동이다. 20년간의 일기로 작가로서 첫 발을 내딛는다는 지은이 소개도, 그 아래 판권 부분도 멋지다. 기획 및 디자인은 손자가, 일러스트는 손녀가, 편집·해석은 8명의 손주 모두가, 해석 자문은 자녀와 배우자 8명 모두가 참여한 것으로 이름이 적혀 있다. 이렇게 화목한 가정이라니... 지은이가 정말 사랑이 많은 분이었던가 보다. 책이 나올 무렵에 돌아가셨다고 한다. 평안하시길 빈다.



기록의 맨 처음은 이렇게 시작된다.


뒤늦게 공부를 한다고 시작을 해 보았다. 나는 처음에는 많이 망설였다. 왜냐하면 '나이가 고희로 접어들 때에 무슨 공부냐'고 생각도 해보고, '여태껏 잘 살아왔는데 이제 얼마나 살겠다고, 이제라도 시작을 할까 말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그래도 한번 해보자' 하고 복지관을 찾아가서 회원증을 신청해놓고 집으로 와서 회원증을 기다리고 있다가 다시 복지관에 갔었다.(7쪽)


그 후로 20년 동안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늦게나마 글을 배우지 않았다면 쓰이지 못했을 글들이다. 한글과 한문을 배운 이야기, 가족들과 소소한 일상을 보낸 이야기, 미국 간 막내딸에 대한 그리움 등 소중한 추억들이 가득하다. 마지막에는 지은이의 시와 수필, 가족들의 편지도 실려 있다. 여기서 다시 한 번, 이렇게 화목한 가정이라니...




제이는 세상에 이런 책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소박하지만 누군가에게는 그 어떤 베스트셀러보다도 의미있고 귀한 책. 앞으로는 모든 기록을 사진과 영상으로만 하게 되는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 하지만 글을 써서 만든 종이책을 손에 쥐었을 때의 느낌은 스마트폰 앨범이나 인스타그램에 가득 쌓인 사진을 스크롤할 때와는 다른 특별함이 있다고 생각한다. 한 번뿐인 삶을 살아가면서 누구나 자기 책 한 권 정도는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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